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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특집]밴쿠버에서 만난 한국 입양아들의 대모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8-13 16:21

"입양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 홀트아동복지회 말리 홀트 이사장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1945년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는 8·15 광복절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뜻깊은 날이면서 동시에 재외한인동포 이민사에서도 중요한 사건이다.

이전까지 일제의 핍박을 피해 러시아와 만주, 일본 등으로 이주하던 이민의 흐름은 광복으로 변화를 맞았다. 해방 후 분단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반도에는 수많은 전쟁 고아가 발생했다. 한국 여성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늘어났다. 이 아이들은 대거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입양됐고, 현재 북미 한인사회의 초석을 세웠다. 당시 북미로 입양된 아이들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 아이들의 해외 입양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홀트아동복지회다. 미국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는 부자였던 해리 홀트는 우연히 한국전쟁 고아의 참상을 전달하는 영상을 본 뒤 한국인 고아 8명을 입양하고, 한국으로 건너가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했다. 이후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사업과 장애인 복지사업의 대표 단체가 됐다.

현재는 1956년 21살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한국을 찾은 홀트의 둘째 딸 말리 홀트(80) 이사장이 아동복지회를 이끌고 있다. 홀트 이사장이 부모의 뜻을 받들어 한국 입양아들의 대모로 살아온 지도 어느덧 60년. 20대의 꽃답던 미국 여성은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이 늘어난 할머니가 됐다.

늘어난 것은 나이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말도 늘었다. '허만리'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다.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허만리 이사장은 영락없는 한국 할머니가 됐다.

처음 시작한 각오 그대로 사랑을 실천하며 살던 그에게 갑작스런 위기가 닥친 것은 2년 전. 2013년 초 골수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항암치료를 통해 어렵게 병마와 싸우던 그는 어느 날 밴쿠버에 거주하는 이규헌 박사의 연락을 받았다. 자신이 개발한 칼슘을 복용해보라는 권유였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홀트 이사장은 꾸준히 칼슘을 복용했고 그 결과 조금씩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에 그는 홀트부속의원 조병국(82) 명예원장과 함께 최근 밴쿠버를 방문하고 이 박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내 병명을 듣고 처음 이 박사가 무료로 약을 제공해줬다"며 "어떻게 이런 기회가 생길 수 있었는지 감사하다"고 말했다.

골수암 진단을 받은 뒤 대외활동을 줄인 그는 조 원장과 함께 현재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생활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250여명의 생활자를 보살피며 60년 전 그대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일산에 홀트장애인아파트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자립해서 자활할 수 있을 때까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입양 가정을 못 찾은 아이들을 위한 집이 필요하다"고 아파트 건립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해외 입양사업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다. 특히 '아이들을 팔았다'는 말은 그에게 아픔이 됐다. 그는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죽은 뒤 소리 없이 흙에 묻어버리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입양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어른들의 생각"이라며 입양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에 일침을 놨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그를 지탱해주는 힘은 역시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잘 자라 떳떳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 명절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기쁘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에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조병국 명예원장과 말리 홀트 이사장.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다음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만나본 홀트 이사장, 조병국 원장과의 일문일답.

밴쿠버를 방문한 계기는?

"이규헌 박사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기 위해,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 이번에 처음 보는 것인데 너무 좋아서 기쁜 마음으로 왔다."

현재 몸상태는 어떤가?

"2013년 2월 27일 병을 진단받았다. 당시 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구역질도 하고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 박사의 약을 복용하면서 몸이 점점 좋아졌다. 항암치료를 중지하고 약을 복용한 후 3번 검사를 실시했는데 모두 정상 수치가 나왔다. 아직까지 암세포는 있지만 정상 수치로 올라와서 조금 안심하는 상황이다. 약이 암세포를 죽이는 작용은 못하지만 정상세포를 튼튼하게 해서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도록 막는다."

60년 동안 캐나다에 보낸 입양아들은 얼마나 되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캐나다는 정부에서 허락을 받지 못했다. 보건사회부에서 허락하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많이 보냈다. 우리가 알기로 캐나다에는 2명이 입양됐다. 토론토에 2명이 있는데 입양한 엄마가 소아과 의사다. 아이 1명은 머리에 물혹이 생겨서 수술 끝에 살린 아이였고 또 다른 1명은 겨우 미숙아를 면한 아이였다. 아이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는데 잘 자랐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아이들끼리 결혼한 경우가 16쌍이 있다. 이들의 자녀가 45명이고 손주가 5명이다. 이들이 추석이나 설날에 우리집에 인사하러 온다. 밤새도록 윷놀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자고 간다. 이들에게 홀트는 친정이고 시댁인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자라서 봉사하러 오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한 뒤 자기의 자녀를 또 입양하는 경우도 있다. 2대가 입양하는 것이다."

힘든 일도 많이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외 입양을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을 팔았다'는 소리도 듣고 '고아 수출 세계 1위'라는 소리도 들었다. 아주 듣기 싫다. 아버지가 부자였지만 미국의 재산을 팔아서 한국에서 아이들을 위해 다 쓰고 좋은 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한국전쟁 고아들을 돌보고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했다. 처음 시작부터 아이들을 판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죽은 뒤 소리 없이 흙에 묻어버리면 괜찮은 것인가?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국내에서 한국인들이 입양하면 이런 사업을 하라고 해도 아이들이 없으니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입양된 아이들을 부모가 없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입양된 아이들을 보면 자라서 청소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사회사업가도 있고 의사도 있고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훌륭한 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어른들의 생각이다."

예전에 비해 최근 입양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법이 바뀌면서 입양이 많이 줄었다. 요즘은 해외에 사는 이민 가정에서 입양을 많이 한다. 해외로 이민간 한국인들이 입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경우를 많이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아이들이 자립해서 자활할 수 있을 때까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양 가정을 못 찾은 아이들을 위한 집이 필요하다. 18세가 되면 나가야 하는데 집이 없으면 어떡하나? 그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홀트장애인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들, 입양 못 간 아이들을 위한 아파트다."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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