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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것”이 만든 위험한 한국

이한수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22 15:48

짧은 기간 성장으로 외형 키웠지만 내실 갖추지 못해 대참사 되풀이
매뉴얼보다 문화적 역량이 원인… 목표보다 원칙 지키는 의식 가져야


"한국 사회가 덩치는 커졌지만 이에 걸맞은 정신·문화적 역량을 축적하지 못한 것이 대형 참사가 되풀이되는 원인이다."(윤평중 한신대 교수)
"반복되는 위험신호가 있어도 비용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고, 이를 규제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이재열 서울대 교수)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1993년), 사망자를 32명 낸 성수대교 붕괴(1994년),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192명이 희생된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그리고 학생 등 승객 476명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까지…. 세계 10위권 국가라는 한국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기본과 원칙을 지켰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임이 이번 사건에서 또 드러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짧은 기간 압축 성장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목표 달성이 최고"라는 인식

박길성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이 '돌진형 압축 근대화'를 하면서 절차와 과정은 무시해도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성장 지상주의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


박 교수는 한국적 위험 사회의 배경에는 독특한 세 가지 문화적 인식 구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①"잘되겠지" 하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 ②"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는 대책 없는 모험주의 ③"나는 괜찮겠지"라는 자기 예외주의다. 박 교수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와 모험주의가 결합해 잠재적인 위험의 폭발성을 가중시키고, 여기에 자기 예외주의가 더해져 안전 불감증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뉴얼 아닌 가치관 문제

우리 사회에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이유가 '안전 매뉴얼'이 없기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2000년대 이후 매뉴얼은 대체로 갖춰졌지만 이를 실행하는 이들이나 감독하는 이들이 모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 처리하고, 사회 전반이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삶의 현장에서 위기 순간에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정신적 가치관과 문화적 역량이 외형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90년대 이후 대형 사고의 문제는 테크놀로지(기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 건설업체가 외국에서 지은 건물은 전혀 문제가 없는 반면 한국에서 지은 건물에는 부실 논란이 따르는 것은 한국 사회의 규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반복되는 위험신호가 있는데도 비용 절약을 위해 원칙을 무시하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규제하는 시스템이 느슨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교육 통해 의식 수준 높여야

후진적 대형 인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시민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산업화·정보화에 대응한 기능적 교육에만 치중해 왔다"면서 "이제는 기본 질서 지키기와 안전 문제에 대한 성찰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단기적으로 구난 시스템의 일원화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 국민이 기본과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시민 의식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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