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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슈] 홍콩의 우산혁명, 밴쿠버에 영향은?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03 13:42

캐나다 언론은 홍콩의 '우산 혁명(umbrella revolution)'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홍콩은 세계의 금융 중심지이기도 하거니와 홍콩계가 캐나다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2차 톈안먼(天安門)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거나, 그와 유사한 규모로 중국이 홍콩의 민심을 흔들어놓는 상황이 된다면 제2차 홍콩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발생한 홍콩 엑소더스에서 목적지는 밴쿠버였기 때문에, 캐나다 언론은 이러한 부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캐나다에 사는 홍콩계 3명 중 1명이 메트로밴쿠버와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 휴대전화 불빛 시위 중국의 홍콩 행정장관 선거 개편안에 반발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홍콩 주민과 학생들이 1일 어둠이 내리자 일제히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이날 건국기념일 축제와 연휴가 시작됐지만 이들은‘자유와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검은 옷을 입고 반(反)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사진=블름버그 >


캐나다인이 가장 많이 사는 국외 도시 1위 홍콩

2011 년 아시아퍼시픽재단 조사 결과를 보면 홍콩에는 캐나다인 29만5000명이 살고 있다. 국가별 캐나다인 디아스포라를 인구에 따라 순위를 정하면 미국 다음으로 홍콩이 가장 규모가 크다. 홍콩에 사는 캐나다인 상당수는 1997년 영국의 홍콩 중국 반환 전에,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정치적 안정과 안전을 보장해줄 캐나다 시민권이란 새 신분을 찾아 이민 온 홍콩계의 자녀다. 

홍콩계의 캐나다 이민은 1989년 베이징에서 톈안먼 민주화 요구 시위 진압 과정을 지켜본 후 절정을 이뤄, 홍콩 반환 직전에 캐나다에는 홍콩인 이민이 매년 4만 명 이상 들어왔다. 중국인 사이에서 6·4사건으로 불리는 톈안먼 시위 진압과정에 숨진 시민만 중국정부 공식발표로 300명이다. 자국 시민을 군대를 동원해 사실상 학살한 이 사건은 당시 중국반환을 앞둔 영국령 홍콩 엑소더스에 기름을 부었다.

1996년부터 2011년 사이 캐나다로 이민 온 홍콩인 30만명, 이들 중 상당수가 메트로 밴쿠버에 거주했다. 또 적지 않은 숫자가 캐나다 시민권이라는 새 신분을 획득한 후 캐나다를 떠났다. 당시 장쩌민 주석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약속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하고 귀환한 대표적인 인물로 아시아 최고의 부호로 꼽히는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회장, 추이랍치(徐立之) 홍콩대 부총장 등이 있다.

현재 홍콩에 사는 캐나다인 중 다수를 차지하는 그룹은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왔거나 캐나다 국내에서 태어난 홍콩계 1.5세나 2세다. 이들은 1990년대에 캐나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집 안에서 캔토니즈(廣東話)와 영어를 썼고, 또한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普通話)도 배워 구사할 줄 안다. 신분은 캐나다인이지만 문화적으로 홍콩에서 자란 사람들과 큰 이질감은 없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어(Hong konger)'라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갖고 캐나다에서 살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다수의 홍콩계가 거주하면서 밴쿠버를 '홍쿠버(Hongcouver)'로 빗댄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캐나다 국내 홍콩계 인구는 감소 추세다. 홍콩계 1.5세나 2세가 더 나은 소득과 일자리를 찾아 캐나다를 떠나 홍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싱선수 데릴 오영(O'Young)이나 배우 겸 가수 천관시(陳冠希) 같은 이들은 모두 밴쿠버에서 태어난 홍콩계 2세로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취득한 전문 자격을 홍콩에서 그대로 인정받아 홍콩의 고소득 직종에 적지 않은 캐나다인이 안착하고 있다.

이 결과 현재 상황은 캐나다에 사는 홍콩계보다 홍콩에 사는 홍콩계 캐나다인이 더 많아졌다. 2011년 캐나다 인구 조사에서 캐나다에 사는 홍콩 태생은 20만 5000명으로, 2005년 집계된 21만5000명, 1996년 집계된 24만1000명보다 더 줄었다.  2011년 이후 새로 캐나다로 오는 홍콩 출신 이민자는 매년 800명 수준인데 반해 매년 수천 명의 홍콩계가 캐나다 여권을 들고 홍콩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캐나다 국내 중국계 인구가 급감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매년 3만5000명 가량의 본토 중국인이 캐나다로 이민 와 홍콩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계와 본토 중국계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고, 문화·정치적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캐나다 사회에서도 다른 그룹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산 혁명의 목표는 민주주의, 귀국은 생각 밖

홍콩에 사는 홍콩계 캐나다인도 다수 우산 혁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들은 캐나다로 귀국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당장 '홍콩 피플'의 민주적 권리 요구가 최우선이란 중론이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콩의 한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홍콩계 캐나다인 신디 웡(Wong)씨는 "사태가 심각해지면, 귀국까지는 몰라도, 홍콩 외에, 예를 들면 캐나다의 집 같은 해외 재산 마련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웡씨는 "누구도 최악의 상황은 원치 않는 것 같지만, '만약에'를 고려하고 대비하는 사람은 어디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계 캐나다인으로 회사원으로 근무하는 마틴 추(Chu)씨는 웡씨와 의견을 약간 달리한다. 추씨는 "젊은 캐나다인이 홍콩에 온 이유는 직장 때문"이라며 "삶의 터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으니 우산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젊은 층은 대체로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추씨는 "홍콩은 외국이 아니라 집과 친구와 일터가 있는 나의 생활 장소"라며 "정치적으로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고 해서 다른 나라를 쉽게 떠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추씨는 "대부분 젊은 캐나다계 홍콩인은, 소득이 높다고는 해도, 홍콩의 최근 높게 오른 생활 물가에 빠듯한 생활비로 살고 있기 때문에, 따로 해외 투자를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밴쿠버지역 홍콩계 연대 시위

이 가운데 밴쿠버에 사는 홍콩계도 우산혁명에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9일 밤에 홍콩계 300명이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주밴쿠버중국 영사관 앞에 모여 민주화 촉구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 어 1일 UBC홍콩학생회는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을 시작했다. 한인들이 세월호 추모의 의미로 달았던 노란 리본이 홍콩계에게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상징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코퀴틀람에 거주하는 홍콩계 마리나 총(Chong)씨는 "홍콩 자유를 지지하는 의미로 노란 리본은 최근에 등장한 것"이라며 "북미 대학에 다니는 홍콩계 학생들이 1일 홍콩을 위해 노란색을 달자(Wear Yellow for Hong Kong)며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우산혁명 연대 활동의 하나로 일부 홍콩계는 캐나다 정치인들의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인의 발언은 트위터 등을 통한 원론적인 민주주의 지지 언급 정도로 공식적인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5일 오후 3시에는 밴쿠버아트갤러리 랍슨가 출구 앞에서 밴쿠버에 사는 홍콩계의 연대 시위가 있을 예정이다.


<▲ "몸은 캐나다에 있어도, 마음은 홍콩에 있다" UBC 학내에서 노란리본 달기 운동을 한 홍콩 학생들. 사진=Facebook/Hksa UBC>



우산혁명의 이유는?

중국은 2017년부터 홍콩 행정장관 후보가 되려면, 친중국계로 구성된 선거인단 1200명으로 부터 과반 지지를 받아야 후보로 나설 수 있게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 개정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결정했다. 현재까지 간선제였던 선거제도를 직선제로 바꾼다면서 이러한 방식을 체택한 것이다.
사실상 친중국계 아니면 행정수반이 될 수 없게 한 조치다.

이에 반대해 중국 반환 이후, 중심가에 인파가 집결한 최대 규모 시위가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와 선거제도 개정 무효를 요구하고 있다. 렁 행정장관이 목표가 된 이유는 홍콩 학생에게 중국 국민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나서는 등 친중국 전력 때문이다. 중국 국민 교육은 민주주의보다 중국의 공산당 지도체제가 우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선거제도 개정의 책임도 렁 행정장관에게 있다고 시위에 나선 홍콩계는 보고 있다. 우산 혁명이란 이름의 기원은 홍콩 시민들이 날아오는 최루탄을 막기 위해 들고 나온 우산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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