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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폭락 시나리오에 대한 유사과학적 분석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2-01 15:54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90)
Pseudoscience in the Media
경제 연구소나 기관의 보고서는 가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색한다. 보고서는 대체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어떤 상황이 일정 확률로 일어날 수 있다는 과학적 접근을 한다. 보고서를 비과학적으로 읽는 방법은 어떤 조건이나 일정 확률은 배제하고, 보고서의 가장 자극적인 전망만 뽑아내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다.

1일 확산된 캐나다 집값 5년 내 26% 하락설이 그렇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내용은 당장 5년 동안 집값이 26% 떨어질 것이란 재앙 경고 수준이었다. 다년간 이런 저런 거품 붕괴설이 흘러나온 가운데, 연방정부 산하 공기업으로 보고서내 자극적인 어휘는 구사하지 않는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CMHC)발로 나온 발표가 그렇다니 사람들 눈과 귀가 더 솔깃했을 것이다.

CMHC가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맞다. 단 전망에는 조건문이 하나 있다.  “유가가 배럴당 미화 35달러에 5년 동안 머물 경우”다.

유사과학적으로 그 전망을 ‘확인’하는 방법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보는 것이다. WTI는 1일 현재 배럴당 미화 41달러65센트다. 게다가 10월 배럴당 미화 51달러였던 가격이 지금 미화 41달러선까지 떨어졌다니, 35달러 진입도 머지 않아 보인다는 유사과학적 결론까지 도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 세상은 유가의 자유 낙하를 허용하지는 않는다. 이번 주말에 있을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는 심리적 저항선인 미화 40달러선에서 가격 방어를 위해 산유량 동결 카드를 쓸 예정이라고 한다.  

또 CMHC발 발표를 더 들여다보면, 에반 시드돌(Siddoll) CMHC전무는 “해당 시나리오는 실제 발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모기지 보험을 제공하는 시장의 주자(走者)인 CMHC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공기업이다. 그래서 여러 변수 중 “만약 유가가 35달러선에 유지될 때"가 검토 대상에 오른 것 뿐이다.

CMHC 가 검토한 시나리오 중에는 더 자극적인 내용도 많다. 예컨대 유가가 배럴당 35달러로 유지되면 캐나다의 실업률이 12.5%까지 치솟는다는 계산이나, 디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퍼지면 집값이 44% 하락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있다. 특정 상황을 가정해 조직의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 경우는 상당히 흔하다. 그 중에는 극단적인 부정적인 상황 시나리오도 모두 포함된다. 이런 검토 작업 중에 나온 내용을 믿는다고 해서 실익은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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