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시세 주택 사려면 월급 전혀 안 쓰고 11.9년 일해야
밴쿠버가 세계에서 주택을 구매하기 가장 어려운 도시 순위 2위에 올랐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 기업 데모그라피아 인터네셔널(Demographia
International)이 세계 309곳의 도시를 대상으로 16년째 조사하고 있는 주택구매 능력지수(Housing
Affordability Survey) 보고서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그 결과,
밴쿠버는 홍콩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도시에 뽑혔다.
토론토는 6위였으며,
빅토리아, 프레이저 밸리,
나나이모, 코목스밸리 등 BC주 지역이 대거 30위권 안에 들었다.
이 보고서는 각 도시의 중간 주택가격과 가구의 중간 소득을 나누는 ‘중앙 다중(median
multiple)’이란 방법을 사용해 주택구매 능력 지수를 계산한다.
한마디로 각 도시에서 평균 정도의 소득을 버는 일반 가정이 평균 시세의 집을 사기 위해서는 월급을 전혀 쓰지 않고 몇 년을 모아야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지수가 3 이하면 ‘알맞다’,
3.1과 4 사이면 ‘적당히 비싸다’,
4.1과 5 사이면 ‘심하게 비싸다’,
5 이상이면 ‘혹독하게 비싸다’로 평가된다.
그러나 밴쿠버의 지수는 무려 11.9를 기록했다.
11.9년 동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평균 시세의 집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309개 도시 중에서 수치가 11이 넘는 도시는 3곳 밖에 없었으며,
작년과 재작년에 기록했던 12.6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했다.
1위 홍콩은 밴쿠버의 두 배 수준인 20.8이었다.
16년 전 처음 이 보고서 결과가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밴쿠버의 집값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 지수가 2배 이상 껑충 올랐다.
또한 보고서는 지난 2016년 외국인 구입세(foreign
buyers tax)를 도입했음에도 주택구매 능력 지수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며,
밴쿠버는 부동산 거품 위험 지수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BC주는 외국인 구입세에 이어 2년 전부터 투기 빈집세(speculation
and vacancy tax)를 도입하는 등 폭등하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상반기 주택 거래량과 집값 상승 속도가 다소 감소하기도 했다.
SFU 도시 기획 디렉터 앤디 얀(Yan)
씨는 CTV뉴스와 인터뷰에서 “주정부의 정책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제대로된 효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2, 3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주택구매 능력 지수가 5.1보다 높은 도시가 무려 80곳이 넘었다”며 “평균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주택을 구매하기 힘든 세상이 찾아오면서 중산층의 삶이 위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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