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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다리는 건 딱 한마디야, 살아있다, 살아있다, 그거밖에 없다고”

진도=김수혜 기자, 목포=김경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18 14:50

실종자 대다수가 지장 찍은 주민등록증 없는 어린 생명
울음보다 비명에 가까웠다. 세월호 침몰 사흘째인 18일 새벽 목포중앙병원 안치실에 젖은 시신이 또 한 구 실려왔다. 오전 10시 검은 점퍼 입은 중년 여성이 ‘내 딸 맞나 확인하러 들어갔다. 몇초 뒤 철문 안쪽에서 그 엄마가 몸부림쳤다. "아우, 어떡해. 아우, 내 새끼. 이렇게 가려고…. 나는 어떻게 살라고…." 구체적인 말은 절반도 알아듣기 어려웠다. 통곡에 씹혀 꺽꺽 묻혔다.

고인은 여객선 직원 정현선씨. 17일 밤부터 18일 밤까지 정씨 외에도 17명의 시신이 새로 인양됐다. 그때마다 부모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관청 관계자와 가족 대표가 들어와 목쉰 소리로 외쳤다. "시신 확인하실 분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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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비가 내리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세월호’의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이 두 손을 모은 채 오열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

구조 인력은 바다에서 시신을 발견할 때마다 일단 팽목항에 옮겨 소지품을 검사했다. 이후 시신은 팽목항에서 1시간30분 떨어진 목포한국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이 꽉 차면 가까운 목포중앙병원으로, 거기도 꽉 차면 다시 목포기독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 전문의가 사망을 선고하고, 경찰이 지문을 조회했다. 소용없을 때가 많았다. 우리 국민은 만 17세가 넘어야 지장을 찍고 주민등록증을 받는다. 실종자 대다수는 그보다 어린 생명이었다.

결국 단원고 교사들이 병원에 대기하며 숨진 제자 얼굴을 디카로 찍었다. 학교가 보유한 학생들 사진과 하나하나 대본 뒤 아마도 이 집 아이겠거니 싶은 학부모에게 "한번 와서 봐달라"고 연락했다. 수많은 부모가 창백한 얼굴로 10대 소년·소녀의 시신을 들춰봤다. 어떤 부모는 "내 새끼" 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른 부모는 아니라고 도리질했다. 그럴 땐 서너 가족이 더 불려 왔다. 병원 직원이 "보고 있기 힘들다"고 했다. "자기 자식이 아니라 해도 거기 누운 애를 보면 누구나 지금 저 애가 나온 물속에 내 새끼가 들어 있는데… 싶을 것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이 체육관에 돌아와 은박 매트에 누웠다. 팽덕항에 나갔다 돌아온 부모들도 섞여 앉았다. 경찰이 아무리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부모들 귀엔 곧이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가 기다리는 건 딱 한마디야. 살아 있다, 살아 있다, 살아 있다! 그거밖에 없다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행기 사고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이 판가름나는 재앙보다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이런 사고가 가족에겐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사흘 생존자는 안 나오고, 함께 애태우던 다른 부모 아이들만 차가운 시신으로 잇달아 떠올랐다.

한 엄마가 단상에 뛰어올라가 "다 필요 없어! 박근혜 대통령 연결해!" 했다. 여러 아빠가 "대통령이 다 해준다고 했는데 왜 아무 진척이 없어?" 했다. 울부짖는 부모도 있고 "우리 모두 조금만 현명해지자"고 울먹이며 달래는 부모도 있었다. 경찰은 매번 묵묵히 들었다. 상대는 자식 생사를 모르는 채 실신하듯 쪽잠 자며 사흘을 버틴 사람들이었다.

진도=김수혜 기자 / 목포=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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