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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부메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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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11-12 16:41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기역자 모양의 나무 조각,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에 사용했다는 부메랑. 
던지고 난 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게 돌아오는 신기한 도구이다. 칼날의 양면처럼 사냥감을 잡는데 유용하게 쓰이지만 정확히 내게 다시 돌아오는 특성 때문에 잘못 사용하거나 잘못할 경우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내가 던진 부메랑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어떤 행위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불리한 결과로 돌아오는 결과를 일컫는 상식 용어로 ‘부메랑 효과 (Boomerang Effect)’라고 부른다. 요즘엔 경제학이나 심리학에서도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내게도 일상 생활에서 이런 부메랑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종이 박스가 많이 나왔는데, 제대로 펴서 정리하지 않은 체 그대로 버렸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재활용 빈에 무심코 넣었다. 차곡차곡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귀찮기도 하고, 누군가가 다시 하겠지란 생각으로 내가 아니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내 행동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재활용 빈은 금세 다른 박스들로 가득 찼고, 그것을 처리해야 할 임무가 내게 주어졌다. 처음부터 내가 차곡차곡 정리해서 버렸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라서 제대로 재활용 빈에 넣었을 거고, 더 많은 박스를 담을 수 있었을 거다.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재활용 빈을 처리할 때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일회용 용기나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이 되고, 이를 복구하는데 비싼 비용과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한 번은 아들 녀석과 이야기하다가 무심결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말한 적이 있다. 내심 나보다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와 좋은 조언이 될 거란 생각을 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대수롭지 않게 다른 아이의 예를 든 것이 화근이었다. 아이의 대답은 부메랑이 되어 내게 비수처럼 날아왔다.
“아빠도, 내가 다른 아빠들과 비교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뜨끔한 생각과 내가 얘기를 잘못 했다는 생각이 번뜻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한 말을 듣는 아이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 입장에선 좋은 훈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이었지만, 반대로 듣는 입장에서는 민감한 감정을 건드리는 방아쇠 역할을 했던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줄로 안다. 무심코 내가 던진 말 한마디가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겐 상처로 남을 수가 있다. 내가 한 작은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으로 옮겨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서 큰 파장을 가져와 내가 도리어 곤란해질 상황에 빠질 때도 있다. 내가 원래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때론 불리한 결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동양에서는 인과 응보를 많이 이야기한다. 부메랑 효과처럼 내가 한 행동이 원인이 되어 나중에 거기에 대한 댓가를 치르거나 결과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고, 착하게 바르게 덕행을 쌓으면 그게 다 자기한테 돌아온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부정적인 결과 보다 내게 긍정적으로 좋은 일이 많이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플로랑스 스코벨 쉰이 이야기한다.

“삶은 부메랑이다. 
우리의 생각 말 행동은 언제가 될지 모르나 틀림없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정확하게 우리 자신을 그대로 명중시킨다.”

마지막 한 줄의 말이 계속 내 마음 속을 찌르며 긴 여운을 남긴다. 그의 말에 깊게 공감하며, 언제 돌아올지 모를 부메랑 효과를 기억하며 일상에서 바른 행동,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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