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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리우올림픽] 한국 女양궁단체 올림픽 8연패 대기록

이순흥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8-08 14:44

외신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통치기간 다시 연장"

말 많고 수다 떨던 세 女人…화살 쏠땐 돌부처

금메달 맛 묻자 "김치찌개처럼 중독성 있죠"



제아무리 뛰어난 궁사라도 바람을 통제할 수는 없다. 8일(이하 한국 시각)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삼보드로무 경기장엔 초속 2m 이상의 강풍이 불었다. 경기장에 설치된 풍향계는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휘날렸다.

바람이 잔잔했던 전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궁(神弓)은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한국 대표팀의 세 궁사는 모든 것에 초연한 듯 자신의 화살을 금색 과녁에 꽂아넣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장혜진·기보배·최미선)은 이날 결승전에서 러시아를 세트 승점 5대1(59-49 55-51 51-51)로 꺾으며 올림픽 8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1988 서울 대회에서 양궁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 여궁사들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올림픽 역사를 이어간 세 선수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無敵 여왕들의 환호 “우리도 해냈다.” 사진=조선일보DB>

이날 열린 8강전부터 단 한 세트도 상대에 뺏기지 않은 한국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두고 외신들의 찬사가 잇따랐다. 로이터는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통치 기간을 다시 연장했다"며 "(새벽까지 응원한) 5000만 한국 국민에게 편안한 잠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각자 힘든 시기를 보낸 세 사람에게 이번 올림픽은 각별했다. 2012 런던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보배(28)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당시 나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었다. 경기를 해도 자신감이 없었고, 과녁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기보배는 TV 중계 해설위원으로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그러면서 선수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기보배는 밤새도록 활을 쏘는 날이 있을 정도의 '연습벌레'로 돌아갔고 다시 최고의 기량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긴 침묵에서 깨어났다.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기보배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고생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며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울컥했다.




<장혜진(왼쪽부터) 최미선 기보배가 시상대에서 금메달에 입 맞추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주장 장혜진(29)은 기보배와 같은 또래지만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스스로를 '늦깎이 선수'라고 말하지만 그는 2009 하계유니버시아드 금(단체), 인천아시안게임 금(단체전)을 목에 걸 정도로 이미 실력은 검증받았다. 장혜진은 4년 전 런던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하며 고배를 들었다. 실패의 경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선발전에서 안타깝게 4위에 머문 동료 강채영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장혜진은 고된 대표팀 훈련 중에도 '몸개그'를 자처하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다.


대표팀 막내 최미선(20)의 가장 큰 적은 부담감이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돌부처'란 별명이 붙은 최미선이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그는 대회 전 "관중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는데 마치 내가 '작은 개미'가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코치진은 그런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해 단체전 순번도 상대적으로 편안한 두 번째 자리를 줬다. 최미선은 큰 키(168㎝)에 비해 부족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도 꾸준히 했다. 결국 그는 이날 중요한 순간마다 10점을 쏘며 언니들과 함께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최미선은 "원래는 눈물이 없는 편인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고 했다.




<사진=조선일보DB>


사대(射臺)에선 누구보다 냉철하지만, 훈련이 없을 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소녀 감성'으로 뭉치는 세 사람이다. 3주마다 형형색색 네일아트를 함께 받거나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셋은 태릉 훈련장에서도 언제나 뭉쳐 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기보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배우 김수현을 좋아하고, 장혜진은 영화 '곡성'을 보고 한동안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겁이 많다. 떡볶이나 불족발을 좋아하는 기보배와 함께 지내면서 매운 걸 못 먹던 최미선도 이제 제법 매운 음식 맛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장혜진은 "새벽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온종일 모든 것을 함께 하면서 교감한 것이 경기에서도 팀워크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의 맛'을 묻는 질문에 장혜진은 "무지갯빛 솜사탕처럼 달콤하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어머니가 끓여주신 김치찌개처럼 중독성이 강해요'라고 표현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막내 최미선은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며 남아 있는 개인전에 대한 욕심을 살짝 내비쳤다.

리우데자네이루=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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