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의 죽음에서 시작… 닷새째 시위 폭동과 약탈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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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건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난 30일로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미국 전역에서 폭력과 방화, 약탈 사태가 벌어졌다. 미 CNN에 따르면 최소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날 밤 시위대가 구찌 등 명품 매장과 상점에 불을 지르고 약탈하자 로스앤젤레스(LA)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최대 1000명의 주방위군 배치를 요청했다. 한인 상점들도 피해를 봤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인 점포 5곳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인 점포 2곳에서 약탈·방화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당시 한인들이 집중 타깃이 됐던 것처럼, 흑인들의 분노가 아시아계를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망 사고도 속출했다. 31일 새벽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괴한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9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 보안요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자 이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NYT는 미국 전역에서 이번 시위로 최소 4명이 숨졌다고 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선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흑인 CNN 기자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경찰의 인종차별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3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선 백인 경찰이 17세 흑인 소년이 지시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는 이유로 얼굴에 총을 쏴 숨지게 했다. 또 지난해 10월 텍사스 포트워스에서는 자신의 집에서 조카와 게임을 하던 흑인 여성이 갑자기 집으로 들어온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플로이드가 목이 졸려 숨지는 과정이 행인들에 의해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면서 분노가 커졌다. 또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와 아는 사이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분노를 증폭시켰다. 플로이드와 쇼빈은 한 나이트클럽에서 보안요원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9일 트위터에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고 쓴 것도 시위대를 자극했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것은 1967년 흑인 시위에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로 차별적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일리노이대 역사학자인 바버라 랜스비는 워싱턴포스트(WP)에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인종적 불평등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여기에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이 불평등을 더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실제 워싱턴 DC의 한 고급 식당 앞엔 붉은 글씨로 "부자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낙서가 쓰이기도 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플로이드 추모가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먹칠을 당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개입해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를 포함한다"고 했다.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AP통신은 국방부가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을 투입할 준비를 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된 과격 시위대의 80%가 외지인으로 밝혀지는 등 일부 세력이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흑인인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지난 29일 "이건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정신이 아니다. 킹 목사가 암살당했을 때도 우리는 이런 짓을 애틀랜타에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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