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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5-05-02 00:00

빛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이민 생활 중에 어렵게 휴가를 얻어 한국에서 오신 부모님을 보시고 록키를 갔습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열심히 사진을 여기저기서 찍어서 집에 돌아온 후에 컴퓨터로 복사하고 모니터로 봤을 때, 혹은 코스코나 슈퍼스토어에서 인화해서 봤을 때 '어,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신 적 없으신가요? 찍고 바로 디지털 카메라 뒤에 달린 조그만 LCD로 확인해 봤을 때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막상 인화하거나 컴퓨터 모니터로 조금 크게 봤을 때 내 뜻과는 다르게 나온 결과물에 실망하거나 의아해 할 때가 많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브로슈어에 나온 사진과 똑같은 카메라로 정작 내가 찍은 사진이 너무 달라서 뭐가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모든 분야에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진기 역시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작은 몸체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기능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잘 갖추어져 있고 매뉴얼을 한번 보려고 해도 큰 맘먹고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다분할측광같은 기능은 예전에는 300~400달러대 카메라에서는 기대하기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웬만한 디카에 다 들어있습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카메라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이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여 이제는 그러한 결실이 다양한 측광이나 TTL 같은 기능으로 나타나고 더욱이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통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나온 사진기들은 그냥 프로그램 전자동 모드에 놓고 찍어서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잘 나올 만큼 발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hotography'라는 단어 자체가 'photo'와 'graphy'라는 두 개의 뜻이 합쳐진 것으로, 결국 사진이라는 것은 '빛(photo)으로 그린 그림(graphy)'이라는 의미입니다. 빛에 의해 만들어진 어떤 형상을 찰나의 시간으로 디지털이라는 매체에 붙잡는다는 의미에서 요즘은 사진이라는 단어보다 광의의 '이미징(imaging)'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또 '사진을 찍는다(shooting)'고 하기도 하지만 '캡처링(capturing) 한다'는 표현을 쓸 만큼 디지털이라는 매체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이 빛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으며, 사진에 있어서 빛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합니다. 사진이 잘 안 나온다고 카메라 탓을 하기에 앞서 셔터를 누르기 전에 먼저 아주 잠시만이라도 빛이 피사체에 어떻게 비추고 있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훨씬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진을 찍으실 때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아이들 사진이나 가족 여행사진을 찍는데 복잡한 사진장비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핸드백이나 가방에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똑딱이 디카(point & shoot digital camera)'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할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연재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 구입에 대한 조언에서부터 간단한 사용법은 물론 사진을 찍는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 '내 의도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조금 복잡한 내용까지 다뤄 보려고 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집에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아이들 사진이나 가족 여행 갔을 때 보다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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