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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 지물을 잘 이용하면 돈이 보인다. <2>

앤디 리 andy@andyslandscape.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11-28 17:42

고민에 고민을 거쳐 두 개의 디자인 안을 들고 고객과의 미팅 장소에 나갔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옹벽을 쌓아 흙을 채워 넣는 시공법 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사진 부지의 형태를 그대로 이용하지만 시각적으로만 반듯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한 일종의 모험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이었다.

물론 두 번째의 과감했던 디자인이 시공비가 낮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시공비에서 차이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정원을 보다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좋은 재료들도 더 넣을 수 있었다. 그러고도 일반적인 디자인보다 시공비가 저렴했다.

두 번째 디자인의 핵심은 기존의 지형 지물을 잘 이용하고 자재의 반입과 반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가장 큰 문제점인 삐딱해 보이는 대상지를 반듯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먼저 기존의 상태 나쁜 잔디를 걷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흙은 바깥으로 끄집어 낸 후 비용을 들여 폐기를 하는데 새로운 디자인에서는 경사지 가운데를 반 원의 모양으로 나무옹벽을 쌓은 뒤 그 안쪽에 되메움하여 재활용토로 이용하였다. 정원 전체의 레벨을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가운데의 일부분만 앞쪽의 레벨과 같은 레벨로 평평하게 흙을 채워 올린 것이다.

그렇게 가운데만 평평하게 만든 뒤 가운데 끝과 양 가장자리는 기존 그대로 꺼져 있는 상태 그대로 두었다. 이 꺼져 있는 땅을 화단으로 삼아 많이 꺼져 있는 아래 쪽엔 키가 큰 나무들을 앞쪽은 키 낮은 나무들을 계획했다. 계획의 주 핵심은 흙을 채워 땅을 반듯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계획적으로 심어 시각적으로 꺼져 보이는 대상지를 반듯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갑자기 떨어지는 가운데 옹벽 위에는 정원의 다이나믹한 요소가 되어줄 산책용 데크를 시공하여 보기 좋지 않는 나무옹벽을 가려줌과 동시에 화단과의 훌륭한 경계가 만들어 지도록 하여 정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도록 했다.

두 안건을 준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의 안건이 선택되어지길 은근히 바랬다. 하지만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험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흔하지 않은 것은 때론 모험이 되기도 하니까.  

두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마침내 결정의 단계에 이르렀다. 열심히 그림으로 말로 설명해 보았지만 충분히 고민이 될만한 선택임에 틀림 없었다. 당연했다.

“앤디씨, 앤디씨 집이라면 어떤 디자인을 택하시겠어요?”
단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대답했다.

“저야 당연히 두 번째의 디자인이죠.”

“그럼 그렇게 합시다. 앤디씨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그 한마디의 선택이 얼마나 고마운 줄 몰랐다. 그리고 고마움은 한편으로 책임감이 되었고 또 보람과 기쁨이 되었다. 일 하는 내내.

결국 예상보다 짧은 공사기간과 적은 비용으로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하나 밖에 없는 정원이 만들어졌다. 참 뿌듯했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mail: E-mail:andy@andyslandscap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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