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氷速, 팀추월 은메달 획득…아쉽지만 자랑스런 ‘첫 메달’

허자경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팀추월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네덜란드에 3초14 뒤져 금메달 획득에 아쉽게 실패,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값지고도 자랑스러운 은메달이었다. 팀추월 종목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아시아 국가가 됐다.

이승훈(26·대한항공)·주형준(23)·김철민(22·이상 한체대)으로 구성된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 시각) 러시아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결승전에서 3분40초85를 기록하며 네덜란드(3분37초71)에 금메달을 내줬다.

앞서 한국팀은 8강전에서 3분40초84로 러시아(3분44초22)를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고, 4강전에선 3분42초32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 종목 챔피언이었던 캐나다(3분45초28)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세계랭킹 1위’ 네덜란드의 벽을 넘진 못했다. 이날 네덜란드 팀의 결승 기록은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스피스스케이팅 팀추월 경기는 두 팀이 서로 상대방의 뒤를 쫓는 경기다. 3명씩 구성된 두 팀은 400m 링크의 양쪽 중앙에서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출발한다. 경기의 이름대로, 한 팀의 선두에 있는 선수가 상대팀의 가장 느린 선수를 추월할 경우 승리하게 된다. ‘꼬리’를 잡히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 팀이 다른 팀을 추월하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정해진 구간(남자 8바퀴·여자 6바퀴)을 완주한 뒤 각 팀의 가장 느린 주자 기록을 팀 기록으로 계산, 승패를 가린다. 

한국은 이날 결승에서 초반에는 네덜란드를 앞서기도 하는 등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선전했다. 두 번째 바퀴에서는 0.05초 빠른 기록을 내면서 경기 초반 네덜란드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대등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개인종목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합작한 스벤 크라머와 요리트 베르그스마, 얀 블록휴이센에게 맞서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바퀴를 거듭할수록 월등한 신체조건을 가진 네덜란드 팀과 조금씩 차이가 벌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4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에 0.38초 뒤지며 리드를 내줬다. 이후 3바퀴를 남기고는 0.95초차로 처지며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결승에서 맞붙은 네덜란드는 이른바 ‘빙속 강국’으로 불려왔다. 이번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금메달 7개를 챙긴 네덜란드는, 팀추월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왔다. 한국팀이 탄탄한 팀워크로 무섭게 성장해 ‘세계랭킹 2위’까지 올라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우승 문턱에 간발의 차이로 늦게 들어왔다.

앞서 이승훈은 밴쿠버올림픽 때 이종우·하홍선과 팀을 꾸려 출전해 7위에 그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대학교 후배이자, 자신처럼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김철민·주형준과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며 메달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팀 추월은 경기 도중 밀어주기 등 신체 접촉이 가능하고 대화도 자유롭기 때문에 호흡이 중요한데, 쇼트트랙에서 익힌 조직적인 레이스 운영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놀랍도록 성장한 이들의 모습을 알기에, 국민들의 아쉬움은 컸다.

그러나 이날 은메달로 한국 남자 대표팀은 ‘노메달’ 수모를 씻었다. 또 ‘팀추월 사상 첫 메달’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남자 대표팀 첫 메달’ 이란 쾌거까지 함께 이룩했다.

한국이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7개의 메달은 이상화와 김연아, 박승희, 여자 쇼트트랙팀 등 모두 여자 선수들이 따낸 것이었다.

이승훈은 이날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냄으로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 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2010 밴쿠버대회에서 1만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획득했던 이승훈은 이번 은메달을 더해 올림픽 통산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등 총 3개의 메달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선수로 기록됐다.

이승훈은 경기가 끝난 뒤 "후배들과 최선을 다했고, 메달을 함께 걸어서 기쁘다"면서 "지금의 멤버가 갖춰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팀추월 레이스가 내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후배들이) 힘들었을텐데 잘 참아줘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고 후배 주형준과 김철민에게 은메달의 공을 돌렸다.

이승훈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평창에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 때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도 경기가 끝난 후, 은메달을 획득한 남자 팀추월 대표팀 선수들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축전에서 "환상적인 팀워크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얻은 결실이기에 국민들에게 더 큰 기쁨과 희망이 됐다"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도전해 준 김철민·이승훈·주형준 선수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라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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