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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리우올림픽] "내가 지면 재일교포들 우는데"…한국인 안창림의 눈물

교토=최인준 특파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8-09 17:04

16강서 졌지만 빛난 '도전'...4년뒤 나고 자란 일본서 올림픽

日귀화 제의 뿌리치고, 태극마크 단 재일교포 3세...

한국 국적 이유로 차별받아

일본서 출전 제약에도 훈련에 매진

다시 시작하는 그는 자랑스런 한국인


준비기간은 길고 힘겨웠다. 한국과 일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재일교포의 신분. 양쪽에서 노골적인, 때론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어야만 했던 순간들.


어렵게 쟁취한 태극마크와 세계랭킹 1위의 영예. 그러나 승부는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평생 소원하던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안창림(22)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안창림은 9일 리우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16강전에서 세계 18위 벨기에의 디르크 판 티헬트에게 절반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먼저 지도를 얻었지만 상대에게 기습적인 절반을 허용해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카리오카 유도 경기장을 떠났다.




<안창림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진=조선일보DB>



안창림은 세계 1위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재일교포로서 차별을 이겨내고 조국의 유도 대표로 성장한 도전 스토리는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안창림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 말기 가족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왔다. 안창림의 아버지 안태범(52)씨는 교토에서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다가 3년 전 그만두고 지금은 접골사(어긋난 뼈마디를 맞추는 직업)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 남순현(50)씨는 사회복지사다.


부모가 모두 한국 국적이기 때문에 안창림도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이다. 안창림은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보다 강했다고 한다. 안창림은 학창 시절에도 일본식 이름이 아닌 '안창림(安昌林)'이라는 한국 이름을 고수했다. 안창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나의 꿈'이라는 제목의 작문에 한국 대표가 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재일교포 신분으로 일본에서 유도 선수의 길을 걷는 건 만만치 않았다. 2011년 고3 시절 재일교포 대표로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을 당시 상대 한국인 코치가 "야, 저 반 쪽바리(일본인을 비하하는 말) 이겨버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일본 요코하마 도인대 부속 고교 재학시절. 사진=안창림 가족 제공>

안창림은 유도 명문 쓰쿠바대학에 들어갔지만 국적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일본 큰 규모 대회 출전에 제약을 받곤 했다. 안창림에게 패한 일본 선수가 선발전에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안창림은 지독하게 훈련했다. 훈련장 불을 끄고 나오는 사람은 언제나 안창림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거의 매일 A4용지 1장에 훈련 일지를 적었는데 3년의 기록을 모으니 1000페이지 가깝게 쌓였다.


어머니 남순현씨는 "창림이가 힘들 때면 집에 전화했는데, 동료 일본 선수들에게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며 밤마다 기숙사를 빠져나와 한참 떨어진 편의점 공중전화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2학년이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에서 우승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쓰쿠바대학은 그의 일본인 귀화를 추진했지만 안창림은 이를 거절했다. 쓰쿠바대학을 중퇴한 그는 2014년 2월 홀로 한국에 건너와 용인대에 입학했고, 9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내가 패하면 (재일교포인) 우리 가족들이 슬퍼한다. 재능이 부족하다면 남보다 3배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안창림은 중학교 때 이런 글을 남긴 일이 있다.

이제 안창림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안창림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다시 도복 끈을 고쳐매고 도전에 나선다.

교토(일본)=최인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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