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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미국여행 - 이우석 / 재향군인회 서부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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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2-00-00 00:00

이우석 / 재향군인회 서부지회 회장

전시 미국여행


필자는 10월 19일부터 한 주간 미국여행을 감행(?)했다. 미국의 지상작전이 시작되고 테러 집단의 또 다른 보복 위협과 탄저균의 공포까지 확산되고 있을 때였다. 위험하다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여행을 결행한 것은 휴스턴에 사는 아들 가정을 방문하기로 이미 예정됐던 터였고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는 이 때가 오히려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과, 과연 전시하의 미국은 어떤 상태인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하여 다른 여행자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어떤 분은 네 시간 전에 공항에 가야 한다고 말했으나 두 시간 앞서 도착해도 충분했다. 앞서 30여명이 줄을 서서 체크 인을 하고 있었는데 입국절차까지 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 여행 백에 금속물을 넣지도 않았지만 육안 검사도 없었고 휴대 가방에 넣은 카메라를 훑어 본 것이 전부였다. 다만 컴퓨터로 승객의 신원조회를 하는 것 같았으며 지금까지 허용돼 왔던 Boarder Crossing Card는 이미 무효가 되고 정식 비자를 요구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텅 빈다는 말과는 달리 좌석은 삼분의 이가 차 있었다. 주변을 돌아 보았다. 긴 수염에 터번을 쓴 사람이 안보여 우선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항해 싸울 방법을 궁리하다가 볼펜이 유일한 무기라는 걸 발견했다. 이것으로 테러범의 급소를 찌르면서 덮치기로 했다. 수상한 자가 없나 이리 저리 살피다가 예리한 눈초리와 마주쳤다. 보안원인 듯한 그는 오히려 이쪽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른 책으로 눈을 돌렸다. 4시간의 비행은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하기만 했다.
미국 4대 도시의 하나인 휴스턴에 가보니 시민들의 생활에서 전시를 느끼게 하는 긴장감은 전혀 볼 수 없었다. 탄저균에 대한 위험도 피부로 느끼지 있지 않은 것 같았으며 평상시의 일상생활 그것이었다. 토요일 아침엔 네 살과 다섯 살 짜리 두 손자의 축구경기를 보러 갔다가 큰 감명을 받았다. 끝도 없이 넓은 공설 운동장에 수십 개의 골대를 세워 놓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남녀학생 수백 명이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운동장은 선수, 코치, 심판, 학부형들이 한데 어울려 열기에 가득 차 있었다. 학교 숙제나 피아노 과외, 심지어 전쟁 같은 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닌 듯 했다.
한편 개인 주택이나 공공 건물에 걸려있는 대형 성조기는 그들의 애국심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주일에는 한인교회에 갔다가 그곳에서 설교와 공중기도를 통해 전시라는 실감을 갖기도 했다. 고아와 과부를 돕는 미국인들의 자선 골프 대회에도 참가 했었다. 이 대회에 나온 Oil Company의 한 간부는 자신의 회사에서 테러 참사를 돕기 위해 500만 달러를 희사 했으며 10만 명의 직원이 있으나 감원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미국인들은 이번 전쟁에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결국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 같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갈 때보다도 조용했다. 공항에 내리니 내자는 마치 개선장군을 맞이하듯 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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