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우한의 한국인 농구감독 "받은 마스크 3개, 남은 생수는 2병뿐"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1-28 09:16

[우한 폐렴 확산]

봉쇄 6일째, 병상 모자라 거리엔 이병원 저병원 떠도는 환자들
고립에 지친 시민들 "살아있으면 노래하자" 창문 열고 합창
인근 마을선 "우한 사람 절대 못온다" 도로의 터널 틀어막아

"식료품 살 때 빼곤 겁나서 밖에 안 나갑니다. 마스크가 떨어질까 제일 두려워요." 우한 폐렴이 시작된 중국 우한 시민인 저우칭씨는 28일 본지 통화에서 "인구 1000만이 넘는 대도시에서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죽음의 도시'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봉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중국 내륙 도시 우한이 28일로 봉쇄 6일째를 맞았다.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3일 우한을 드나드는 모든 여객 운송을 중단했다. 버스·지하철이 멈췄고 도심에서는 일반 차량 운행도 금지됐다. 창장(長江)을 끼고 있는 우한은 후베이(湖北)성의 중심이다. 상주인구 1100만명으로 중국에서 인구 기준으로 일곱째로 큰 도시다. 다른 도시 출신으로 우한에서 생활하는 사람까지 합친 인구는 1400만명이 넘는다. 춘제(春節·중국 설) 귀향과 바이러스 확산으로 500만명이 빠져나가고 현재 900만명이 도시에 남아 있다.

‘유령 도시’ 된 우한 - 2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도심인 한커우(漢口)가 ‘유령 도시’처럼 텅 비어 있다. 상주인구가 1100만명에 달하는 우한은 중국에서 인구 기준으로 일곱째로 큰 도시이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우한을 전격 봉쇄했다.
‘유령 도시’ 된 우한 - 2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도심인 한커우(漢口)가 ‘유령 도시’처럼 텅 비어 있다. 상주인구가 1100만명에 달하는 우한은 중국에서 인구 기준으로 일곱째로 큰 도시이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우한을 전격 봉쇄했다. /신화 연합뉴스

우한 시민들은 고립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건너편 아파트를 향해 소리치는 우한 시민의 영상이 큰 화제였다. 이 남성은 "창문 좀 열어보세요. 사람 있습니까?"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상대편에서 아무런 대꾸가 없자 이 남성은 "정말 미치겠네. 이야기 좀 합시다"라고 말한다. 장강일보에 따르면 27일 오후 8시 우한 시내 곳곳에서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시 봉쇄로 집에 갇힌 우한 시민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후 8시에 창문을 열고 함께 노래하자"는 글을 올리자, 다른 시민들이 호응한 것이다.

우한 인근 후베이성 마을 주민들이 마을 터널 앞이나 도로에 흙을 부어 우한 사람의 통행을 막거나, 장난감 총을 들고 마을 입구를 지키는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기도 했다.

우한 시민들은 약품과 마스크 부족을 호소했다. 자신을 우한 시민으로 소개하며 유튜브에 '고립 일기'를 올리는 루빈씨는 27일 올린 동영상에서 "매일 수퍼마켓에 나가 보고 있는데 야채를 제외하면 물자는 부족하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약품이나 마스크는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약국마다 품절"이라고 했다. 슝지에씨는 "23일 잠에서 깼을 때 도시가 이미 봉쇄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감이 들었다"며 "친구들 가운데 우한 밖으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사람 있나요” 적막속 외침… 우한 유튜버 매일 ‘고립일기’ 업로드 - 우한에서는 고립된 시민들이 인터넷 영상으로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한 시민이 건너편 건물을 향해 “사람 있습니까”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담아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 캡처. 오른쪽 사진은 우한 거주자로 알려진 루빈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중 한 부분. 루빈씨는 영상에서 “목감기약과 마스크는 약국마다 품절”이라고 했다.
“사람 있나요” 적막속 외침… 우한 유튜버 매일 ‘고립일기’ 업로드 - 우한에서는 고립된 시민들이 인터넷 영상으로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한 시민이 건너편 건물을 향해 “사람 있습니까”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담아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 캡처. 오른쪽 사진은 우한 거주자로 알려진 루빈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중 한 부분. 루빈씨는 영상에서 “목감기약과 마스크는 약국마다 품절”이라고 했다. /인터넷 캡처

우한에 가족이 없는 외지 출신들이나 외국인들이 겪는 불편은 훨씬 크다. 후베이성 농구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박종천 감독은 현재 우한 올림픽 선수촌에 머물고 있다. 박 감독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주변 대중교통이 완전 정지돼 실질적으로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후베이성 체육국에서 마스크 3개와 체온계 1개를 지급받았고, 체온계로 하루 한 번 체온을 측정해 보고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 세 끼는 후베이성 체육국이 지급하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박 감독은 "갑작스러운 통제 때문에 생수를 마련해 놓지 못해 1.5L짜리 2병만 남았다"고 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매일 1만명 이상이 발열 증세로 우한 시내 59개 병원을 찾고 있다. 중국 정부가 6000명이 넘는 외부 의료진을 투입했지만 병상(病牀)이 모자라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도는 환자가 많다. 한 우한 시민은 27일 중국 매체 건강시보에 "85세 할아버지가 19일부터 지금까지 8일째 열이 나고 있는데 병실을 구하지 못했다"며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에 계속 전화를 걸고 다음 번 빈 병상이 우리한테 오길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일부 병상은 방호용품(마스크·방호복) 부족으로 의료진을 투입 못 하는 상황이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중국 대도시 가운데 '우한식 전면 봉쇄'를 적용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사망자 가 나오면서 베이징 통저우구 일부 마을은 외부인의 마을 출입을 금지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베이징 등 다른 도시에서도 우한 같은 마스크·손소독제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8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편의점과 약국에는 '마스크 매진'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차오양구 편의점 세븐일레븐 직원은 "본사에서 언제 다시 공급해 준다는 이야기도 없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진 특파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9/2020012900108.html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