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15-02-27 10:55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시
모두가 잊었다
나의 비루(鄙陋)한 기억들
 
모두가 잊었다
나의 비상(飛上)의 기억들
 
알고 있다
나만 붙들고 있다
나만 붙들려 있다
 
버리고 싶은 대로
간직하고 싶은 대로
버거운 대로
사소한 대로
 
크고 작은 파도마다
모래사장에 궤적을 남기듯
가고 오는 계절마다
조개껍질의 무늬를 새기듯
 
그 기억들이
나를
내 사람들을
내 세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또한 안다
그조차 바래고
왜곡되고 파괴되고
마침내는 사라지리라는 걸
 
이제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세계의 잔해는
깊고 어두운 우주가
조용히 거둘 뿐이나
 
기억에서 해방된 나는
그 고요한 세상을
먼지처럼
홀가분히 부유할 수 있을까?
 
기억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는한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작은 향기
마음에 와닿으면
영문도 모르고
콧등이 시큰하겠지
 
전에 마주친적 있던가, 우리
어떠한 기억의 인연으로
우리 또 스쳐가는가
그리운 향기
못내 돌아보리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