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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없는 방학" - 홍호경(카니 홍) / 옵션스 이민자 봉사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방학 없는 방학"

홍호경(카니 홍) / 옵션스 이민자 봉사회

이번 달부터 아이들의 여름 방학이다. 시험, 숙제등과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학교생활에 부닥쳐오던 아이들에게 2개월간의 여름방학은 그야말로 심신의 청량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여름 방학이 아이들이 미처 즐겨 보기도 전에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일을 자주 접하게 되곤 한다. 여름학교, 학원, 과외 등 부모가 주선해주는 또
하나의 전쟁이 방학대신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집안이 상당수 있다. 물론 다음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부실한 과목의 실력을 보충시켜 주고자 하는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가끔씩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여름방학이 없는 학교생활이 어떠할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여름방학이 아닌 정규 수업 기간 동안 우리 아이들이 당면하는 어려움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의 한국 어린이들은 일주일 중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주5일 등교를 위해서 일찍 일어나야 함은 물론이지만, 토요일은 이민 온 횟수에 따라서 한국어 학교 또는 영어 과외 수업이 기다리고 있으며, 일요일에는 교회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아노, 미술, 영어 등 과외 공부가 주중에도 빽빽이 계획되어 있다. 그래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며 학수고대하던 여름 방학을 맞게 되자 "너, 이번 방학은 지난해 점수가 좋지 않았던 OO과목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가 기다리고 있다.
왜 이민을 왔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제일 많은 답이 '아이들 때문에' 이다. 아이들이 더 잘되라고 이민을 온 것은 참으로 희생적이고 가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예를 들어 사춘기 즈음의 아이들에게는 학교 공부이상으로 정신적 성장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된다. 부모들의 이민 생활이 고달프다면 자녀들의 이민 생활 역시 어려운 점이 산재해 있다. 우선 사춘기에 가장 중요한, 소중한 친구들과 헤어져서 캐나다에 온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미처 사귈 여가도 없이 생소한 영어로 공부하는 학교에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을 해야 하는데 부모님의 기대치는 자신의 능력 한계를 초월하고 있고 부모들은 영어만 빼놓고 다른 모든 과목을 당연히 'A'를 받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부모의 친구 분들의 자녀보다 성적이 더 좋아야 하고, 가끔가다 부모들이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면 통역사 노릇도 해 주어야 하며 대학교를 가지 못하는 것은 천하의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 되는 것이라는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혀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사춘기를 한번 돌이켜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의 사춘기는 세상의 모든 고민을 내가 해결해야 할 듯한 부담감을 안고 방황하던 시기였었다. 우리 자녀들은 역시 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춘기에 있으면서 이민생활이라는 부가 과제마저 안고 있지 않은가? 이번 여름방학에는 "네가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느냐?" 라는 질문을 한번쯤 아이들에게 해주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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