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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둬놓고 보는 세상, 창틀의 미학

앤디 리 andy@andyslandscape.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12-26 13:02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네모의 틀 속에 넣어두고 그 아름다움을 감상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작던 크던 그 네모의 틀을 바라보며 네모보다 더 큰 세상을 상상하는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

네모 난 사진 속의 추억은 틀 안의 사물뿐 아니라 틀 속의 추억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네모를 바라보며 둥그런 세상을 끄집어 내는데 매우 익숙하다.

TV의 네모난 화면, 카메라의 네모난 앵글, 전시장의 네모난 그림들, 심지어 좀처럼 손에서 잘 떼어놓지 못하는 스마트한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네모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방도 네모, 사무실도 네모, 그 안의 창들도 모두 네모다. 세상은 네모가 아닌데도 네모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역설적인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네모의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든다. 어쩌면 네모는 인간이 사물을 기록하는데 가장 익숙해있는 압축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차경(借景)이라고 하는 조경기법이 있다. 네모 모양의 창틀 미학의 대표격인 조경 표현기법 중 하나인데 말 그대로 경치를 빌려온다는 뜻으로 공간의 바깥 경관을 끌어와 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는 방법이다.
뷰(View)가 좋은 집의 가치가 높은 것은 내 땅이 아닌 바깥의 경관을 내 것으로 빌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 땅의 가치라기 보다는 빌려올 수 있는 경관의 가치가 값으로 메겨진 것이다. 내 것이 아닌데도 내 것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셈이 된다.

집의 창 중에 가장 커다랗고 멋진 창은 당연 가장 좋은 풍경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뚫려 있다. 우리는 가장 좋은 풍경을 빌려와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 아주 익숙해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와 함께 바깥 경치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자리에 의자를 두고, 어느 방향을 바라다보아야 가장 멋진 감상을 즐길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어느 시간에 바라보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지 까지도 잘 알고 있다.

정원 역시 대부분 네모의 세상 속에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실내의 네모공간 보다는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서 있는 공간이라 실내보다는 네모가 적고 자연스러운 곡선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익숙한 네모 풍경을 만들어 두는데 인색하지 않다. 벤치의 네모, 트랠리스의 네모, 정자의 네모, 디딤돌의 네모, 팬스의 네모 등.

담장 밖에 풍경을 끌어올 때, 우리는 때론 싫은 풍경은 가리고, 보기 좋은 풍경을 더 부각시켜 끌어들인다. 잘 가리고 잘 부각시킨 풍경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완벽한 풍경으로 재해석되기 때문이다.
가려두고, 가둬놓고, 창틀 속에 넣어둔 풍경은 때론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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