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향 싼 종이 / 이원배(캐나다 한국문협 이사장)

이원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9-08 16:46

캐나다 한국문협 / 수필

밴쿠버에 이민 또는 유학 오는 사람들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사람 조심하라는 것. 특히 모르는 사람인데도 친절하게 다가와 타국에서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는 자는 십중팔구 사기꾼이며, 이익이 있으면 ‘입의 혀’같이 굴며, 없으면 뒷마당의 ‘개밥그릇’ 팽개치듯 하는 자가 모두 한국인이란다. 그 중에서도 오래 밴쿠버에 산 사람들 중 일부는 텃세를 부리거나 매사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로 기를 죽이기 때문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왕재수’ 취급을 받는다. 십여 년 이상을 살아 보니 그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런데 비단 타국에서만 해당되는 일인가? 의구심이 든다. 사람의 본성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은행에 근무하면서 돈에 얽힌 다양한 사건들을 많이 보아 왔다.  옵션상품에 투자하면 두 배, 세배를 남겨준다고 해서 전 재산 바쳤더니 튀고 날라버린 자, 사채를 주면 매달 1할 이자를 준다고 돈 가져가서 홀라당 다 써버리고 나 잡아 잡수 하는 자, 사업확장을 위해 대출금을 잔뜩 신청하고는 고의 부도 내고 해외로 잠적해 버린 자---이런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밴쿠버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데 비단 한국교민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타 민족들에게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처음 밴쿠버에 오는 사람들은 영어가 서툴러 자연히 한국사람들을 상대하게 되고, 그만큼 좋지 못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거의 동족으로부터이다. 그래서 자연히 한국사람 조심하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오래 살다 보니 타국에서 겪는 억울한 일, 분한 일, 슬픈 일, 가슴아픈 일들을 위로해 주는 것은 한국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다. 역 인종차별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인지 이민자들이 무슨 일을 겪었든 ‘참 유감입니다(I am sorry)’ 한 마디가 고작이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기운 차리세요. 또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냥 타국살이의 수업료 냈다고 하세요. 우리 모두 다 겪는 일이니 하고 털어버리세요. 소주나 한 잔 하십시다.’ 한국인은 적어도 이런 정도의 말을 들어야 위로가 된다.

한국에서 이삿짐이 도착하지 않아 외식으로 일관하던 때에 식기, 김치 등을 가져다 주던 분, 어디 가려는데 지리가 서툴다고 자기 차로 운전을 해 주던 분, 모친상을 당해 급히 한국 행 비행기표를 공항에서 구입하려는데 캐나다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신용카드 한도 제한으로 난감할 때, 일하다 말고 현금 3천불을 들고 공항으로 직접 뛰어 와 주었던 분, 모두 한국교민들이었다.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사람 만나려면 자기가 우선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불교경전인 ‘법구비유경 쌍서품’에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라는 구절이 있다. 부처님은 이 경전에서 ‘사람은 원래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른다. 어진 이를 가까이 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이른다’ 라고 설법했다.

밴쿠버에 처음 오는 분들을 위해 기존에 오래 살아온 분들은 모두 향 싼 종이가 되어야겠다. 순간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물정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거나 공갈협박을 일삼는 자는 곧 ‘생선 싼 종이’에 불과하다. 그 냄새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퍼져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는다. ‘귀 있는 자 들을지어다.’ 예수님 한 말씀 인용해 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94년도 아보츠포드에서 개교한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가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는다. 2001년 봄에 캐나다 이민을 와서 그 해 9월부터 교사로 지원하여 근무를 했으니 나의 23년 이민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돌아보면 그야말로 잠시 한번 눈을 떴다가 감았을 뿐인데 어느새 개교 30주년을 맞게 되는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 그 발자취와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白書 형식으로 기록해 둠으로써, 헌신해 오신 분들에 대한 감사와...
민완기
2022 한국 방문기 2022.09.26 (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가보지 못한지가 어언 7년이 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회의가 있다기에 비행기 티켓을 사 놓고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회의가 취소되었다. 난감했다. ‘어떡하지?’ 시간이 방학 때라 나와 딱 맞아서 좋았는데…. 지금 취소를 하면 언제 다시 갈지 요원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비행기 표는 출발 2일 전까지만 결정하면 1년 안에 날짜를 바꿀 수...
아청 박혜정
2020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촌 사람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고, 혈연인 가족까지 만남을 꺼려하는 지경이고 경제활동의 심한 위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온전한 마음들이 저하되고 삭막해졌다. 수천 수만 명이 나라 안팎에서 전염병 때문에 죽어 나가지만 삶은 여전히 이어진다. 제9회 '한카문학상'에 응모한 분들은 어려운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량해져 가는 인간의...
이원배(심사위원장)
             요즘 대세 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을 보면 ’신인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출연자 대부분이 청년층이고, 심지어는 소년들도 있다. 트롯음악이 한 물 간 어른들의 노래인양 잊혀지는가 했더니 TV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 참 고무적이다. 마찬가지로 원고지대신 컴퓨터로 쓰는 문학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 시대의 사건과 사상과 사람을 표현하는 문학은 소위 ‘밥도 떡도 생기지 않는’ 힘든 예술이지만...
이원배
밴쿠버에 이민 또는 유학 오는 사람들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사람 조심하라는 것. 특히 모르는 사람인데도 친절하게 다가와 타국에서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는 자는 십중팔구 사기꾼이며, 이익이 있으면 ‘입의 혀’같이 굴며, 없으면 뒷마당의 ‘개밥그릇’ 팽개치듯 하는 자가 모두 한국인이란다. 그 중에서도 오래 밴쿠버에 산 사람들 중 일부는 텃세를 부리거나 매사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로 기를 죽이기 때문에 처음...
이원배
지난 28일 한문협 밴지부 신인 시상식에 다녀왔다.본인이 아름다운 캐나다 발행 때 아내와 더불어 글 쓰는 이로 캐나다 전국을 같이 누빈 김해영 회장과의 인연도 있지만 밴문협은 초기에 본인이 회원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신인으로 등단한 두 분의 시인과 두 분의 수필가가 상패를 받았다. 네 수상자의 작품과 최근에 등단했던 새내기 네 등단자의 글 발표도 있었다.이번 행사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김회장의 심사평이다....
늘산 박병준
태양을 쫓았다. 한국을 향해 지금 막 밴쿠버에서 출발했다. 정이 들었던 시간만큼 아쉬움을 남기고 살짝 섭섭함과 서글픔까지 지닌 채로 나는 정들었던 밴쿠버를 떠난다. 일만 미터의 상공에서 시속 팔백 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태양을 따라 서쪽으로 열심히 따라 가고 있다. 이제 돌아간다, 내 조국 한국, 내 고향으로. 밴쿠버에서 살아온 8년의 생활 중에 남편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7 년이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내 결혼...
조일엽
2014년 3월 11일 한국과 캐나다간의 자유무역 협정(FTA) 타결 소식이 한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캐나다로 날아왔다. 이 소식은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 규모로 볼 때 2012년 기준으로 캐나다는 GDP 기준과 교역량 기준으로 세계 10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은 GDP 기준 15위, 교역량은 8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다. 이런 경제 규모의 양국이 자유무역 협정에 따라 관세철폐와 경제 협력을 단계적으로 이루어 나가면,...
박봉인 평안 인터내셔널 해외마케팅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