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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은 받지 않는다' 현금이 천대받는 사회

차현진·한국은행 인재개발원장 편집=뉴스큐레이션팀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5-30 15:42

'현금 없는 사회' 가능할까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숨 가쁘게 진행될 때 금융계의 다른 쪽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전대미문의 발명품이 등장한 것입니다.  소위 '디지털 통화(digital currency)'라는 전자 결제 수단입니다.

현금에 도전하는 `디지털 통화`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현금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한 결제 수단은 그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미국 유통업체 아마존이 발행하는 아마존 코인(Amazon Coin)이나 민간 사업자들이 발행하는 전자화폐(e-money)가 그 예에 속합니다. 그러나 이 전자 결제 수단들에는 별도 화폐 단위가 없었으며, 이를 발행하는 기업이 현금과 일대일로 교환을 보장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금이 아니라 현금의 보완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현금의 지위에 도전했습니다. 우선 `비트코인(BTC)`이라는 독자적 계산 단위를 갖고 있으며 1비트코인과 기존 화폐들의 교환 비율은 전문 거래소에서 매매를 통해 결정됩니다(현재 1비트코인의 가치는 미화 520달러 정도 됩니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은 외화(外貨)와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환전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운반의 불편과 위험도 없습니다. 현금보다 장점이 많은 것입니다.

한편, 얼마 전에는 비트코인이 마약 거래에 사용되거나 컴퓨터 해커들이 다른 사람 소유의 비트코인을 절취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디지털 통화는 이렇듯 쓰임새 면에서도 진짜 현금의 영역에 아주 가깝게 다가갔습니다. 그런 와중에 리플(Ripple)과 라이트코인(Ritecoin) 등 유사한 디지털 통화들이 속속 출현하고 사람들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의 결제 수단에 관해 대립하는 의견

어떤 사람들은 현금 없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오스트리아 학파처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반면,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화폐를 시장 참가자들의 발명품으로 봅니다. 즉 시장 참가자들이 거래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 현금을 고안해 냈고, 그것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수단이 등장한다면 현재의 현금을 대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반면 전자 결제 수단이 현금을 대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독일 제도학파처럼 문명사회는 법률이 만든 질서를 통해 작동하며, 화폐제도도 법질서의 하나라고 보는 견해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화폐를 시장 참가자들이 아닌 국가 주권의 산물로 봅니다.

◇각국은 지금보다 현금이 덜 쓰이길 바래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들은 오히려 전자 결제 수단들이 잘 보급되어서 화폐 제조 비용과 수고가 절감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영국 런던 등에서는 이미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현금으로 받지 않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소매점에서 현금 결제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 중입니다. 이런 사례가 확산되면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정도는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은행도 전자 결제 수단의 확산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올해 초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동전 없는 사회`에 관심과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수년 전부터 전국에 동전 교환 창구를 설치하는 등의 수고를 통해 서랍에 잠들어 있는 동전을 매년 2억8000만개 정도 회수하고 있습니다. 동전 제조 비용이 줄어들수록 한국은행의 수지는 개선되고, 그 절약된 금액은 국고에 환입되어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한편, 유럽에서는 지폐 사용까지도 제한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18년부터 500유로화 발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등은 1000유로 이상의 거액 거래에서 현금 사용을 이미 금지했습니다. 범죄와 테러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 통화와 현금이 공존하려면

결국 미래 사회는 디지털 통화가 동전과 고액권은 대체하지만 여타 지폐들과는 공존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공존 환경을 가꾸는 문제가 숙제로 남습니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지급 결제의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사업가들은 그 속에서 블루오션을 기대하지만, 각국의 정책 당국은 머리를 모아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 대열에 서 있습니다.[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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