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우리들 최고의 놀이터”
밴쿠버에 살다 보면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이따금씩 듣게 되는 비슷한 질문이 하나 있다. 밴쿠버의 관광지를 추천해 달라는, 듣는 사람 입장에선 살짝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요구”가 바로 그것. 여기에 “산이나 호수, 이런 데는 빼고 말야”라는 단서가 달리면 뭐라 답하기가 더욱 곤란해진다. 보는 눈에 따라 다르겠지만, 밴쿠버가 화려한 외관만을 갖고 승부하는 그런 도시는 아니라서다.
그럼 어디가 좋을까? 상대가 툭 던진 질문을 밤잠을 설쳐가면서까지 들어줘야 하는 모범생 스타일에겐, 감히 장담하건대 “그랜빌아일랜드”가 정답이다. 삶의 한면을 담은 시장, 여행지에서 반드시 챙기고 싶은 맛집, 예술가의 거리부터 신선한 맥주, 그리고 넉넉한 산책로까지 이 모든 것을 그랜빌아일랜드 한곳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연말엔 각양각색 이벤트들이 선물처럼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이번주 “다운타운 스토리”엔 밴쿠버가 품은 섬, 그랜빌아일랜드를 담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행자 뿐 아니라 밴쿠버라이트들에게도 이곳은 분명 명소다. 진심으로 기쁘게도,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이 재발견된다.
Kenny Louie/flickr(cc)
시장 안에서 즐기는 클램차우더
그 따스함이 요즘 같은 시기엔 딱
그랜빌아일랜드는 다운타운과 다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굳이 말을 보태자면 다운타운의 이웃사촌 같은 장소로 평일이나 주말 할 것 없이 늘 사람들로 붐빈다. 이 인기의 이유가 궁금하다면, 네비게이션 검색창에 우선 “그랜빌아일랜드 퍼블릭마켓”을 입력해 보자. 운이 좋을 경우 이곳 앞 주차장을 세 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그 정도면 시장을 둘러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시장에서는 과일, 치즈, 수산물 등 먹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수제 비누, 모자, 의류, 그림까지 별의 별것이 다 있다. 가지고 간 장바구니가 이 모든 것을 흡수하지 않는다 해도, 그냥 “시장 구경”만으로도 삶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랜빌아일랜드에서 행복한 한때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보태진다면, 행복한 느낌이 감탄사로 표현되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시장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것질. 물론 떡볶이나 튀김, 빈대떡 같은 한국 재래 시장의 메뉴를 찾아볼 순 없겠지만, 그랜빌아일랜드 퍼블릭마켓에서는 이곳 나름의 먹거리를 구비하고 있다. “댜운타운 스토리”의 추천 메뉴는 바로 이곳 푸드코트의 클램차우더. 이 요리가 풍기는 따스함은 요즘 같은 시기엔 진정 딱이다. 배를 살짝 채운 후에도 무료 주차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을테니, 커피도 한 잔 시켜보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마시는 커피, 이상하게도 그 향이 더욱 색다르게 다가온다.
Ruth Hartnup/flickr(cc)
식도락가들의 절대 추천 씨푸드레스토랑
샌드바,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설렌다
시장을 나와도 즐거움은 크게 줄지 않는다. 거리의 상점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쇼핑몰을 채운 가게들과는 확실히 그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더 마음이 간다. 길거리의 화랑 등을 스쳐 지나다 보면 밴쿠버 식도락가들의 절대 추천 식당인 “샌드바시푸드레스토랑”(The Sandbar Seafood Restaurant, 이하 샌드바)에 도착할 수 있다…는 건,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말투를 흉내내자면 당연히 거짓말이고, 길안내를 해주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도움이 없다면 이 식당을 찾기까지 초행자는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랜빌아일랜드에서 헤매는 시간은,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친 칭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리 아깝지 않다. 그러니 충분히 헤매다가 밴쿠버 최고의 시푸드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보자.
샌드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 사이에도 간단히 알아챌 수 있다. 그랜빌아일랜드의 여유로움 같은 것이 고스란히 느껴져서다. 아마 여행자에게는 이 느낌이 더욱 선명히 다가올 터.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3시까지는 브런치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14달러에서 19달러. 평일 점심시간대(오전 11시 30분~오후 5시) 함께 맛볼 수 있는 요리의 가격은 8달러에서 16달러로 책정되어 있다. 이밖에 저녁 시간에는 8달러에서 39달러 사이 요리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www.vancouverdine.com)를 참고할 것.
1535 Johnston St. Creekhouse #102. Granville island. Vancouver.
시장 앞 소박한 뮤지션의 연주를 듣고 있자니
밴쿠버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지고…
애주가들에게 그랜빌아일랜드의 연관 검색어 1순위는 단연 “시원한 맥주 한잔”이다. 이 섬 양조장에서 갓 빚은,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갓 빚었다고 느껴지는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것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뮤직인더마켓(Music in the Market)이다. 굳이 말을 늘릴 필요는 없겠지만,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리는 공인된 공동어다. 혹여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모른다 해도, 음과 박자에 몸을 맞추다 보면 우리는 커뮤니티의 한 조각으로서 축제에 동참할 수 있다. 이름 모를 뮤지션의 소박한 라이브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도, 어찌 보면 이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뮤직인더마켓의 프로그램은 12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12시30분,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된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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