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숨지고 충격에 빠진 저자, 美 전역 친척·친구들 찾아가 '위로 음식' 추천받으며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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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위로
에밀리 넌 지음|이리나 옮김|마음산책
368쪽|1만5000원
오빠가 숨졌다. 스스로 택한 일이라고 했다. 게이였던 오빠는 평생 '엄마가 그걸 알면 날 사랑하지 않을걸'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삶은 산산조각났다. 약혼자와는 오빠의 장례식이 끝나고 3주 후 헤어졌다. 함께 살던 시카고 아파트에서는 나가야만 했다. 통장 잔액은 240달러였다. 뉴요커에서 10년, 시카고 트리뷴에서 7년을 음식 담당 기자로 일했지만, 결혼을 앞두고 일을 그만둬 당장 직업도 없었다. 절망과 함께 고질병이던 알코올중독이 도졌다. 술 취해 자기 연민의 구렁텅이에 빠진 밤, 페이스북에 신세 한탄을 하고 잠들었다. 다음 날 깨어보니 페이스북 친구 350여 명의 위로 댓글 릴레이가 이어졌다. "우리를 보러 와. 우리의 '위로 음식(comfort food)'을 알려줄게. 네 영혼을 위한 음식 투어가 될 거야."
영국 가디언과 인디펜던트가 음식 관련 최고의 책으로 꼽고, BBC 푸드 프로그램이 최고의 요리책으로 선정한 책이다. '지금은 자책 대신 빵을 구울 시간'이라 결심한 저자가 미국 전역의 친척과 친구들을 방문하며 그들의 '위로 음식' 레시피를 수집하는 여정을 다뤘다. 옥스퍼드 사전은 '위로 음식'을 '위안이나 행복한 느낌을 주는 음식. 보통 당이나 여타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어린 시절이나 집밥과 관련이 있음'이라고 정의하지만, 저자는 "위로 음식이 꼭 과거에 대한 향수를 동반해야 할까?" 질문한다. 친구 브루스는 자신의 '위로 음식'을 이렇게 말한다. "컵에 차가운 우유를 붓고 오레오 예닐곱 개를 부수어 넣는다. 스푼으로 먹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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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의 '위로 음식' 레시피엔 치유의 힘과 함께 상처가 녹아 있다. 그에 따라 요리하면서 저자의 상처도 함께 버무려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 음식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친척 마사가 담그는 피클은 해마다 가족 모두의 기쁨이었지만 정작 마사는 그 피클의 '노예'였다. 마사는 털어놓는다. "나는 우리 집의 하녀였어." 딸에게만 가혹했던 마사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피클이나 청을 담그는 등 노동을 시켰다. 요리나 청소를 할 때만 곁에 있게 해줬다.
평생 어머니의 신경증, 부모의 이혼으로 고통받았던 저자는 그래도 '집밥'의 소중함을 추억한다. "가정 요리는 분명 어떤 현실을 부드럽게 만들고 불완전한 가정에서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버지의 외할머니인 오거스타 할머니는 매서운 프랑스 여인이었지만, 할머니가 만들어준 촉촉하고도 너무 달지 않은 레몬 케이크 덕에 어떤 가족들은 할머니를 놀랍도록 부드러운 사람으로 기억한다.
마음속 응어리를 얼마간 내려놓은 저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린빌의 식당 주방 보조로 취직한다. 정직한 노동의 나날 속에서 문득 생각한다. "나는 한때 인생은 연회라는 개념을 좋아했다. 할 수 있을 때 완벽한 것을 취하고, 최고로 좋은 것들을 사라지기 전에 붙잡으려면 나머지는 거부해야 한다고 믿었다. … 다행스럽게도 나는 인생이 연회가 아니라 포틀럭 파티임을 깨달았다.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도 환영받는 파티. 각자 지닌 것을 마음 편하게 들고 오는 곳. 너무 피곤하거나 돈이 모자라면 핫도그를 가져와도 좋고,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정성을 듬뿍 담은 음식을 가져와도 되며, 많은 양의 음식을 가져온 사람도 편의점 콩 샐러드 하나 들고 온 사람과 나눠 먹을 수 있는 그런 파티. 사람들은 언제든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것만 기억하면 된다." 원제 The Comfort Food Dia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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