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헌정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

조백건 기자 윤주헌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11-03 16:42

검찰 일각 "방문조사해야"
[최순실의 국정 농단] 검찰, 실무 검토 착수

- "대통령 조사 않고 의혹 못 풀어"
대통령이 최순실·안종범 '고리'… "崔씨가 연설문 도왔다" 시인도

- 언제 어떻게 조사할까
최순실·안종범·정호성 기소하는 이달 하순쯤 서면 또는 방문조사

검찰이 지금껏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로 들어섰다. 3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기정사실로 되자 검찰 관계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사장급 간부는 "아픈 역사로 두고두고 남게 될 일"이라며 "검사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말한다면 당혹스럽고, 검사로서 말한다면 이런 일을 막지 못한 죄스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그 방법이 무엇이냐를 떠나 헌정(憲政) 사상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없고 방문조사든, 서면조사든, 소환조사든 그 어떤 조사도 받은 전례가 없다.

검찰은 당초 '대통령 조사는 불가(不可)' 입장에 가까웠다.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7일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강요'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60)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여권을 포함한 정치권은 물론 검찰 내부 분위기도 '조사 불가피' 쪽으로 기울었다. 하루 이틀 전부터는 대검 간부들까지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결국 대통령 (조사를 준비하기 위한) 주변 조사가 아니겠느냐"고 말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식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식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법조계에선 일찍부터 이번 사건의 얼개를 감안할 때 대통령이 의혹의 핵심에 설 수밖에 없으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들이 불과 며칠 만에 일사불란하게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을 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순실·안종범 두 사람의 검찰 진술 내용과 태도도 '대통령 조사 불가피' 쪽으로 기울게 한 원인이다. 최씨는 두 재단의 간부들을 자기 사람들로 채운 사실이 이미 드러나는 등 객관적 증거들이 넘쳐나는데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아니다' '모른다'고만 했다.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이 드러났는데도 이른바 자신은 비선 실세가 아니라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재단 설립은 대통령이 지시했고, 진행 과정을 대통령께 보고했다"면서도 "최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결국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재단 설립 지시'의 구체적 목적은 물론 최씨가 이 일에 끼어들게 된 경위 등을 물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산(山)으로 꼽히는 청와대 내부 기밀 유출 문제도 대통령이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최순실씨는 이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 정부 인사와 외교·안보 기밀 자료 등이 들어 있던 태블릿 PC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상태다. 최씨에게 이 자료들을 전달한 혐의로 출국금지되고 압수 수색까지 당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나는 전달한 적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에서 "(최씨에게) 연설문 작성 등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결국 대통령이 모든 것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이미 내부적으로 대통령 조사 시점과 방식을 놓고 실무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서면조사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조사할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로 검사들이 방문해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한 검사장은 "현재 여론을 감안하면 서면조사를 할 경우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에 따라 검찰의 조사 방식이 변동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 시점은 최순실·안종범·정호성씨 등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는 이달 하순 무렵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검찰 일각 "방문조사해야"
[최순실의 국정 농단] 검찰, 실무 검토 착수- "대통령 조사 않고 의혹 못 풀어"대통령이 최순실·안종범 '고리'… "崔씨가 연설문 도왔다" 시인도- 언제 어떻게 조사할까최순실·안종범·정호성 기소하는 이달 하순쯤 서면 또는 방문조사검찰이 지금껏 한 번도 가본...
검찰 이창하씨 수사 중
[한국]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남상태 전 사장 재임 시절(2006~2012년) 그의 측근 이창하(60·건축가·사진) 디에스온 대표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비자금 수십억원을 조성한 뒤 이를 남 전 사장과...
구름 위 사기꾼 2016.03.24 (목)
비행 중 통신 제약 있는 점 이용… 정지된 카드로 면세품 사들여
베트남인 N(26)씨는 작년 5월 28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이륙 후 승무원들이 면세품을 팔기 시작하자 신용카드로 고급 양주 등 115만원어치를 샀다. 인천공항에 내려 다시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를 탄 그는 기내(機內)에서 화장품을...
신준호 푸르밀 회장 2005년 자녀·손자 등에 120억 빌려줘 대선주조 주식 대량 매입 2년후 팔아 엄청난 시세차익증여세 500억 부과 못해 논란지난 2007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일가가 부산의 대선주조 주식을 매각해 3000억여원의 시세...
보 균열·하단침식도 확인… 監査결과 곧 인수위 보고감사원이 지난해 5월부터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감사한 결과,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문제점을 확인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또 4대강 공사 구간에 설치된...
6·25 전쟁 당시 한국을 도운 국가 수가 기존 41개국에서 63개국으로 최종 파악됐다고 국방부가 10일 밝혔다.국방부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회관에서 6ㆍ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원한 유엔 지원국 수를 재정립하기 위한 ‘6ㆍ25 전쟁 지원국 현황 연구’ 포럼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평양의 놀이공원인 만경대유희장을 찾아 보도블록 사이에 난 잡초 등을 보고 공원 간부들을 엄하게 질책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9일 일제히...
요즘 관가(官街)에는 '세종시 꽃뱀 주의보'가 돌고 있다. "전국의 꽃뱀들이 세종시로 갈 준비를 한다는 얘기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올해 말 세종시로 이전하는 총리실의 한 과장은 "공무원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곧바로 징계로 이어지고 만약 언론에라도...
법제처 업무보고때 “업무 늘어 애인 만들 시간도 없어요”
"제가 아직 미혼인데, 남자친구를 만들 시간이 없습니다."지난달 26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법제처 새해 업무보고에서 2년차 새내기 여성 사무관(32)이 마이크를 잡았다.이 사무관은...
▲ 부산저축은행 /조선일보DB 영업허가도 안났는데 대출… 증설 공사도 허위 금감원, 작년 자금흐름 조사하고도 "이상 없다"감사원이 지난해 4월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 불법 대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