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캐나다에서는 쓸모없는 진영논리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1-12 13:34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3)
Useless Political logic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당선된 후, 한국 매체들도 트뤼도 총리에 관심을 많이 표시했다. 그 중에 하나 캐나다 매체와 한국 매체의 가장 큰 차이는 그의 이름 발음일 것이다. 한국 매체들은 불어식 발음 ‘쥐스탱’을 택했지만, 캐나다의 대부분 영어권 매체는 영어식 발음 “저스틴”으로 부른다. 트뤼도 총리 본인은 영어식과 불어식 발음 둘다 사용한다.  총리 취임 선서 당시 먼저 불어로 ‘쥐스탕’으로 선서했고, 이어 영어로 ‘저스틴’으로 선서했다. 총리의 어머니 매거릿 트뤼도 여사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저스틴’이라고 불렀다.

보도에는 이름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한국 언론은 자유당(LPC)이 “진보-중도”정당이라면서, 캐나다에서 대승을 “진보의 세계화”로 해석한다. 일부는 한국의 정치세력과 자유당을 연결하는 시도도했다. 일단 자유당은 진보라기 보다는, 1861년 창당이래 역사상 중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캐나다의 진보는 신민당(NDP) 영역인데 아예 무시한 해석도 많다.  또한 세계적 흐름이 진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지식인들은 최근 유럽의 우경화를 넘어선 극우화 가능성을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민주주의의 전통이 깊은 나라와 그 국민은 상황에 따라 정권을 정치의 도구로서 진보·보수 중에 선택한다. 반면에 한국식 진영논리에는 진보와 보수에 도덕성까지 결부시켜 본다. 혹자에게 진보는 그래서 악이고, 반대로 보수가 악인 사람도 있다. 선악의 기준으로 정치를 보면 타협점은 협소하다. 급기야 진영논리가 태어난다. 진영논리 속에서는 적·아군 구분이 간단해지고, 공방도 쉬워진다. 입장의 차이는 상대가 악하고 내가 선해서이니 토론은 말싸움으로 흐르고 각자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이런 진영논리는 잘 통하지 않는 시각이다. 정권교체는 보수당(CPC)이 악해서가 아니라 10년 간 정권을 유지해 도구를 바꿀 때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당의 균형예산을 위한 긴축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캐나다인은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좀 더 주머니를 열기를 원했다. 이 결과 반긴축 정책· 즉 경기부양 연장을 발표한 자유당은 집권에 성공했다. 자유당이 선하거나, 진보가 추세여서가 아니다. 긴축정책 유지에 동의하나 진보 입맛에 맞게 예산 재편성을 공약했던 신민당(NDP)의 입지가 줄은 점이 반증이다.

한국에서 수입된 간편한 진영논리로 캐나다 정치를 보면, 이해하지 못할 복잡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그 나라에는 그 나라의 사정이 있다. 캐나다에서 진영논리는 큰 가치 있는 관념은 아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101)
Futuristic Agenda in Canada2016년 캐나다는 산유국에서 친환경 국가로 한 걸음 걷는다. 이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탄소시장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캐나다석유생산자협회(CAPP) 팀 맥밀런(McMillan) 회장은 지난 11월 파리회담 직후 “앨버타주의 탄소세는 톤당 15달러에서...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100)
Canadian Keywords in 2016  국가의 지도자가 중요한 까닭 중 하나는 그 지도자의 말 한 마디가 국민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나라의 주인이니 찬반 논쟁도 있고 당연히 시끄러울 수도 있지만, 현명한 지도자의 한...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9)
New Year’s Resolution 2016혹자에게 새해는 그저 달력의 숫자에 불과하다고도 하지만, 대부분 캐나다인에게는 의미가 있다. 입소스리드사 설문결과 캐나다인 10명 중 7명(68%)은 “새해를 신선한 시작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12월 14일부터 17일 사이 취합된 이...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8)
Life in BC올해, 2015년을 BC주에서 평범하게 살았다면, 경제적인 소득은 평사원은 4만달러선, 관리자급은 6만달러선을 벌었을 것이다. 평균 연봉은 약 4만7400달러 정도다. 봉급이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물가도 많이 오른 편(1% 상승)은 아니라 다행이라...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7)
Right of Protection“임목사, 그 분 캐나다 국적 맞죠? 그런데 왜 정부가 그렇게 보호를 못해줍니까?"한 독자의 전화를 받았다. 북한에서 최근 반국가활동을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 받은 임현수 목사 건에 관한 문의라고 했지만,  기사에 대한 문의라기 보다는 “왜...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6)
Cultural Grants from Governments메트로밴쿠버 각 시청별로 각종 예산을 민간단체에 교부하고 있다. 가끔 교부 내용을 보면 한인 단체는 알고도 못 받는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못 받는 것인지 아쉬운 예산들이 있다. 예컨대 코퀴틀람 시청은 올 가을에 문화·사회활동...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5)
“What the heck is he talking about?”요즘 캐나다 정치면에 미국인 정치인들이 자주 등장하다. 등장 빈도에서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Trump)후보가 가장 많다. 이 가운데 같은 당 벤 카슨(Carson)후보도 최근 캐나다 미디어에 언급되기 시작했다. 두 후보의...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4)
Blue Alberta 요즘 캐나다에서 가장 우울한 지역은 앨버타주다. 공영방송 CBC는 앨버타주의 자살률이 “유전(油田)에서 대량해고가 일어난 올해 30% 상승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주민들의 정서도 상당히 거칠다. 10일 앨버타주 집권 신민당(NDP)이 주(州)내...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3)
“Real Change in Canada" 저스틴 트뤼도(Trudeau) 캐나다 총리와 자유당(LPC)정부는 캐나다인에게 “진정한 변화(Real Change)”를 약속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정부가 바뀌었다는 메시지는 여러 건이 있다. 미국 주도의 ISIS폭격에 전투기 파병 중단·선도적 탄소가격제...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0)
Pseudoscience in the Media 경제 연구소나 기관의 보고서는 가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색한다. 보고서는 대체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어떤 상황이 일정 확률로 일어날 수 있다는 과학적 접근을 한다. 보고서를 비과학적으로 읽는 방법은 어떤 조건이나 일정...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9)
One Hit Punch Assaults 기자에게 올해 밴쿠버에서 일어난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고르라면 ‘원 히트 펀치(One hit punch)’를 선택하겠다.  원 히트 펀치는 지나가는 상대를 향해 알아차릴...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7)
Radicalization 파리테러사건이나 시리아난민 2만5000명을 데려오는 거국적 사업과 관련해 공통으로 캐나다 언론·정계에 언급되는 단어 중 ‘급진화(Radicalization)’란 단어가 있다. 현상(Status Quo)을 뒤집기 위해 종교를 포함한 특정 사상에 극단으로 집착하는 상태를...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6)
Highly Disturbing Acts in Canada 열린 정부를 표방해서 인지 요즘 부쩍 자주 발표되는 저스틴 트뤼도(Trudeau) 총리의 성명 중에, 지난 18일자는 “캐나다 국내에 매우 실망스러운 상당히 불온한 행동들이 일부 캐나다인을 겨냥해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총리가...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4)
What Men Live By 메트로밴쿠버에서 대표적인 우범지대로 꼽히는 밴쿠버다운타운 동부. 그곳에 한 남자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앉아있었다. 그 남자의 무릎 위에는 사진기가 올려져 있었고,...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3)
Useless Political logic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당선된 후, 한국 매체들도 트뤼도 총리에 관심을 많이 표시했다. 그 중에 하나 캐나다 매체와 한국 매체의 가장 큰 차이는 그의 이름 발음일 것이다. 한국 매체들은 불어식 발음 ‘쥐스탱’을 택했지만, 캐나다의 대부분...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2)
Oil Dreams? 상당수 메트로밴쿠버 거주자들은 밴쿠버항에 유조선 입항을 ‘악몽’으로 여긴다. 특히 올해 4월 화물선에서 일부 기름이 잉글리시베이에 유출되자 주민들은 유조선 안전을 다시...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1) 트뤼도 총리의 변화 에피소드
Trudeau’s episode part II 저스틴 트뤼도 총리의 취임과 동시에 캐나다인에게는 총리가 달라졌음을 각인 시켜준 몇 가지 에피소드가 생겼다.  첫째 4일 첫 기자회견에서 남녀 동수(同數)내각을 왜 중요하게 여기느냐는 질문에 트뤼도 총리는 간단히...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80)
Trudeau’s episode part I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4일 취임하면서 캐나다는 트뤼도 시대를 맞이했다. 트뤼도 총리 총선 승리까지 기자가 떠올리는 몇 가지 ‘역전’장면이 있다. 첫째 일련의...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79)
The Heart of Power, The Brain of Power 4일은 자유당(Liberal) 새 정부와 저스틴 트뤼도(Trudeau) 총리 취임, 그리고 내각(Cabinet)을 구성하는 각료가 발표된다. 각료, 즉 장관(ministers)은 전통적인 불문율에 따라 기본적으로 당내 하원의원(MP) 중에 지역·언어·종교 등을 고려해...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78)
For ‘True reconciliation’다 음주 출범할 자유당(Liberal) 연방내각을 앞두고 조디 윌슨-레이볼드(Wilson-Raybould) 하원의원(MP) 당선자(사진)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원주민 추장이자 검사...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