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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사람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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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4-04-14 00:00

서영미/
리젠트 크리스찬 아카데미 교사

아시아 사람들이 좋다!

캐나다에 온 이후로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어느 모임을 가던지 나와 비슷한 까만 머리의 사람들을 찾는 습관이다.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와 같은 아시아인이면 마음이 편해지고 일단 그들도 편견 없이 나를 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생기기 때문이리라 짐작해본다.

4년 전 여름방학에 세계 각 나라에서 온 50명의 불어 교사들을 위한 3주 연수에 참가하게 되어 퀘벡에 간 적이 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난 들떠 있었다. 오전 수업 후 야외학습을 위해 난 버스에 제일 먼저 올라 누가 내 옆에 앉을까 내심 궁금해 하면서 앉아 있었다. 시간이 되어 한 사람씩 차에 타기 시작했고, 나의 기다림과는 달리 각자 나를 힐끔 보고는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아닌가? 결국 마지막까지 아무도 내 옆에 앉지 않았고 나는 오랜만에 소외감이라는 것이 무엇이지 절실히 느끼며 지루하고 외로운 오후를 보냈었다.

그날 나는 유일한 아시아인이었고 다른 백인 교사들은 내 까만 머리 자체만으로 거리감을 느꼈던 것이리라. 이후 좀더 친해지고 나서 상황은 달라졌지만 아마 나와 같은 아시아인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날 그렇게 외로운 오후를 보내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날의 체험은 밴쿠버에 돌아온 이후로도 잊혀지지 않는 경험이었다. 그 일로 캐나다 학교 내에서 한국 학생들이 느끼는 것을 좀더 공감할 수 있고 또 나와 비슷한 모습의 모든 아시아인들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제 어느 모임에 가도 우선 머리색깔을 본다. 일단 내 시야에 목표물이 포착되면 별로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인데도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면 십중팔구 좋은 새로운 친구를 만들게 되고 그날의 모임은 만사 OK다. 이유가 뭘까? 결론은 '동병상련'이란 생각이 든다.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캐나다에서 'visible minority'라는 타이틀을 지고 살아가는 같은 형편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의 무언의 안도감이 아닐까?
중학교 때 이민 와 30여년을 보낸 일본인 친구 타로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데도 아시아인을 만나는 게 편하단다. 하긴 2살 때 이민 와 11년을 이곳에서 보낸 일명 '바나나'인 아들도 중국계나 한국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면 언어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이 든다.

어쨌든 난 아시아 사람들이 좋다. 그래서 아시아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감 있게 이곳에서 자리잡고 인정 받는 모습이 좋다. 하지만 주류사회에서 우리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우리가 먼저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자랑하는 것은 어떨까? 아시아의 역사 깊은 문화도 보여주고,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도 하고 그럼으로써 자라나는 우리 후세들이 우리가 느끼는 주류문화로부터의 소외감에서 좀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밴쿠버에서 한국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아시아인들과 함께 소리를 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매년 5월은 아시아 문화의 달이다. 밴쿠버 곳곳에서 다양한 아시아인들의 문화를 알리는 좋은 행사들이 많이 열린다. 그리고 4월 15일은 아시아 문화의 달 오프닝 행사 날이다. 아시아 지역 사회에 공헌이 큰 사람이나 단체를 선정하여 상도 주고 각 나라들의 대표적인 문화 공연도 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른 누구가 아닌 우리가 먼저 칭찬을 해야 하는 것처럼, 아시아인들에 대한 격려는 다른 어느 누구가 아닌 우리 아시아인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4월 15일 오프닝 행사가 모든 아시아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기를, 무엇보다도 우리 한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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