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 회계사 |
주류사회 동경
요즈음 한국에 캐나다 이민붐이 일고 있다는데, 주된 이민 동기는 "보다 나은 삶의 질"과 "자녀들의 교육"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다. 자녀들이 영어 빨리 배워서 공부 잘 하고 졸업 후 좋은 직업과 직장을 얻어 한국 사람보다는 캐나다인(백인) 상대하면서 사는 것, 소위 캐나다 주류사회 입문이 대다수 부모들의 희망 사항인 셈이다. 아무리 좋은 직업이라도 백인상대여야만 하고, 다소 하찮은 직업이라도 백인 밑에서 일하면 주류사회에 입문한 것이 아니냐는 실소가 나오는 대화를 들은 적도 있다.
이 주류사회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은 한국에 살고 있거나, 캐나다에 잠정적인 체류를 하는 직업인들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의식의 결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있어야만 누릴 수 있고, 힘이 없으면 무참히 짓밟히는 한국 사회 분위기의 산물이다. 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 동경을 낳고, 이루지 못하면 열등의식으로, 이루면 유치한 과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사실 주류, 비주류를 결정하는 것은 직종, 직장, 직위, 영어능력, 재산 정도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처해있는 지역 사회에 소속감을 가지고 융화하면서 주변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주류, 비주류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여기에다 점점 복잡해지고 특수화되고 전문화되고 개별적이 되어 가는 요즈음에는, 한 사람이 총망라하여 주류사회에 속해 있기는 어렵다. 사회적인 주류가 문화적인 비주류가 될 수도 있고, 정치적인 주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 자신이 명실공히 주류사회에 속해 있다고 자부한다면 이는 안타깝게도 착각일 수 있다.
이러한 다중적인 주류사회의 개념에 반드시 첨부되어져야 할 것이 있다. 이민자 국가인 캐나다에서 자신이 가진 'Ethnic Community'와의 연계성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식견을 풍부하게 해 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과 다양하게 교류하면서 한인 사회와 타 지역 사회 간에 지속적인 접촉을 통하여 우리는 주류사회의 핵심에 설 수 있다.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으며 남의 능력과 존재를 존중하는 자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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