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중국어 간판 항의 사건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5-29 15:18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22)
Chinese signs in Richmond

메트로밴쿠버의 리치먼드시 인구 20만명 중 60%는 이민자다. 또한 시민 2명 중  거의 1명(45%)은 자신의 정체성을 화교(華僑)라고 밝히고 있다. 리치먼드시는 화교에게는 생활터전이다. 화교의 경제·종교·문화·교육 시설이 이 도시 안에 밀집돼 있다. 밴쿠버시의 차이나타운이 초기 이민자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면, 리치먼드시는 화교의 현재를 품은 곳이다. 

그러나 화교 인구가 늘면서 리치먼드 시내 곳곳에 중국어 간판이 등장하자, 자칭 ‘토박이’들은 중국어 간판에, 일부는 업소의 ‘ 영어 메뉴도 없고 영어도 못하는 직원’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안에서 캐나다인이 영어로 식사를 주문 못하느냐”는 지적부터 “뭐하는 곳인지 알 수없는 정체불명의 외국어 간판을 단 업체는 불편하다”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1996년 이 문제는 시의회에 의제로 올라오는 등 공론화되기에 이르렀으나, 1997년 홍콩반환 후 중국의 탄압이 없자 홍콩계가 대규모 역이민을 택하면서 리치먼드의 경기가 휘청거리자 결론 없이 넘어갔다. 

최근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2년초 케리 스타척(Starchuck)씨가 ‘리치먼드 출생 사회운동가’ 를 자처하며 중국어만으로 된 간판에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다. 스타척씨는 시의회에 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영어권 방송과 신문이 그녀의 주장과 활동을 이슈화 하면서 반향이 커졌다. 

이번에도 중국어 전용 간판 반대에 대한 중국계의 커뮤니티의 반응은 크게 수용·무시·항의로 세 갈래였다.

대외적으로 목소리가 컸던 쪽은 수용이다. 중국어로만 된 간판은 캐나다의 문화의 일부가 아니며, 또한 캐나다인과 타민족 손님을 끌 수 있는 기회 상실이라고 일부 화교 ‘지도자’들은 영어권 언론과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이렇게 수용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서 화교가 문화적으로 공격당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대체로 무시였다. 이른바 지도자들의 말을 따라 간판을 바꾼 업체는 많지 않다. 거의 10만명에 달하는 화교가 리치몬드에 살고 있고, 밴쿠버시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화교가 손님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중국어 만으로도  충분한 영업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상태에서 간판을 바꿀 이유가 별로 없었다. 

마지막으로 소수는 항의를 표시했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나온 항의의 목소리는 영어권 언론에 크게 다뤄진 적이 거의 없다. 영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들 목소리는 작았지만, 화교 중에 이들에 동조하는 이들은 적지 않은 편이었다. 대체로 이들은 캐나다의 헌법과 BC주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 중에는 ‘언어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분명한 데, 업체의 영업 언어 선택에 무리하게 참견하려 드는 행동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 사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국어 간판은 일부 유권자 사이에 이슈가 됐고, 여기에 대해 리치먼드 시의회에서는 간판 면적 50% 이상은 영어로 써야 한다는 시조례(bylaw)를 준비하면서 정치적 목소리가 큰 ‘토박이’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의원들도 애초에 그러한 시조례가 상위의 캐나다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실효성은 없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지난 5월 25일 리치몬드 시의회는 관련 시조례 입법 절차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상가 창문에 광고나 간판을 부착할 수 있는 크기를 제한하는 조례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을 화교 중 무시·항의한 이들의 승리로 본다면 단면만 본 것이다. 이 사건은 일부 캐나다인 기준으로 외국어와 외국인전용 업장에 대한 반발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근 20년을 내려온 이 문제가 캐나다인 유권자의 요구에 의해 언제든지 정치·사회적으로 다시 다뤄질 수 있다는 면도 보여준다.

우리말 간판이 즐비한 한인 상권의 심장, 노스로드에서도 일부 캐나다인이 한인의 불친절한 접대나 이해할 수 없는 사업방식에 대해 볼맨 소리를 내서 종종 들리는 것을 보면, 화교보다 더 소수인 한인은 수용·무시·항의의 카드 중에, 또는 그 이외에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생각해 봐야할 때 아닐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국외서 들어오는 자금에 과세 필요” BC주 야당 주장
캐나다 출입국시 캐나다달러 1만달러 이상의 현금·유가증권은 신고대상이다. 부정한 돈의 유입을 막으려는 조처다. 신고하지 않고 들여오다 적발되면 압수와 벌금 추징 대상이 된다. 대체로 돈을 압수당한 후 벌금을 내면 돌려받는 식이다. BC신민당(BC NDP) 소속...
“국외서 들어오는 자금에 과세 필요” BC주 야당 주장
캐나다 출입국시 캐나다달러 1만달러 이상의 현금·유가증권은 신고대상이다. 부정한 돈의 유입을 막으려는 조처다. 신고하지 않고 들여오다 적발되면 압수와 벌금 추징 대상이 된다. 대체로 돈을 압수당한 후 벌금을 내면 돌려받는 식이다. BC신민당(BC NDP) 소속...
“콘도 주민회의 중국어로만 하기로 해 논란”
캐나다의 공식 언어는? 정답은 영어와 프랑스어, 이렇게 두 가지다. 하지만 리치먼드에 위치한 콘도 단지 '웰링톤코트'(Wellington Court)에서는 이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이 콘도의 주민회의는 중국어로만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영어...
트뤼도 총리 방중… 중국에 문호 열어
1일 방중 일정을 시작한 저스틴 트뤼도(Trudeau)총리는 캐나다의 문호를 활짝 여는 결정을 잇달아 발표했다.캐나다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트뤼도 총리가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 리커창...
트뤼도 총리 訪中맞춰 발표
미국의 전통 우방 캐나다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3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저스틴 트뤼도(Trudeau) 캐나다 총리의 첫 공식 방중(訪中) 일정을 함께 하고 있는 빌 모노(Monreau) 캐나다 재무장관은...
지난해 복수비자 40만명 발급… 유학생 95% 증가
10년간 유효한 캐나다 복수비자를 받은 중국인은 지난해 근 40만명에 달했다고 비즈니스인밴쿠버(BIV)지가 26일 보도했다. 캐나다 복수비자를 받은 중국인은 유효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출입국할 수 있으며, 한 번 입국하면 최대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다.중국 정부가...
트뤼도 총리, 캐나다 기자 공개 비난한 중국 정부에 유감 표명
저스틴 트뤼도(Trudeau)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를 공식 방문한 중국의 왕이 외교 부장의 최근 언행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왕이 부장은 지난 1일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중국내 열악한 인권 관련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해당 질문을 한 기자를...
최초 100% 사전 제작한 ´태양의 후예´ 흥행 성공에 제작사 뉴(NEW) 매출 190억원 전망
한국 문화 콘텐츠가 중국을 물들이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는 배우 캐스팅에서 소재, 사전 제작까지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일부 영화는 중국 개봉을 위해 결말에 여지를 남기기도...
영국 시골공기를 잠자리채로 채집해 ´스모그 지옥´ 중국에 판 청년
황당하게 채집된 공기도, 대기오염 지옥 중국에선 돈이 된다?영국의 한 청년이 사상 최악의 스모그에 시달리는 중국에 ´공기´를 수출해 짭짤한 이득을 봤다.최근 CNN 등에 따르면, 2014년...
페이스북, 중국 진출 성공할까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Zuckerberg)가 신생아인 딸까지 포함한 중국 공략에 나섰다. 저커버그는 중국어로 설을 축하하고 인사를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원숭이 머리 이식 성공
22일 중국 신화통신 등 외신 따르면, 이탈리아의 신경외과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중국 하얼빈 의과대학서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이번 수술은 원숭이의 머리를 통재로 분리...
지역 투자 상담사 제작 인포그래픽스 화제
밴쿠버 부동산 시장에 중국 투자자가 다시 몰릴 가능성이 제기됐다.캐나코드 제누이티 웰스메니지먼트사의 루도빅 사이오피(Siouffi) 투자·보험상담사가 만든 인포그래픽스가 화제가 되고...
2PM까지 예정된 중국 행사 출연이 취소됐다. 트와이스의 중국활동 중단에 이어 닉쿤, 2PM까지 스케줄이 취소되며 이른바 ´쯔위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15일 중국 사정에 정통한...
소속사 JYP 불매운동까지 번져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일 때문에 중국 활동을 중단한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본명 저우쯔위·周子瑜·16)가 휴대폰 온라인 광고에서도 밀려났다.15일 LG유플러스는 쯔위가...
"중국 인권침해 비판했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 미루고 있어"
중국 정부가 미스월드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미스캐나다의 입국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13일 CBC와 글로브앤드메일(Globe and Mail) 등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올해...
8년간 피해자 1200명 상대로 1000만달러 챙겨
8년간 불법 이민컨설팅업체를 운영하며 1000여명에게 사기를 친 중국인이 유죄를 선고받았다.30일 BC주법원에 따르면 순 왕(Wang·46)은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밴쿠버에서 뉴 캔 컨설턴트(New Can Consultants)와 웰롱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Wellong International...
“위안화 평가 절하는 중국 경제 약세의 신호”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서면서 세계 곳곳이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다.중국은 주택 시장 거품 붕괴에 따른 두려움에 시달려 왔다. 상하이종합지수도 급락세를 보였고 전반적인 경제 실적도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캐나다외환은행(은행장 방기석)은 중국은행(Bank of China) 캐나다법인과 MOU를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이번 MOU 체결로 양 은행은 외국환, 신디케이트 대출 및 인민폐 업무 등에서 전략적...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22)
Chinese signs in Richmond 메트로밴쿠버의 리치먼드시 인구 20만명 중 60%는 이민자다. 또한 시민 2명 중  거의 1명(45%)은 자신의 정체성을 화교(華僑)라고 밝히고 있다. 리치먼드시는 화교에게는 생활터전이다. 화교의 경제·종교·문화·교육 시설이 이 도시 안에...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15)
Noisy absent & Bamboo ceiling 최근 BC주정부는 소수민족 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선 듯 하다. 주정부 지원으로 중국계는 BC주내 중국계 초기 이민자의 유물도감을 만들고 있고, 이번에...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