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잘못된 의약의 무서움을 이야기할 때 예시로 등장하는 약,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가 캐나다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피해자들이 노령화하면서 캐나다 정부에 대응책을 요구해 과거의 사연이 다시 신문 지상과 TV에 나오고 있다. 탈리도마이드의 영어 발음은 "셀리더마이드"에 가깝다.


<▲'입덧 멈추는 약'으로 소개된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팔이 태중에서 자라나지 않은 채 태어난 아이들. 자료원=Univ. of Bristol >
◇ 캐나다 당국, 부작용 모르고 판매허가

◀캐나다 국내에서 시판된 탈리도마이드 약병. 자료원=탈리도마이드피해자協
캐나다 국내에 탈리도마이드가 들어온 시점은 1959년 말부터다. 처음에는 샘플로 사용됐고, 1961년 4월부터는 판매허가를 받아, 처방전에 따른 약품으로 공급됐다. 국내 의사들은 아침 입덧(morning sickness)을 호소한 임신 여성에게 처방했다. 그러나 생산국인 서독과 유럽지역에서 기형아 출산 문제가 언론을 통해 61년 말 제기되자, 판매회사는 62년 3월에 캐나다 판매 허가를 자진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리도마이드 수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62년 5월까지도 캐나다 약국에서는 탈리도마이드가 판매됐다. 피해자협회는 캐나다가 가장 마지막까지 이 약을 시판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미국선 발매 막은 캐나다인 영웅 탄생
반면에 미국은 캐나다 태생 공무원이 이 약의 판매를 막아, 가장 피해가 적은 나라가 됐다. 그 공은 약학자·의사 프란스 올드햄 켈시(Kelsey·100)여사에게 있다.
1960년 FDA(미식품의약품국)에 취업한 켈시 여사는 첫 업무로 미국의 탈리도마이드 판매사인 리처드슨머렐사가 제출한 판매허가 자료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판매사가 낸 자료로는 태아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해 추가 연구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캐나다 등 20여개국에서 판매허가를 내준 상태에서 켈시 여사의 결정은 관료주의적 태도로 보일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이를 생각해 그 결정을 밀어붙였다. 또한 제조사가 추가 자료를 준비하는 사이, 켈시 여사는 관련 검토를 게을리하지 않고, 영국에서 발표된 탈리도마이드와 기형아 출산 상관관계를 지적한 최신 임상자료를 찾아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켈시 여사는 추가 연구자료를 받고도 허가를 또 한 차례 거부했다.
애가 탄 판매사는 그녀의 상관을 통해 허가 내줄 것을 압박하며, 경고문 삽입 후 판매허가를 재차 요청하나 켈시 여사는 이번에는 독일에서 나온 부작용에 관한 자료를 들어 재차 거부했다.
켈시 여사가 허가를 근 1년이상 내주지 않는 동안, 독일에서는 탈리도마이드의 현지 상표인 콘테르간(Contergan) 스캔들이 터진다. 임신 여성의 기형아 출생 문제가 서독 언론을 장식하자, 리처드슨머렐사는 자발적으로 미국내 판매허가 신청을 취소했다. 캘시 여사의 공은 뉴욕타임스 등이 특종 기사로 다루면서 미 전역에 알려졌다. 결국 1962년 존 F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켈시 여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최우수 연방정부 공직자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공공의료 재난을 예방한 공"이 수상 이유였다. 미국에는 외국서 약을 구해 복용해 문제가 생긴 사례 외에는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피해자가 없다.

<▲ 미국의 캐나다인 영웅, 탈리도마이드 미국내 시판 허가를 거부한 프란스 올드햄 켈시 여사에게 존 F. 케네디 미대통령이 공직자상을 수여하고 치하하고 있다. 자료원=미국의회도서관 >
지금도 FDA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2010년 미국 정부가 정한 공직자상의 예시인 켈시 여사는 캐나다인이다. 켈시 여사는 1914년 BC주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출생해, 현재 빅토리아대학교(UVic)의 전신인 빅토리아칼리지를 졸업하고 맥길대 대학원에서 약학 석·학사과정을 마쳤다. 1942년 맥길대 은사 추천으로 시카고대 약학대에 박사과정 학생겸 연구조교로 가면서 미국행을 택했다.
동 대학원에서 남편 프레먼트 켈시 박사와 결혼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과정 연구로 켈시 여사는 말라리아에 대한 합성치료제를 연구했는데, 이것이 탈리도마이드의 판매허가 자료의 미비한 부분을 찾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연구 중 '합성의약품은 산모의 자궁을 통과하지 못해, 태아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당시 의학계의 잘못된 관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녀는 합성치료제 일부는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고, FDA에서 근무하게 됐을 때 이 점을 들어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관련 임상 자료도 꼼꼼하게 검토했다. 24일자 글로브앤 메일지에는 50년전 탈리도마이드의 미국 보급을 막은 100세의 켈시 여사가 1면 사진으로 등장했다.
100세인 그녀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50년전 자신의 결정에 대해 "고집을 부렸는데 운이 좋았다"며 자기 영역의 근본적인 규칙에 대해서는 "소신을 지키라"고 충고했다.
◇개별소송 후 합의 , 일회성 보상, 그리고 추가보상 요구
캐나다 국내 탈리도마이드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는 사실상 이번이 세 번째다. 첫번째 보상요구는 개인대 제조사·판매사간의 소송이다. 1960년대말부터 1970년대초 사이 소송이 청구돼 모두 법정 외 합의로 처리됐다.
협회는 "합의 조건으로 보상금 비공개 조건이 달렸는데, 이 결과 같은 수준의 장애더라도 개인별로 보상금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상금은 대부분 탈리도마이드 피해자의 부모가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데 소모됐다.
이어 두 번째 보상요구는 1987년 전쟁상이자협회(War Amputation of Canada)가 탈리도마이드 특별팀을 구성해 피해자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면서 나왔다. 탈레도마이드 발매허용 및 판매면허 취소에도 불구하고 약을 방치한데 대한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물은 단체 움직임이었다. 협회에 따르면 "당시 보건부는 캐나다 태생 탈리도마이드 피해자에게 특별지원계획을 발표했으나, 한 차례 지급된 최대 1인당 8만2000달러 특별지원금은 장애 관련 비용으로 오래전에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 봤을 때 피해자들은 제조사·판매사와 합의, 정부의 특별보조금 지급으로 받을 것은 다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 의회는 협회의 요청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어찌됐건 국민의 요구이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제기한'국민의 고통'을 무시할 수 있는 정당은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 협회요구는 긴급지원금 25만달러에 매년 7만5000달러에서 15만달러 지원이다.
참고로 기형을 유발하는 약 탈리도마이드는 지금도 사용 중이다. 단 과거처럼 임신여성에게 쓰이지 않고 한센병 합병증 치료 및 다발성 골수종양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투여한다. 가임여성이나 또는 임신 계획이 있는 가정의 남성에게는 처방되지 않는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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