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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밴쿠버 정계는 ‘백인천하’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10-12 12:54

전체 인구 절반 불구 시장 시의원 등 155명 중 94% ‘싹쓸이’ 지자체 선거 한인 4명 출사표… ‘표’로 결집력 보여줘야
메트로 밴쿠버 전체 인구 가운데 소수 민족 출신이 절반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등은 10%도 못 미쳐 정계 진출의 높은 장벽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코퀴틀람을 비롯해 랭리 타운십, 웨스트 밴쿠버, 시티 오브 노스 밴쿠버, 포트 코퀴틀람과 노스 밴쿠버 디스트릭트에는 단 한 명의 소수민족 출신 시의원도 없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메트로 밴쿠버 거주자의 49%가 소수민족(visible minority)으로 확인됐다. 소수민족은 원주민이 아닌 사람들 중 인종적으로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을 의미한다. 

그러나 메트로 밴쿠버의 총 155명의 시장과 시의원들 중 단지 6% 만이 소수민족 출신들이었다. 
연방 정계를 살펴보면, 소수민족 출신 연방 하원의원이 37%를 차지하는데 비해 메트로 밴쿠버 연방 하원의원은 30%에 그쳤다. 

이는 메트로 밴쿠버가 국내 다른 지역보다 소수민족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장벽이 지자체 정계는 물론 연방 정계에서도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현재 메트로 밴쿠버의 21개 시장 중 유색인종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다. 지금까지 유색인종 출신 시장으로는 지난 1982년부터 2000년까지 포트 코퀴틀람 시장으로 재직한 렌 트라불레이(Traboulay) 단 한 명이다. 

그러나 오는 20일에 치러지는 BC주 지자체 선거에서는 뉴 페이스의 다양한 소수민족 출신들이 후보로 뛰고 있어 기대감을 주고 있다. 

특히 한인 후보들도 버나비 시장, 코퀴틀람 시의원, 교육위원 등 4명이나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코퀴틀람 시의원에 스티브 김씨와 숀리씨, 코퀴틀람 교육위원에 박가영 현 의원, 버나비 시장에 헬렌장씨가 각각 후보로 등록해 유세를 하고 있다. 

한인 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한인들의 표가 결집돼 좋은 소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 웨스트 민스트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치누 다스 또한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 이 문제를 강조하는 유세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우리 커뮤니티에 살고 있는 다양한 소수민족 그룹들은 지자체 선거에 지금까지 특별히 연관돼 있지 않았다. 그들은 아마도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에서도 소외돼 있을 것이다”며 “나같은 유색인종 출신 후보들에게 표를 던져 정계에서 소수민족들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소수민족 출신 정치인이 소수에 그치는 이유 중 하나는 해당 지역에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인 지역구(지방의회 구성단위가 되는) 시스템, 즉 소선거구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캐나다의 대부분 지역은 이 시스템으로 지자체 정치인들을 선출한다. 그러나 BC지자체들은 여전히 후보를 전체 시 단위에서 선출하는 대선거구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대선거구 시스템은 소수민족 출신 후보자들의 선출을 막는 주요 이유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왜냐하면 소수민족 출신 후보자들이 선출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민자들이 밀집된 특정 선거구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 수준의 정치에서 정당들은 특정 선거구나 커뮤니티를 반영하는 후보를 모집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쏟는다. 그러나 메트로 밴쿠버의 가장 큰 지자체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해 정당들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써리에서 전체득표 3위로 선출된 바린더 라소드 전 시의원은 유세에서 직면한 난제 중 하나는 전체 써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유세를 해야 했다는 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는 스스로 캐나다인이라 규정했지만 써리 주민들에게는 소수민족으로, 내 출신 민족인 남 아시아인들에게는 캐나다인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밴쿠버 시장에 출마한 중국계 이민자 후손인 켄 심 후보는 “출신 때문에 정계에서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내가 시장이 된다면 보다 많은 유색인종 출신 청년들의 정계 진출에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트로 밴쿠버의 주요 두 도시에서 비백인계의 소수민족 출신으로 켄 심과 써리 시장으로 출마한 인도계 캐나다인 톰 길이 상당한 지지를 받으며 유력한 시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치 평론가들은 “이들의 유력한 시장 후보 부상 소식은 메트로 밴쿠버의 정치 지형이 이제는 조금씩 소수민족 출신들을 대표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지역 정계는 여전히 소수인종을 대변하기 위해 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 오는 20일 지자체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인 후보들. 왼쪽부터 스티브 김, 이제우, 박가영, 장희순 후보 >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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