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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4-06-06 13:05

<아침>

어디에서 들려오나
이 집, 저 집, 제 집마냥 왔다 가며 지저귀고
콧등 스치는 상큼한 바람엔 솔잎 향 가득 묻었네.

오므리고 밤 지샌 꽃망울
기지개로 아침 햇살 반가이 맞네.

혀 끝에 진하게 남은 커피
너 아녔음 어쩔뻔했나 시간 가는 줄 몰랐을 테니.

흔히들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모양이나 색깔 등의 시각적인 요소들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시각은 오감 중 가장 중요하고 강렬하다. 하지만 느낌이라는 것은 시각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 조잘조잘 대는 산 새 소리가 색다른 느낌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장작 타는 냄새, 바다 짠 내음 등이 경치를 감상하는데 더한 감흥을 안겨주기도 한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오감이라고 부른다. 사물을 인식하는 요소들로서 이를 통해 우리에게는 '느낌'이라는 것이 생긴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시각은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각적인 요소에 다른 감각적인 요소가 더해질 때는 그 영향력은 말할 나위 없이 커진다.

꽃은 아름답다. 꽃을 선물 받은 사람은 의례 그 향기를 맡으며 더 행복해 한다. 향기 있는 아름다운 꽃은 더더욱 아름답다. 화려하지만 향이 없는 꽃도 있고 소박하지만 진한 향기를 머금은 꽃도 있다.

정원 곳곳에 보이지 않게 스피커를 숨겨두고 새 소리, 바람 소리, 때론 잔잔한 음악을 흘려 보내는 조경기법도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귓가에 즐거움을 안겨주는 풍경 소리, 시원한 생동감을 살아있는 물 떨어지는 소리도 있다.

촉감으로 느낌이 더해지기도 한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대리석 위에 앉아 있는 기분과 울퉁불퉁 자연 그대로의 모양의 바위에 걸터앉은 기분은 다르다. 나무 바닥을 걷는 느낌과 자갈밭을 디디는 기분이 다르고, 푹신푹신한 바닥을 둥둥 튕기듯이 뛰느냐 딱딱한 콘크리트를 밟고 걷느냐에 따라 우리의 느낌은 달라진다.

정원에 이런 오감들을 느낄 것들이 많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그런데 간혹 보면 이 행운아들 보다 더 멋진 정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들 만의 추억과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정원들이다. 나는 이런 정원에서 흔히들 말하는 오감 이외에 또 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과연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 일까.


Andy's Landscape 대표
www.andyslandscape.ca

앤디의 조경 이야기

칼럼니스트:앤디 리

E-mail: E-mail:andy@andyslandscape.ca

Web:www.andyslandscape.ca

  • Andy's Landscap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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