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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최초의 피겨 스케이팅 코치 유현아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9-20 11:11

“김연아를 1등석에 올린 브라이언 오서처럼…”
‘김연아’라는 이름과 가장 쉽게 연관되는 검색어는?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입력되는 첫번째 단어는 아마 피겨 스케이팅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검색어 리스트 어딘가에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서 있을지 모른다. 특히 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연아와 오서를 동시에 클릭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캐나다 국적인 이 남자는 지난 2006년 코치로서 김연아와 첫 인연을 맺게 되고, 이후 그녀가 빙상 위의 여제로 군림하는데 힘을 보탰다. 둘의 관계는 2011년 계약 종료와 함께 막을 내렸지만,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를 통해 코치로서는 최고의 자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올림픽 우승의 조력자’가 바로 그가 누린 영광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김연아 키드를 꿈꾸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들의 인큐베이터가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 중 한 명인 그녀는 오늘도 여러 차례 이렇게 되뇌인다. “언젠가는 브라이언 오서의 자리에 오르게 될 거야.”

주인공은 한인사회에 하나밖에 없는 스케이팅 클럽 ‘유 캔 스케이트’를 이끌고 있는 유현아 코치다.




캐나다에서 다시 찾은 피겨의 꿈

유현아 코치는 ‘최초’라는 단어로 수식된다.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캐나다스케이트협회(Skate Canada) 공인 피겨 스케이팅 코치가 되었고, 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스케이팅 클럽을 만들었다.

최초의 피겨 코치가 뭐 대수냐는 반응을 보일 사람도 있겠지만, 스케이트협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코치도 등급이 매겨져 있는데, 그녀는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칠 수 있는 ‘스타 스케이트’(Star Skate)라는 자격증을 갖춘 코치다. 한인사회에서는 확실히 보기 드문 이력이다.



-스케이트는 언제 처음 타게 됐나요?
한국에 살았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어요. TV에서 피겨 스케이팅 대회 중계를 해줬는데, 아마 세계선수권대회였던 것 같아요. 어찌됐건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서, 어머니께 바로 부탁드렸죠. “엄마, 나 스케이트 타고 싶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어땠어요? 첫 스케이팅, 계속 한길만을 걷게 할 만큼 즐거웠나요?
물론 재미있었지만, 운동을 쉬다 하다를 반복했어요. 제 어린 시절, 한국 빙상은 걸음마 단계였거든요. 사람들의 관심도 거의 없었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빙상장도 서울에서는 단 3곳에 불과했어요. 게다가 스케이트를 배우려면 돈도 참 많이 들었던 때라, 부모님 부담도 컸을 거에요. 그런 이유 등으로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없었죠.

-그래도 캐나다스케이트협회의 공인 코치가 된 걸 보면, 선수로서도 나름 성과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선수로서 저는 2등석에만 앉아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국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물론 그 친구들도 세계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어요. 그만큼 김연아 이전의 한국 빙상 스포츠는 불모지에 가까웠습니다.

-스케이트에 내 인생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언제였나요?
본격적인 선수생활은 중학교 때 시작됐고,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내 모든 힘을 피겨를 위해 쓰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나다행을 선택한 것도 피겨의 꿈을 빙상스포츠 강국에서 더욱 키우고 싶어서였나요?.(유 코치는 지난 1989년 가족과 함께 밴쿠버에 정착했다.)
아니요, 그 반대에요. 당시 제 아버지는 저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운동에만 빠져 있었으니까요. 운동 말고 공부에 더욱 집중하라는 게 아버지의 요구셨고, 그래서 온가족이 이민까지 결심하게 된 거죠. 

-그런데도 결론은 또 스케이트였네요.
ESL 교사 덕분이에요. 처음 정착하고 ESL수업을 듣는데, 제게 베티붑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그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이것 봐 베티. 넌 왜 네 재능을 낭비하는 거야. 너 정도 경력이면 스케이팅 코치로서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텐데 말야.”

-그 말에 용기를 얻은 거군요.
그 교사가 스케이트협회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는데, 그것이 여기까지 오게 된 출발점이었어요.






캐나다 여학생들이게 피겨 스케이팅은 ‘필수 과목’에 가깝다. 유 코치는 “피겨의 인기가 높은 데다, 대회에 나가 우승할 경우 대학 입학시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들 1년 걸릴 일, 더디게 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코치가 되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 된다면서요.
맞아요. 게다가 전 영어도 잘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1년 걸려서 끝낼 일을 3년, 아니 어떨 때는 5년 가까이 공을 들여야 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나요?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상위 레벨의 응급조치(First Aid)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윤리시험에도 통과해야 해요. 그 다음 제너럴 코치, 좀 더 노력을 기울이면 캔스케이트(Can Skate : 일반적인 스케이트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 코치로 일할 수 있습니다.

-유 코치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스타스케이트(Star Skate)라고 했나요?
예, 그건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이에요. 캐나다스케이트협회는 역사도 오래됐고 그만큼 자부심도 크기 때문에, 코치 선발에 대한 자격 기준이 상당히 엄격해요. 단순히 스케이트 기술 몇 가지 습득했다고 해서 코치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론, 실기, 인터뷰 통과 후에는 나름의 프리젠테이션도 해야 해요. 게다가 3년에 한번씩 자격증을 갱신해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죠.

-코치가 되기 위한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아부었다면, 경제적으로는 더 큰 열매를 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럴 수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저는 스케이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이 꿈 때문에 힘든 점들도 있었지요. 예를 들면 코치가 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든지, 영어를 못해서 코치들 사이에서 왕따 비슷한 경험을 했다든지 하는 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일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꿈이 있다는 것, 그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너무 큰 행복이거든요.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코치 뿐 아니라 현역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인사회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겠지만, 시니어골프선수권처럼 빙상계에는 어덜트컴피티션(Adult Competition)이라는 대회가 있는데 여기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더 큰 꿈은 물론 선수 육성이에요. 캐나다 대표팀 코치로서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 이것이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선수로서는 2등이었지만, 코치로서는 1등석에 오르고 싶다는 거군요.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어요. 언젠가는 해 낼 거다, 언젠가는 내 선수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설 것이다, 이렇게 말이죠.

- 그 정열만큼 코치로서 참 바쁘게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계획은 한국에서 6개월, 가을과 겨울에는 캐나다에서 코치 활동을 하는 겁니다. 서울시나 경기도에서 코치직 제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캐나다스케이트협회와의 인연을 놓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양국을 오가게 된 거에요. 어찌됐건 언젠가는 ‘제 2의 김연아’를 만나고, 또 그 선수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 이 벅찬 꿈을 위해 지금을 살고 있어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유 캔 스케이트 클럽 
문의 (778)231-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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