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쿠바 100세 장수인 식단에서 찾은 건강 비결

김현정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9-26 09:09

나이 들어도 식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 속 무상의료의 천국, ‘체 게바라’로 대표되는 혁명의 국가이자 낙후된 사회주의 국가, 그리고 시가와 커피의 나라… 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쿠바를 만났다. 바로 ‘100세 건강 장수인’의 나라인 쿠바이다. 

장수가 명예이고 축제인 나라

쿠바는 ‘장수를 권하는 나라’였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이 오래 살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장수하는 사람에게는 축하 파티도 열어 준다. 100세 이상이면 생일날 아침, 어김없이 국가차원의 생일 파티가 열린다. 또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지, 어떻게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지 그 비결에 대해 인터뷰도 한다. 이 행복한 광경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 쿠바에 생중계로 전해진다. 장수가 이들에게는 엄청난 축제이자, 영광스러운 명예로 여겨지고 있었다.  


	할머니와 손녀 사진
 헬스조선 DB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얼마나 오래 살고 있나 싶어 지난달 초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발표한 ‘건강불평등 격차’ 데이터를 들춰봤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생존자로 기네스협회에 등록된 사람도 쿠바사람(126세, 로드리게스)이다. 평균 평균수명은 쿠바 남자 74.85세, 여자 79.43세로 미국 남자 75.15세와 여자 80.97세와 거의 비슷하지만 쿠바엔 100세 이상 장수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당국은 평균 수명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있다. 월드비전 보고에 따르면 ‘쿠바는 앞으로 평균수명이 82세에 이른 일본,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날도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저녁을 가장 많이, 짜고 푸짐한 식탁 

내심 쿠바인 식단을 보면 장수비결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기자의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그들의 생활을 따라가 보니, 그들은 사실상 하루 3끼를 꽉꽉 채워 많이 먹는 대식가였고, 무엇보다 저녁 식사의 양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들의 문화는 저녁에 가족과 담소를 나누다가 일찍 자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처럼 밤늦게까지 한강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TV 보기나 컴퓨터를 밤새하는 환경도 아니다. 땀을 많이 내는 더운 나라의 특성상 음식은 짜고, 달았다. 에스프레소 한잔에 기본적으로 설탕 8~10스푼 이상을 넣고 마신다. 럼주에 콜라를 넣어 마시는 럼콕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주하듯 늘 곁들인다. 당연히, 쿠바인들의 비만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회관과 같은 기관인 ‘콘술토리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홀리오 쎄사르 노인의학 전문의는 “지난 10년 동안 쿠바인의 비만율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그 심각성을 전했다. 도대체 이런 식습관을 가진 나라에서 100세 넘은 장수인들이 어떻게 나오고 있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장수비결 1 유기농 로컬푸드와 꽁그리밥 


	쿠바 식단 사진
 헬스조선 DB

그런데, 좀 더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좀 특별한 점이 보였다. 그들의 식단은 생선이나 돼지고기, 치킨 등을 구운 것과 밥, 유까(우리나라의 감자) 정도였다. 그런데, 밥에는 항상 우리나라의 팥도 아니고 콩도 아닌데 모양은 비슷한 검붉은색의 ‘블랙빈’이 들어 있다. 멕시코 강낭콩의 일종이라고 했다. 맛은 단맛이 났다. 흰 밥일 경우에는 블랙빈을 팥죽처럼 만든 ‘꽁그리(Congri)'를 얹어 먹었다. 블랙빈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당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 비만이 걱정되는 쿠바 사람들이 늘 즐겨 먹는다고 했다. 항상 곁들이는 토마토, 아보카도 등의 요리하지 않은 생채소들도 이색적이었다.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사실상 건강 비결 중 하나였다. 이들의 식탁에는 사실상 어쩔 수 없이, 요즘 국내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로컬푸드(local food)’를 먹어야 했다. 도시농업과 유기농업이 상징인 국가인 만큼 자신의 집 뒤 ‘파티오(텃밭)’에서 가꾼 채소들을 먹고 있었고, 항상 시내, 시 근교에서 키운 야채들을 식탁에 올리고 있었다. 공무원을 하다가 은퇴한 아순시온(57)은 “하바나 시민들은 토요일이면 각지에서 경작한 채소들을 가지고 올라온 트럭들이 모여 형성되는 주말시장에서 한 주일 먹을 음식을 사가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유기농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식품이 거의 없다는 점도 건강에 있어서는 좋은 점이라고 쿠바인들은 입을 모았다. ‘보데가(국영배급소)’나 ‘오르가노포니코(유기농 농장)’에서 살펴본 먹거리 중에는 통조림, 햄 등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수비결 2 국가에서 나눠주는 ‘삐삐지’와 ‘아벡솔’

특이할 만한 것은 쿠바는 각 가정마다 가정주치의가 있는데, 이들은 혈관 건강이 걱정되거나 의심되는 위험군 환자에게 쿠바산 사탕수수 왁스 추출물로 만든 ‘삐삐지(PPG)’라는 약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폴리코사놀’이라는 기능성 원료가 식약처로부터 건강가능식품으로 인정받아 판매되고 있다. 쿠바에서는 폴리코사놀 용량을 20mg까지 늘려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약으로 처방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후안리꼴라스(81)는 “10년 전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아서 삐삐지를 먹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와서 용량을 줄여서 먹고 있다”며 “은퇴 후에 집에만 있으면서 우울했었는데, 삐삐지를 먹으면서부터는 에너지가 넘쳐서 노인복지관에 와서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활동적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벌집 밀납에서 추출한 알코올 성분으로 만든 ‘아벡솔’도 이들의 장수비결 중 하나였다. 아벡솔은 위 질환을 개선시켜주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데, 쿠바에서는 무상으로 나눠주긴 하지만 역시 처방이 필요한 약이다. 4대가 함께 모여 살고 있는 파올라(106)도 10년 넘게 삐삐지를 먹었으며, 지금은 아벡솔을 6개월간 먹고 있다. 100살의 차이가 나는 손녀와 같이 정원도 거닐고, 놀아 줄 정도로 건강한 상태다. 임플란트를 하고도 소화가 잘 안 돼 한동안 고기와 생선을 못 먹었었다는 파올라는 “위가 좋아지고 소화가 잘 되니 무엇보다 거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아무리 오래 살고 건강해도 부드러운 음식만 먹어야 하는 생활은 너무 힘겹고 우울했다”고 말했다. 삐삐지와 아벡솔 모두 쿠바 정부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쿠바국립과학연구소를 통해 오랜 연구를 거쳐 만든 약들이다. 

쿠바에 머물렀던 8월 13일은 쿠바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피델 카스트로’의 87번째 생일이었다. 관절과 시력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전해지기는 하지만, 아직 건강하게 카스트로가 살아 있는 것에 대해 쿠바인들은 자랑스러워 하며, 함께 축배를 권했다. 경계심 없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서고, 끊임없이 말하는 낙천적인 그들의 성격 또한 장수 국가의 비결이 분명하리라 싶었다. 

/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UBC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밴쿠버조선일보 후원으로 한인 졸업생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UBC 인문학부 부전공 과정인 아시아계 캐나다인 및 아시아인 이주학(Asian Canadian and Asian Migration...
▲지난해 출시된 주요 갤럭시 모델에서 '갤럭시 AI'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삼성전자삼성전자가 ‘갤럭시 AI’의 기능을 작년에 출시한 갤럭시 S23을 포함해 주요 모델에 추가 지원한다....
“5월 8일 업무 재개 후에도 지연될 수 있다” 밝혀
주밴쿠버대한민국총영사관은 오는 4월 27일(목)부터 5월 7일(일)까지 공인전자우편 방식을 이용한 등록사항별 증명서 교부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제적등본 등 재외공관에서...
“지능(IQ)이 높은 사람일수록 친구가 적어도, 일반인보다 더 괜찮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3월4일 자) 영국 심리학 저널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소개됐다.이 같은 논문을 발표한...
캐나다에서만 통하는 각종 호칭들
캐나다는 영연방 내각제 국가다. 한국의 대통령제와 차이점이 많은 편이다. 한국의 정치시스템에 없는 호칭이 캐나다에는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또한 같은 영연방 내각제더라도...
살면서 겪는 대소사 들 중, 그 스트레스 순위를 따지면 이사도 그 순위가 만만치 않게 높다고 한다.
팝 컬쳐 / 재헌이의 팝 컬쳐 따라잡기 블루스의 '왕' B.B.King 블루스 보이스(Blues Boys) 에서 비롯된 그의 이름은, 기타 음악계에서 모든 기타리스트 들에게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전설적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69년도에 'The Thrill is Gone', 'You Know I love You''I like to live...
제임스에게 물어 보세요 투자수익을 높이는 방법 문: 한국의 이자율이 많이하락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좋은 수익을 올리려면 어떡해야할까요? 답: 한국의 경우 IMF위기 이후로 단기 이자율이 약 12%였던 것이 7%정도로 낮아졌죠....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19)
The Union for Community요즘 중국계가 “BC주 역사에 기여한 중국계 역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가운데, BC주정부의 중국식 제사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밴쿠버시내 마운틴뷰 묘지에서...
Tea Tree Oil 이란? 2005.05.17 (화)
Tea tree oil은 한국인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진 제품이 아닙니다만 미주지역이나 유럽에서는
내년부터 가구당 260-340달러 부담 늘어
BC공공사업위원회가 BC 가스의 27% 요금 인상안을 21일 승인함에 따라 주택 소유주들의 연료비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새로 발표된 인상안이 적용되면 주택 소유주들의 연간 연료비 부담은 내년부터 260-340달러 정도 늘어나게 된다. BC가스측은 천연가스 가격이...
애주가에게 지방간, 간염, 간경화 같은 간 질환은 피하기 어려운 두려움이다. 일주일간 마신 술이 소주 기준 2병 이상이고, 그 기간이 5년 이상이라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확률에 80%에...
제18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 해외지역회 참가
민주평통 밴쿠버협의회(회장 정기봉)는 지난 10일 한국 광명시청에서 광명시 협의회(회장 이영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번 자매결연은 평등과 호혜의 원칙을 바탕으로 협의회 간...
22일 의장 선출 후 개원사 낭독
오는 29일 살얼음판 위에 올라와 있는 BC자유당(BC Liberal)과 크리스티 클락(Clark) 주수상 정권 유지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22일 처음 개원한 제 41대 BC주의회에서 쥬디스 귀숑(Guichon) BC주총독이 낭독한 개원사는 여야 협치를 강조했다.  개원사에는 클락...
<▲캐나다-미국 국경 검문소가 있는 써리 피스 아치 공원(Peace Arch Park). 지난 27일 오후 캐나다 국기가 꽃으로 수놓아진 공원에서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준형기자...
김정수/ TD Canada Trust 코퀴틀람한인센터 부장 간단한 RRSP 활용법 '캐나다는 복지국가이므로 나의 노후를 책임져 줄 것이다.' 이렇게 철썩같이 믿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18세 이후부터 10년 이상 캐나다에 거주했다면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건물 입구, 놀이터, 공원, 해변가 등 포함
“약물 소지 비범죄화 무용지물” 비판도
BC 공공장소 내 불법 약물 복용이 금지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올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불법 약물 소지 비범죄화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BC...
메트로밴쿠버 시장들, 주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
메트로밴쿠버 시장 의회(Metro Vancouver Mayor’s Council, MVMC)는 주정부의 인상된 탄소세(Carbon Tax)를 메트로 밴쿠버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을 위한 자금원으로 이용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MVMC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대중교통...
加비영리단체 퍼스트스탭스 관계자 방북
북한의 아동과 산모에게 콩우유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캐나다 비영리단체 퍼스트스텝스(First Steps∙대표 수잔 리치) 방북팀은 지난 8월25일부터 9월2일 사이 북한을 방문해 물자도착 및...
로워 메인랜드에서 BC주 내륙으로 통하는 가장 빠른 도로인 코퀴할라 하이웨이가 15일 오전 다시 열렸다. BC주 고속도로공사측은 15일 오전 8시부터 코퀴할라 하이웨이 차량 통행을 재개했다. 코퀴할라 하이웨이는 폭설로 인한 눈사태 위험으로 지난 주부터 1주일...
 611  612  613  614  615  616  617  618  619  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