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여기는 리우올림픽]헝그리 세대와는 달랐다..위기서도 즐기는 긍정의 힘

이순흥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8-12 16:51

장혜진 3점 맞히고도… 진종오 6.6점 쏘고도…
박상영 10대14 몰려도…

'할 수 있다'며 목표 향해 전진

- 장혜진, 女양궁 개인 金 '2관왕'
4등의 아픔에도 웃었던 '장 긍정'

… 1등의 눈물은 참지 못했다

- 작년 프레올림픽때도 4등..
후보로 리우行… 출전은 못해 
몰래 경기장 들어가 훈련 "꼭 다시 이곳에 오겠다" 다짐

- 3점 쏘고도 생글생글
"혼이 빠져나가는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수다의 중심
가족·선수들의 분위기 메이커 
개인전 금메달 따더니 "배고플때 먹는 초코파이 맛"


사람들이 포기를 생각할 때 누군가는 희망을 찾았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며 10대14의 절대 열세를 뒤집은 펜싱 에페의 박상영, 6.6점을 쏘고도 권총 50m 금메달을 따낸 진종오. 이들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리우올림픽을 통해 우리 사회는 달라진 스포츠맨, 새로운 한국인을 목격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으며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결국 이를 달성하는 올림피언들의 모습이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 고통을 참고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인의 전형이었다. 한국 사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다시 굴러 떨어지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안고 살았다.



<사진=조선일보DB>

장혜진은 11일 양궁 여자 개인 결승전에서 독일의 리사 운루를 세트 승점 6대2(27―26 26―28 27―26 29―27)로 눌렀다.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던 그는 이제는 다르다. 선수들은 좋아하는 운동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더욱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세계 양궁의 새 여왕이 된 장혜진(29)도 4강전에서 3점을 쏘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살짝 웃으며 다음번 화살을 시위에 채웠다.


'올림픽을 즐기자'는 목표를 세운 그는 더욱 집중해 10점 과녁을 꿰뚫었다. 리우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장혜진은 두 팔로 하트를 만들었다. 이겼기에 웃은 것이 아니라 웃으며 도전했기에 최후의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2관왕이 됐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4 LA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총 9번의 올림픽에서 개인전 우승자 8명을 배출했다. '디펜딩 챔피언' 기보배(28)가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날 한국 선수 2명이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생글생글 웃던 장혜진은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비로소 눈시울을 붉혔다.



<장혜진이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사진=조선일보DB>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이룬 값진 금메달이었다. 이날 삼보드로무 경기장엔 순간 초속 7~8m의 강풍이 불었다. 올림픽 오륜기가 걸린 깃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여러 선수가 당황했다. 한국 대표팀 막내 최미선(20)은 결국 바람에 걸려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첫 발에 5점을 쏜 최미선은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혜진도 기보배와의 4강전에서 1세트 두 번째 화살을 3점 과녁에 쐈다. 하지만 그는 미소지으며 위기를 넘겼다.

장혜진은 평소에도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대표팀 훈련을 할 때도 항상 '수다'의 중심엔 장혜진이 있다. 몸개그를 자처하며 동료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놓지 않고 '흥'을 불어넣는 것도 장혜진의 몫이다. 좀처럼 낙담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는 '장긍정'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거의 모든 질문에 '호호호~' 하고 웃으며 답했다. 단체전 금메달의 맛을 '무지갯빛 솜사탕'이라고 했던 장혜진은 개인전 금메달을 두고 "배고플 때 먹는 초코파이 같다. 리우에 온 후, 단 음식이 먹고 싶어서 매일 초코파이 한 개 이상을 먹는다"고 했다.



<사진 왼쪽은 친구들이 "땅콩 중에서 최고가 되라"는 의미로 붙여준 별명 '짱콩'. 오른쪽 사진은 
지난 4월 대표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한 후배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 사진=조선일보DB>


그런 장혜진도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실패를 맛봤다. 당시 선발전에서 4위에 그쳐 런던에 가지 못했다. 그는 TV 중계로 동료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집에선 한동안 '런던'이란 말이 금기어가 됐다. 그는 작년 9월 프레올림픽 때도 '후보선수(선발전 4위)'로 포함돼 리우를 찾았다.


경기에 나설 수 없었던 그는 몰래 경기장에 들어가 훈련하면서 '꼭 다시 이곳에 오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그는 선수층이 두꺼운 한국 양궁에서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선발전에 통과하며 꿈을 이뤘다. 장혜진은 "4등 선수란 꼬리표를 항상 달고 있었는데, 개인전 우승으로 그걸 떼어낸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그가 양궁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이렇다 할 성적이 없던 그는 고교 2학년이 돼서야 처음 전국대회 메달을 땄다. 방학을 반납하고 연습에 매달렸고, 훈련 후 땀범벅이 돼 집에 돌아와선 거실에 쓰러져 잠든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장혜진이 4년 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직후 SNS에 올린 글. 장혜진 SNS>


장혜진은 딸만 4명인 '딸 부잣집'의 맏이다. 집에 가는 날엔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의 옷을 사주거나 음식을 해주는 등 살뜰히 챙기는 엄마 같은 큰언니다. 우승 직후 그는 "가족, 특히 아버지가 많이 생각난다.


고생을 많이 하신 만큼 나로 인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버지 장병일(64)씨는 경기 전 장혜진에게 '한 발 한 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고 딸을 응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장혜진 같은 '긍정의 아이콘'이 유독 많았다. 펜싱 에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의 '할 수 있다'는 주문은 우리 사회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인터넷에서 '이 정도 더위 버틸 수 있다, 버틸 수 있다'는 패러디가 나온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은 '5점 차 뒤집었으니 우리도 5등급 올릴 수 있다, 올릴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고 있다.


사격 권총 50m 결선에서 7위까지 밀렸다가 1등으로 올라선 진종오의 역전극도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펜싱장을 '록 콘서트장'처럼 휘저어 관객들을 열광하게 하면서 동메달을 따낸 남자 펜싱 사브르의 김정환, 주부이자 엄마로 살아가던 '전직 역도선수' 윤진희의 동메달도 우리에게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이순흥 기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조선 웨더브리핑
비와 함께 한낮 기온도 뚝 떨어질 전망이다. 캐나다 기상청(Environment Canada)의 주간 예보에 따르면 8월의 마지막 날인 수요일은 흐린 가운데 때에 따라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전날 대비 5도 내린 18도로 예상됐다. 9월부터는 더욱 선선한 날이...
“교원으로 복귀할 계획”
신재경 BC주의원(Jane Shin)이 내년 BC주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25일 발표했다. 신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버나비-로히드 주민에게 봉사해온 일은 큰 영광이었다”며 소속당인...
노사 정부 중재관 배석하에 막바지 협상
캐나다포스트(우편공사) 고용계약 협상이 난항을 보이자 25일 노조는 공식적으로 파업 사전 경고를 발동했다. 연방 정부는 26일 특별 중재관을 지명해 파업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캐나다우편공사노조(CUPW)는 25일 “사측이 협상 시한 연장을 거부했다”며...
26일부로 연방하원의원에서 물러나
스티븐 하퍼(Harper) 전(前)총리가 26일부로 연방하원의원에서 물러나 정계를 은퇴했다. 하퍼 전총리는 지난해 11월 연방 총선 후 보수당(CPC) 대표 자리에서는 물러났으나 캘거리 헤리티지...
“노인 위한 의료예산 더 편성해야”
밴쿠버에서 24일까지 열린 캐나다 국내 의사들의 총회에서 노년 의료대책 마련의 시급함이 지적됐다.캐나다의사협회(CMA)는 21일부터 24일까지 밴쿠버시내 웨스틴베이쇼어 호텔에서 149차...
BC주 소기업체 자신감 위축… 소유 기업은 건전하다 평가
최근 BC주 소기업 업주 사이에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캐나다자영업자연대(CFIB)는 25일 소기업주신뢰지수가 8월 65.6으로 0.8포인트 하락해 2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발표했다.내년도 경기에 대한 소기업 업주의 전망을 지수화해 매월 발표하는...
▲고등학생이 자습해서 만든 스마트폰 조정, 전동 스케이트 보드… 포트코퀴틀람 리버사이드 세컨더리를 올해 졸업한 블라디미르 포모게이브(Pomogaev)군은 스마트폰 조정 전기...
ICBC 4.9% 인상안 심의 신청
BC주 차량 소유자가 도로 주행을 위해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ICBC(BC주차량보험공사) 기본 보험의 보험료가 오를 전망이다. ICBC는 BC주 공공요금 심사기관인 BCUC(BC설비위원회)에 기본 보험료 4.9% 인상안을 25일 신청했다. 만약 BCUC가 보험료 인상을 승인하면, 올해부터...
상판교체작업 한달 앞당겨 종료
뉴웨스트민스터-써리를 연결하는 패툴로 브리지가 교량 상판 교체작업을 마치고 오는 29일, 다음 주 월요일 오전 5시 이후부터는 4차선 모두 개통된다.메트로밴쿠버 교통망을 총괄하는 트랜스링크는 올해 4월 29일부터 패툴로 브리지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야당 “기존 계획보다 목표달성 늦어진다” 비판
2017년 5월 총선을 앞두고 BC주 집권 BC자유당(BC Liberals) 정부는 환경리더십계획(Climate Leadership Plan)을 주요 정책으로 19일 내세웠다. 지난 2013년 BC주총선에서 자유당정부는...
“캐나다 평균 가구 연소득의 42.4%를 세금으로”
캐나다에서는 의식주 비용보다 납세 부담이 더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입고, 먹고, 자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는 것이다.캐나다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평균 가구의...
보건장관 이어 환경장관도 비판 받아
캐서린 맥케나({McKenna) 환경기후변화장관의 출장비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CBC와 CTV 등 캐나다 주요방송은 맥케나 장관이 2015년 11월 파리 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21)에 참석하면서 전문 사진가를 고용해 쓴 6600달러를 문제삼았다.언론은 2주간 세바스티앙 레반이란...
“학생 1000여명 추가 등록, 이동식 교실 활용될 것”
새 학기를 앞두고 과밀 학급에 대한 우려가 써리 지역을 중심으로 또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써리 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가을 써리 소재 학교에 새로 등록하게 될 학생수는 시리아 난민 300명을 포함 약 1000명으로 예상된다. 동 교육청 관계자는 CBC와의...
“밴쿠버 임신부들이 처음 듣는 질문은?”
두 달 전부터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살게 된 웬디 시앙(Xiang)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자신의 두 살 배기 아들을 맡길 데이케어를 구하지 못해서다. 시앙씨는 “데이케어를 찾기 전까지는,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밴조선 웨더브리핑
평년 수준을 웃도는 더위가 다시 찾아오겠다. 캐나다 기상청(Environment Canada)은 23일자 주간 예보를 통해 “수요일인 24일은 맑은 가운데 아침 최저 기온은 14도, 낮 최고 기온은 24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교차가 큰 만큼 감기 등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장르 영화의 뻔한 재미를 뛰어넘다, 8월 26일 개봉”
한국 극장가를 점령한 영화 <터널>이 밴쿠버에 상륙한다. 개봉일은 8월 26일(금), 장소는 코퀴틀람에 위치한 시네플렉스시네마다.영화계에서는 <터널>이 북미 여름 영화 시장에서 빼어난 흥행 실적을 보여준 <곡성>과 <부산행>의 바통을 수월히...
“네트워크 행사, 한인사회 또 다른 자산 될 것”
밴쿠버한인장학재단(VKCSF, 이사장 오유순)은 지난 1999년 설립된 이후 한인사회 차세대를 키우는 인큐베이터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장학사업의 범위를...
“캐나다에서 사는 한인으로서, 한국을 사랑한 그를 기억하며”
지난 1916년, 온타리오수의학칼리지를 졸업한 20대의 캐나다 청년은 선교 활동을 위해 일제 치하의 조선 땅을 찾았다. 프랭크 W. 스코필드 박사, 한국명 석호필이 바로 그다.스코필드 박사는...
밴조선 웨더브리핑
메트로밴쿠버 전역에 강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캐나다 기상청(Environment Canada)의 주간 에보에 따르면 토요일인 20일 낮 최고 기온은 25도, 내륙 지역은 30도로 전날보다는 낮겠지만 여전히 덥겠다. 이날 오전 시간대에는 조지아만을 중심으로 바람이 비교적 강하게...
“주류점 매출 2013년 6월 이후 최대 하락”
BC주 6월 소매 매출 총액이 전년과 전달 대비 각각 5.2%와 0.2% 오른 62억7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캐나다 통계청이 1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같은 달 전국 소매 매출은 441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7% 늘었으나 월간 기준으로는 0.1% 감소했다.전국적으로...
 581  582  583  584  585  586  587  588  589  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