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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베네수엘라 전운과 캐나다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1-31 16:56

경제적 사회적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자신이 임시 대통령임을 스스로 선언한 젊은 지도자가 떠오르자 세계는 그를 지지하는 편과 반대하는 편으로 갈라져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캐나다는 일찌감치 그를 지지하는 편에 섰다. 

 

크리스티아 프릴런드(Chrystia Freeland) 외교장관이 최근 베네수엘라 국회(National Assembly, 현 정권에 의해 불인정된 단체) 의장에 당선된 직후 이날부터 자기가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35세의 엔지니어 출신 약관 정치인 주앤 과이도(Juan Guido)에게 친히 전화를 걸어 그의 '취임'을 축하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강국들이 캐나다의 뒤를 이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새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지난해 5월 불법선거로 재선된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56)의 퇴진을 요구했다. 중남미 대부분의 이웃 나라들도 과이도를 지지하고 있으며 EU도 마침내 31일 과이도를 사실상 지도자로 인정했다.

 

마두로에게는 자국 군부와 러시아, 중국이 있고 과이도에게는 대다수 자국 국민과 세계가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이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 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 조치를 가해 마두로의 돈줄을 죄었다. 이를 발표한 국가안보보좌관 죤 볼튼(John Bolton)의 수첩에서는 베네수엘라 접경 콜롬비아에 지상군을 파견하는 메모가 카메라 기자에 의해 줌업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에 반대하며 OPEC 내 사회주의자 대통령인 마두로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UN 상임위에 과이도 인정 결의안을 올리겠다고 하니 러시아는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마두로를 지원할 용병 수백명을 투입했다고 Globe and Mail 이 보도하기도 했다. 유혈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유혈은 수도 카라카스에 낭자하다. 반마두로 시위에 참가한 40여명이 총살됐고 수천명이 구금돼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마두로는 지난 선거에서 모든 야당 지도자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선거를 치러 이겼다. 

 

그는 버스운전사에서 노조 지도자가 된 다음 정계에 진출, 챠베스 체제에서 외무장관, 부통령에 올라 챠베스 사후 대통령이 된 좌파 포퓰리즘(Populism, 대중영합주의) 지도자로 베네수엘라 정치 경제 사회 실패의 상징 인물이 됐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무려 1천만%에 이른다. 계산이 불가능한 비율이다. 기아, 질병, 범죄가 극에 달하고 수백만명이 콜롬비아 등 인근 국가로 이주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살인이 90명을 넘는다. 미국은 5.4명, 캐나다는 1.7명이다.

 

그런데, 이 나라가 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가? 석유 매장량이 세계1위이기 때문이다. 검증된 량이 3천억배럴로 싸우디 아라비아의 2천6백50억배럴보다 많다. 3위인 캐나다는 1천7백억배럴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석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였다. 미국의 제재 조치로 당분간 그 자리를 멕시코, 이라크 등에 내주게 됐다. 캐나다는 파이플라인 부족 등 수송 수단 문제로 이 기회를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남미 북단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토는 남한의 9배이지만 인구는 3천2백만(최근 대규모 엑소더스로 현재는 3천만 이하 추정)에 불과하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혼혈 인종으로 과거 세계미인대회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나라로도 유명하다.

 

캐나다가 베네수엘라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배경은 미국과도 다르다. 석유가 그 주요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권과 법의 규칙,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캐나다 특유의 조용한 외교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캐나다는 칠레 피노쳇 반대 운동에도 적극 가담했고 페루 후지모리 퇴진에도 한몫을 했었다. 

 

캐나다는 리마 그룹(Lima Group) 멤버국이다.  이 그룹은 2017년 8월 리마 선언과 함께 베네수엘라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캐나다와 남미 국가 14개국이 참여해 결성됐다.

 

프릴런드 외교장관은 이 리마 선언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인물로 베네수엘라에 싹이 터오르고 있는 민주화의 봄을 맞는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캐나다는 곧 리마 그룹 회의 주최를 하게 돼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이 안건이다.

 

그 민주화의 싹 주앤 과디오는 이렇게 옛말을 인용하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꽃을 꺾을 수는 있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You can cut the flower but you cannot prevent spring from coming.)" 

 

이 말은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한국의 옛 야당 지도자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러시아 등을 등에 업은 마두로는 그의 진군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총칼로 진압할 태세다. 군부도 최근 그에게 지지 선언을 해줬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9일 과이도를 출국 금지시키고 자산을 동결시켰다. 그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과이도에 해를 가할 경우 심각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대다수 국가들로부터 퇴출 압력을 받고 있는 마두로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 과이도를 불법 정권탈취자로 몰아 감옥에 넣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캐나다 정부와 국민이 베네수엘라를 지켜보고 있다.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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