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14-05-07 11:28

끝내주는 화창한 날씨가 몇 일 동안 이어졌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온 동넬 지저귀며 화창한 날씨에 기막힌 반주를 넣어주는 자그마한 새들이 가득하다. 바야흐로 봄이다.

차 한잔을 들고 데크에 나가 앉았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살랑인다. 길게 늘어뜨린 사과나무 가지 끝엔 분홍빛 꽃망울이 조망조망 달려있다. 볕이 든 쪽은 이미 꽃망울이 터져 하얀 속살을 내비친다. 내가 느끼는 이 살랑이는 바람을 같이 느낀다.

나무들은 그 동안 참아왔던 꽃망울을 터트리고 새 가지를 뻗어내기 바쁘다. 겨우내 자취 감췄던 꽃들은 새 순들을, 꽃대를 쏟아내고 있다.

나는 봄의 빛깔을 가장 좋아한다. 연두 계열 밝은 초록 빛들은 보기만 해도 기운 넘치는 색이다. 생명이 시작하는 색이며 꿈이 커가는 색이다.

그런데 이번 봄. 그토록 아름답던 연두 빛 봄을 맞으면서도 이번만은 한껏 즐거워할 수가 없다. 그 미치도록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마다 꽃봉오리 같고 새싹 같은 우리의 아이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꽃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렸고, 새싹은 새 가지도, 줄기도 되기 전에 말라 떨어져 버렸다. 정신 팔려도 시원찮을 만큼 화려한 이 봄을 만끽하기에는 너무나도 죄스럽고 슬픈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자연의 법칙은 사람의 법칙보다 앞서가고 완벽하다. 그래서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 순리다. 당연한 것, 마땅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마땅하지 않은 것에 밀려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순리가 아니다. 순리가 아닌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것 또한 자연의 법칙이다.

나무나 꽃들이 병들어 죽어갈 때는 이유가 있다. 볕이 잘 들지 않거나, 배수가 잘 되지 않거나, 물이나 영양분이 부족할 경우엔 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되는 땅에 옮겨 물과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주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연을 훼손해서 생기는 보다 광범위한 문제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이나 고사 등은 한 나무를 어찌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장의 연기로, 자동차의 매연으로, 자연훼손 등으로 인해 생기는 나무의 질병이나 고사에 대한 문제는 한 정원사의 노하우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사막 한 가운데서 이끼를 키울 수는 없지 않는가.

봄이 지나야 여름이 온다. 또 여름을 보내야 가을이 온다.

꽃을 피워내지 않고 맺히는 열매도 없다.

그러나, 봄을 생략하고 여름부터 기다리는. 여름을 피해 결실의 가을을 바로 기대하는 얄팍한 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눈 앞이 이익에 눈 먼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끄러운 짓거리들은 정원의 꽃과 나무들에게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들은 순리에 맞춰 싹을 올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게 순리니까.

아… 사과 꽃 봉오리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쪽이 팔린다.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mail: E-mail:andy@andyslandscape.ca

Web:www.andyslandscape.ca

  • Andy's Landscape 대표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