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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임]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 연극으로 뽐내요”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11 09:39

노스 밴쿠버 청소년 한국어 모임 ‘우마싹’
‘우리 아이와 동네 아이들에게 한국어 책을 읽어 줘야겠다’라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모인 아이들이 친구를 데려오기 시작하면서 3명이었던 아이들은 10명으로 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한국어 모임이 됐다.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늘자 욕심이 생겼다. 여러 자료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아이들에게 ‘한국어의 맛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노스 밴쿠버 지역 청소년 한국어 모임 우리 마음의 착한 싹(이하 우마싹)의 이야기다. 

우마싹은 매년 모임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희곡 한 편을 연습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2012년에는 오즈의 마법사를, 2013년에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공연했다. 올해에는 오는 4월 26일 뮤지컬 중2 완득이를 무대에 올린다. 공연을 보름 앞두고 지난 2009년부터 5년 동안 우마싹을 지도하고 있는 서수연씨를 만났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보경, 이다혜, 한승헌, 유채영, 조유빈, 지솔, 김금비, 김은비, 강아람 / 서수연씨 제공 >

- 우마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처음에는 우리 아이와 동네 아이들 2명을 모아 한국어 책을 읽어주고 쓰기를 가르쳤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모임이 커졌어요. 지금은 매년 10명 안팎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조기 유학생이 많았습니다. 저학년이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읽고 쓸 줄은 알았죠.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욕심도 생겼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대입 국어와 논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죠. 우마싹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시작한 것은 2009년 8월이고요."

- 매년 연극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극 장르는 언어 영역에서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커리큘럼입니다. 한국에서는 1년 교과 과정 가운데 희곡이 항상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도 공연 연습 시작은 아이들의 흥미 유발을 위한 게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아이 부모님들만 모셔서 공연을 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는 아이들의 모습을 저희 우마싹 가족들만 보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부모님들과 뜻을 모아 극장 공연으로 올렸습니다."

- 한국어 교육에서 연극이 가져오는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연극 연습을 하면서 말하기 실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을 봅니다. 대사를 연습하면서 발음이 또박또박해지거든요. 그리고 관객들 앞에 서면서 아이들이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될 텐데.
"한국어 공연을 기획, 준비해 무대에 올리는 것은 제 개인의 선의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부모님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도움이 없이는 꿈꿀 수 없는 일이지요. 올해 중2 완득이는 대본 작업과 연출은 제가 했지만, 그 외의 음악, 조명, 소품, 의상 등은 모두 부모님들이 나누어 맡아 열성적으로 해주시고 계십니다. 연습 때마다 간식도 준비해 주시고 계시고요.(웃음) 공연비용도 함께 마련했고요. 안무나 포스터 디자인 등도 자원봉사해주시는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울러 모임장소를 제공해 주신 노스밴의 리딩게이트나 김종설태권도장의 깊은 배려와 지원이 없었다면 아마 공연 기획 자체가 어려웠었을 것입니다. 우마싹은 제가 시작한 모임이긴 합니다만 모두의 도움으로 자리 잡고 성장한 모임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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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있을 공연의 대본 연습 모습 / 서수연씨 제공 >

- 한국어 교육이 캐나다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는지.
"글쎄요… 캐나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앞서 중요한 것은 가족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은 가족과는 분명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이곳 캐나다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같이 한국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국어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한국 영화를 우리말로 감상하고… 한국어 공연을 함께 준비해 올리는 과정에서 부모님들과의 깊은 유대를 형성하게 되어 아이들은 보다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또 다문화 사회인 캐나다에서 세계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의 뿌리를 가진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청소년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 우마싹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마싹이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의미있는 한국어 모임이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국어로 말하고 쓰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이곳 밴쿠버에서 제가 누리고 있는 가장 큰 호사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지치고 힘들어도 멈출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늘 고마울 뿐입니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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