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흡연으로 고통받은 입주자가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CBC 뉴스에 따르면 BC 인권재판소(BCHuman Rights Tribunal)는 최근 애보츠포드의 한 콘도 스트라타(Strata,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층간 흡연 피해로 극도의 삶의질 악화를 겪은 폐질환 입주자의 정신적 비용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입주자 루스 보우커(Ruth Bowker)는 담배 연기가 집안에 너무 많이 스며들어 침실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침실만이 “지속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폐섬유증을 가진 보우커가 2015년 클리어브룩(Clearbrook) 마을 콘도를 사려고 방문했을 때는 담배 연기를 맡지 못했다. 그해 11월 보우커 부부가 이사오기 전 아래층에 습관적인 흡연자들이 먼저 입주했다.
냄새는 끔찍했다. 11월 말인데도 페티오 문들을 열기 시작했다. 연기를 밖으로 불어내기 위해 대형 선풍기들도 샀다. 그러나 이들 방법은 별 효과가 없었다고 재판소 재판원 에밀리 올러(Emily Ohler)는 판결문에 적었다.
올러는 “콘도 스트라타가 보우커의 불만 제기 이후 만 1년 동안 도움을 준 일이 거의 없었다. 스트라타의 액션 부족은 그녀의 장애를 악화시키고 정신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판시했다.
재판소는 스트라타가 보우커의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존엄성, 감정, 자존감에 입힌 상처에 대해 7500 달러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은 개인 부동산 권리와 장애 수용 책임간의 균형에 관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보우커의 변호사 죠나단 블레어(Jonathan Blair)는, 이 결정은 법 지식이 부족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 임원들의 법적 의무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건 아니다. 흡연자 LR 부부에게 보우커의 불만 제기 사실을 알리며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연기가 통하지 않도록 두 아파트 사이의 물리적 작업도 확실히 하도록 했다.
보우커에게 아래 층의 흡연이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가 되자 스트라타는 흡연자들에게 골칫거리 조례에 의거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나 그들은 역공을 했다. “니코틴 중독도 장애다”라고 주장하며 금연 명령은 인권 침해라고 반발한 것이다.
자신의 집은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성이긴 하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자치단체들과 스트라타들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한 수많은 법적 제한을 두고 있다. 소음 조례, 애완동물 법규가 그 예이다. 보우커의 콘도 스트라타도 금연 관리규약(Bylaw)을 제정하기 위해 두 차례 연례총회에 상정했으나 2표 부족으로 찬성이 75%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올러는 LR 부부의 중독 장애 보호 주장에 대해 “니코틴 중독자는 자기 집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연기 민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안전하게 숨쉬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걸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간단히 선을 그었다.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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