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 통신 제약 있는 점 이용… 정지된 카드로 면세품 사들여
베트남인 N(26)씨는 작년 5월 28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이륙 후 승무원들이 면세품을 팔기 시작하자 신용카드로 고급 양주 등 115만원어치를 샀다. 인천공항에 내려 다시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를 탄 그는 기내(機內)에서 화장품을 113만원어치 구입한 뒤 카드를 긁었다. 그는 다음 날 또 인천공항으로 돌아와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고, 이 비행기에서도 100만원 넘는 양주와 외제화장품을 카드로 산 뒤 하노이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가 사용한 신용카드들은 모두 거래가 정지된 카드였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고공(高空) 비행하는 항공기에선 통신 제약으로 인해 카드 거래의 최종 승인이 착륙 3~5일 뒤에야 이뤄진다는 허점을 노린 사기였다. 작년 8월 인천공항에서 결국 경찰에 검거된 N씨가 4개월간 벌인 기내 면세품 카드 사기액은 1500만원 가량에 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이 같은 유형의 기내 면세품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조직이 공항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어느 나라 비행기든 고공 비행 시엔 카드 결제 제약을 겪기 때문”이라고 했다. 태국인 A(38)씨는 작년 4월 비행기를 타고 한국과 일본·홍콩·태국을 오가며 값비싼 화장품과 양주 620만원어치를 위조한 신용카드로 결제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미국인이 ´한국 여객기에서 면세품을 사 오면 돈을 주겠다´고 해서 저지른 일”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기내 면세품 카드 사기 조직이 적발된 일이 있다. 경찰은 지난 2014년 거래 정지된 카드로 1년 동안 기내 면세품 양주와 화장품을 산 뒤 되팔아 1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조모(39)씨 등 10명을 검거했다. 당시 조씨는 인터넷에 ´고수익 알바. 신용불량자 환영´이라는 광고를 내 ´구매책´을 모집했다. 조씨는 구매책들이 사온 물건들을 서울 남대문수입상가 등에 되팔아 얻은 수익의 30%를 구매책들에게 떼줬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피해는 항공사가 아닌 카드사 부담이기 때문에 항공사 측이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점은 문제”라고 했다. 카드 사기를 비롯해 기내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2012년 191건에서 작년 460건을 기록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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