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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나무 - 남천

앤디 리 andy@andyslandscape.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2-14 15:50

하얀 눈밭 한 가운데서 내 눈길을 사정없이 끌어 당긴 나무를 만났다. 한 겨울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때깔 좋은 단풍 옷을 걸치고 있었다. 남천이었다.

남천(南天). 학명은 Nandina. 영어 이름은 heavenly bamboo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천상의 대나무라 불리는 걸까. 한자 이름에도 같은 천상(天)을 뜻하는 글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이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남천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나무다. 모양새가 좋고 낙엽이 지지 않는 상록수종이라 조경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대나무와 비슷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어 이름에 Bamboo라는 명칭이 붙어있긴 하지만 대나무가 아닌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이다. 잎과 줄기의 모양이 조릿대나 이대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성질은 전혀 다르다.

남천은 추운 곳에서 잘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캐나다에서 남천이 자랄 수 있는 환경에 속한 지역은 그리 넓지 않다. 밴쿠버 인근 지역과 밴쿠버 아일랜드 일부에서 생육이 가능한데 이름에 남쪽을 뜻하는 南이 들어간 것도 아마 온난한 기후를 좋아하기에 때문일 것이다.

이 나무는 잎의 질감이 매우 고울 뿐 아니라 마치 낙엽이 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잎의 색 변화가 있다. 그러나 겨울철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수종이다. 게다가 다채로운 색과 고운 질감 덕분에 남천이 생육 가능한 지역에서는 매우 널리 사용 되어지는 인기 수종의 나무다. 그리고 덤으로 원추꽃차례의 꽃은 나무의 격을 한차례 올려 놓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남천에는 매우 동양적이고 신비한 느낌이 있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남천의 잎은 대밭의 바람소리와는 또 다른 특유의 고요한 흔들림이 있다. 색의 변화와 꽃은 보너스다. 무리 모아 심어도 좋고 따로 떨어뜨려 놓아도 힘이 있다.

남천은 종류에 따라 땅에서부터 풀처럼 빽빽하게 올라오는 키 작은 품종과 사람 키를 훌쩍 넘어 크게 자라는 품종 등 매우 다양하다. 차폐식재(가려주기용 식재방법)로도 훌륭하며 초점식재(Focus planting)로도 손색이 없다

정원에 심을 때는 키 작은 종류와 큰 종류를 구분해서 심는 것이 좋다. 품종에 따라 시간이 지나도 계속 작은 키를 유지하는 종류가 있고 정말 대나무처럼 쑥쑥 잘 자라는 종류도 있다. 물론 손쉽게 가지를 정리할 수 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따로 키 관리를 해 줄 수도 있지만 수형자체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리 구분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원에 대나무를 심을 때, 뿌리가 아주 빠른 속도로 제 멋대로 뻗어나가 정원이나 건축물 등에 심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말 그대로, 비 온 뒤의 죽순대(雨後竹筍)처럼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천에게는 대나무 뿌리가 일으키는 골치 아픈 문제와 같은 것이 없다. 예쁘기도 하면서 실속까지 갖춘 나무가 아닐 수 없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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