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일상日常이 주는 힘

정재욱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12-26 16:40

정재욱/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위키백과 사전에서 일상(日常)의 의미를
찾아보면,“날마다 순환 반복되는 평상시의 생활”이라고
나와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생활을 얘기한다. 나의 하루를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먹고, 출근하고,
일 마치고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변화 없이 되풀이되는 생활 일과이다.
특별한 약속이나 이벤트가 없는 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매일 재생된다. 똑같은
하루가 이어지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측도 가능하다.
출근 길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며 같은 사람을 만나고, 버스 안에서 늘 같은 자리 앉아
음악을 듣는 사람도, 같은 시간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그곳을 스쳐 지나친다.
내게 주어진 일상이 다른 사람의 일상과 이렇게 겹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론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일과가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 음식점을 찾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향해 떠난다. 
   미사 때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떠올랐다. 성령의 기적 만을 쫓아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일상 속에서 하느님이 가까이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 바른 신앙인의 자세라는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도 일상이 주는 편안함과 고마움에 대해 평상시에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깨는 조그만 일이나 사건에도 불편해하고
예전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함을
한탄한다. 얼굴에 조그만 뾰루지가 나도 계속 얼굴에 신경이 쓰이고, 자꾸 손이 가며
깨끗했던 옛 얼굴을 떠올린다. 매일 잘 굴러가던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왜
하필 이럴 때란 생각과 평범했던 하루의 일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평소에 시간 맞춰 오던 버스가 오지 않을 때, 바쁜데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며 마음이 조급해지며 어젠 제시간에 도착했는데 하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하고 조바심이 생기고 짜증이 난다. 
   일상이 따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상이 꿈이자 희망이 되는
사람도 있다. 병원에서 아파 입원해 있던 환자가 병이 다 나아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을 하게 되면, 일상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일상의 익숙함이 주는 힘은 한 번 상실했다가 돌아왔을 때 느낄 수가 있다.
마치 비타민을 꾸준히 먹을 땐 정말 몸에 좋은 걸까 하며
효용가치를 못 느끼다가 잠시 끊었을 때 몸이 다르다는 걸 감지했을 때처럼. 오랜
여행에서 지친 몸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처럼. 맑은 공기나 갈증을 해결해 주는
물이 늘 가까이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일상의 평범함이 주는 힘은 일상에서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확실히 느낄 수가 있다. 
내가 오늘도 무사히 하루의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을, 일상이 주는 힘을
깨달으며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집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장본 물건들을 내리는 중이었다. 같은 타운하우스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코로나를 운반 하시네요.”무슨 말인가 싶어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얼굴에 파란색의 일회용 의료 마스크를 하고,손에는 검은색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장바구니로 ‘코로나’라고 영문 철자 로고가 적혀있는 파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난 번 코로나 맥주 한 박스를 사면서 사은품으로받은...
정재욱
삶은 부메랑이다 2019.11.12 (화)
기역자 모양의 나무 조각,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에 사용했다는 부메랑. 던지고 난 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게 돌아오는 신기한 도구이다. 칼날의 양면처럼 사냥감을 잡는데 유용하게 쓰이지만 정확히 내게 다시 돌아오는 특성 때문에 잘못 사용하거나 잘못할 경우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내가 던진 부메랑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어떤 행위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불리한 결과로 돌아오는 결과를 일컫는 상식 용어로...
정재욱
수리수리 알렉사 2019.05.06 (월)
“알렉사, 턴 온 퍼스트 플러그.”  불꺼진 방문을 들어서며 알렉사에게 말을 건넨다. 알렉사는 스탠드의 불을 켜며, “오케이”하고 대답한다. 시간이 지나 잠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하지만, 여전히 켜져 있는 불빛이 거슬린다.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면 여간귀찮은 게 아니다. 누가 대신 불을 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불을 켰다, 껐다 하면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때,...
정재욱
위키백과 사전에서 일상(日常)의 의미를찾아보면,“날마다 순환 반복되는 평상시의 생활”이라고나와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생활을 얘기한다. 나의 하루를 보더라도 크게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먹고, 출근하고,일 마치고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지극히 평범하고, 변화 없이 되풀이되는 생활 일과이다.특별한 약속이나 이벤트가 없는 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매일...
정재욱
최고의 밥상 2018.05.14 (월)
“천천히 마이 무라이, 거선 이런 거 묵기 힘들 낀데.” (천천히 많이 먹어라, 그곳에선 이런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을 건데.)팔순 할머니가 막내 아들에게 아침상을 차리며 건넨 한마디다. 아침 일찍부터 어머니가 쌀을 씻고, 딸그락 딸그락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아직 시차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 일찍 잠이 깨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멀리서 “두부 사려~, 비지”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두부 파는 아줌마의 정겨운...
정재욱
"아이쿠, 이를 어쩌나. 다 날려 버렸네."나도 모르게 한숨 섞인 소리가 나왔다. 핸드폰을 바꾸면서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했는데, 카카오톡*에 저장되어 있던 대화방과 자료 파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사람들과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연기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미리 백업으로 저장해 두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내가 일부러 한 게 아닌데 대화방에서 홀연히 빠져나간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카톡 메시지가...
정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