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학력 인플레 시대 - 허남린 교수 / UBC 아시아학과 부교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허남린 교수 / UBC 아시아학과 부교수

학력 인플레 시대


한국의 유수한 지방 사립대학에 근무하는 정치학자인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요즈음 학생들 사이에 무슨 전공이 인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나는 아마도 경제학과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틀렸다. 가장 인기있는 학과는 행정학과라는 것이었다. 행정학과가 최고로 인기가 있다고 이상할 것은 없지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왜 행정학과가 그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가'에 대한 이유였다.
그 이유는 9급 지방공무원 시험에 있었다. 행정학을 전공하면, 9급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그 친구에 의하면, 행정학 전공자 중에 서기보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많아야 매년 4명에서 5명인데, 그것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행정학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 9급 공무원 시험은 대개 고졸자의 독점 무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나에게는 당시 큰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요즈음 한국의 '취업 전쟁'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 나의 놀라움은 한국의 실정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법고시의 합격자가 어느 증권회사의 신입사원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고, 중앙 정부의 7급 공무원 시험에 정원의 몇 배가 넘는 박사, 석사 학위 소지자들이 몰렸다고 한다. 가히 한국사회의 학력의 인플레가 가져다 준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누구든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다. 좋은 직장을 갖기 의해 어릴 적부터 온갖 노력을 쏟는 것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세계는 하나, 교육 기회도 이제는 국가 벽이 허물어져가고 있다. 하기야, 미국에서 일년간 배출하는 공학박사 1만 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중국 유학생이라 하지 않는가! 이제는 최종 학력으로 밥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 학력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끊임없이 자신의 실력을 연마하고 경험을 쌓아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처럼 고학력 시대에 예컨대 하바드 대학의 박사학위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답은 길어야 일년이다. 새로운 연구를 계속 생산해내지 못하면 그것으로 빛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아니라,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소이(所以)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퍼레이드와 사자춤, 공예 체험 등 다양한 행사
아시아권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아 오는 주말, 밴쿠버 차이나타운 및 각지에서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이제 밴쿠버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많은...
[밴쿠버]밴쿠버서 방화추정 화재 잇따라밴쿠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12일 밴쿠버 시경(VPD)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경 스탠리 파크 아쿠아리움 인포메이션...
밴쿠버스탠리 파크서 아시아계 30대 여성 피살, 경찰 수사밴쿠버의 관광 명소인 스탠리 파크에서 아시아계 30대 여성이 피살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밴쿠버 시경(VPD)은 24일 오전 6시께...
밴쿠버 아시안 영화제 7일 개막…영화 40편 상영
제17회 밴쿠버 아시안 영화제(Vancouver Asian Film Festival·VAFF)가 7일 개막한다. 올해 '너티 오어 라이스'(Naughty or Rice)라는 테마로 10일까지 진행되는 VAFF는 40편의 영화를 통해 각 아시아 국가의...
서영미/ 리젠트 크리스찬 아카데미 교사 아시아 사람들이 좋다! 캐나다에 온 이후로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어느 모임을 가던지 나와 비슷한 까만 머리의 사람들을 찾는 습관이다.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와 같은...
허남린 교수 / UBC 아시아학과 부교수 멈추면 끝난다 모르던 한국 사람을 만날 때 가끔 겪는 필자의 경험담이다. 대학에서 일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방은 의외라는 듯, 두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일본말도 좀 할 줄...
허남린 교수 / UBC 아시아학과 부교수 학력 인플레 시대 한국의 유수한 지방 사립대학에 근무하는 정치학자인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요즈음 학생들 사이에 무슨 전공이 인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나는 아마도 경제학과가 아닐까...
허남린 교수 / UBC 아시아학과 교수 '국제화 의식'의 현주소 두 달 전의 일이다. UBC의 한국학 연구소 주최로 소규모 '국제' 학술회의가 있었다 한국의 모 대학에서 세 명의 학자가 참가하고, 인근의 빅토리아 대학에서도 참가자가 있었으니 '국제'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