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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엔 눈이 날개

앤디 리 andy@andyslandscape.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2-28 17:31

눈이 그치고 나니 반갑도록 눈부신 햇살이 온 세상을 비춘다. 가까운 공원에 나가 산책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은 눈부신 날씨가 겨울의 끝자락에 선물로 남았다.

지붕에 소복이 쌓인 눈. 온 세상 구석구석 고루 덮은 마법의 하얀 가루는 풍경의 품격을 한층 더 올려놓는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조경 재료가 된다.

눈이 내려와 세상을 덮으면 앙상한 가지에도 눈꽃이 내려와 앉는다. 녹슨 지붕창고도 희고 깨끗한 새 지붕이 되고, 지저분한 거리도 방금 만들어 낸 거 같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한쪽 켠 쌓아둬 볼썽사납던 쓰레기더미도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뒹굴던 낙엽 하나 보이지 않는 순백의 세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는 것들이 많은 요즘 같은 세상에도 이런 마법의 재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 내린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에는 분명 이러한 ‘가림의 미학’이 존재한다. 너무 많은 것들이 동시에 보여질 때보다 풍경은 ‘가림’을 통해 보다 단순해질 수 있다. 특히 어쩔 수 없는 외부환경을 디자인 해야 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이는 야경이 주는 독특한 경관특성과 비슷한 점이 많다. 조명으로 빛나는 세상에서는 대부분의 보여지는 것들을 어둠 속에 남겨둘 수밖에 없다. 눈이 내린 풍경이나 어둠에 적절히 시각적 요소를 묻어버릴 수 있는 야경에 있어서는 이 ‘가림의 미학’의 중요도는 매우 크다. 야경과 눈 내린 풍경은 그래서 늘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눈이 주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바로 ‘변화’에 있다. 눈은 단 하룻밤 동안에 세상을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어느 기술자도 해 낼 수 없는 능력이다. 이것은 변화 중에서도 매우 갑작스러운 변화다. 그리고 사람의 시각은 생각보다 빨리 보여지는 것에 적응하고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는 풍경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환경에 있는 우리에게는 그래서 그 아름다움은 더 배가 된다.

눈은 세상을 단순하게 만들어 풍경에서 여백을 만들어 낸다. 단순함과 여백 사이에서는 작은 것 하나도 더 도드라진다. 하얀 눈밭에선 발자국 하나만 찍어도 작품이 된다. 단순함과 여백 사이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은 더욱 극대화 된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매우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가림의 미학. 변화. 단순함과 여백. 이와 같은 요소들은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지는 것들이다. 적절한 가림과 변화, 단순함과 여백은 더 이상 비중 없는 조연이 아니다. 디자인에서는 때론 주인공이 되기도 할 정도로 그 효과는 대단하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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