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잇는 정원

앤디 리 andy@andyslandscape.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3-07 16:21

울퉁불퉁 원목 느낌 그대로 살려 잘 지은 통나무집이라 할지라도, 볏 짚단 곱게 쌓아 올려 놓은 둥그런 초가지붕이 자연과 아무리 잘 어울린다 하여도 건축물은 인공적,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건축물을 넘어선 외부는 자연이다. 아무리 빽빽하게 이어진 빌딩숲 속에서도 외부공간은 더 크고 넓은 외부공간으로 이어져 결국은 자연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은 삭막한 외부공간일지라도 우리는 일종의 자연과의 연결을 느낄 수 있다.

벽으로 둘러싸이고 지붕으로 덥힌 공간은 매우 사적이다. 나만의 은밀한 공간이며 비밀스런 공간으로 언제든 세상과 단절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반면 외부공간은 매우 공적이다. 이곳에서는 비밀은 언제든지 들켜버릴 수 있고 보여질 수 있다. 사방이 벽으로 모두 가려져있어도 하늘이 뚫려있으면 왠지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택에 있어 정원은 이러한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잇는 다리다.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부공간은 때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때, 정원은 자연스럽게 건축과 외부공간을 이어주는 완충지역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정원은 인위적, 인공적인 요소들과 자연적인 요소들이 서로 공존해 있는 공간이다.

건축의 직선, 말끔한 곡선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외부공간의 자유곡선을 만난다. 둘은 때때로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를 튕겨낸다. 잘 지은 건축물은 그 튕겨냄이 많지 않다. 인공적임에도 주변의 외부공간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들이 있다. 그런 것은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수들의 작품들이다.

옷을 입을 때도 서로 어울리는 코디법이 있듯이 외부공간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유도하는 정원 디자인에도 건출물과 어울리는 코디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원 디자인에는 건축물의 형태와 모양, 색상, 재질 등을 고려한 아이디어들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정원들의 공통점이 있다. 왠지 모르게 주택을 닮아있고, 담장 밖의 세상과도 닮아있다는.

조선의 양산보가 지은 담양 소쇄원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한국의 대표적 정원이다.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계곡물이 시작되는 정원의 끝 담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담장 아래를 훤히 뚫어 두어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 들어 내리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필요이상으로 보일 만큼 큰 공간을 뚫어 바깥 계곡의 경치를 정원으로 훔쳐와 두었다. 그럼에도 정원과 외부공간은 정확히 분리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음에도 확실히 나뉘어진… 그야말로 고수의 한 수다.
소쇄원을 다녀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계곡과 잘 지어진 정자를 기억하겠지만 나는 소쇄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어처구니 없는 담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나 있는 정자, 어디에도 있는 계곡에 생명을 넣어준 바로 그 담장 밑 구멍.

정원에 그런 구멍을 만들고 싶다. 아니, 내가 그런 구멍이 되고 싶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mail: E-mail:andy@andyslandscape.ca

Web:www.andyslandscape.ca

  • Andy's Landscape 대표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