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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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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6-08 10:39

아청 박혜정 / (사)한국 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다 보니 눈에 잘 보이지 않던 먼지들도 보이고, 밥도 세끼를
다 먹자니 그 또한 분주하다. 하지만 다른 면이 더 있다면 좀 더 다양한 것들과 가까워진
듯하다. 집을 가꾸는 것에는 시간이 없어서 소홀했는데 페인트칠도 하고 그동안 미루어
왔던 것을 하나씩 정리도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집콕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 그동안 써 왔던 수필을 모아
정리해 보니 150편이 조금 넘었다. 그래서 10여 년 넘게 미루어 왔던 수필집을 출판해
보려고 요즘에는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눈에 띄는 메시지를 받았다.
아는 분이 몇 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는데 나태주 시인의 대표 시 “풀꽃”의 셋째
연에서 큰 힘을 얻어가며 뇌졸중과 싸우게 되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을 피워 봐
참 좋아”
지금까지는 음악에서 위안을 받고 힘을 얻었는데, 보내준 시가 마음에 들어 그 시인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내 마음에 쏘옥 들어오는 시가 있었다.
읽을수록 한 구절 한 구절에 감동이 일었다.

행복 /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밖에서 힘든 일이 있어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팠는데 집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려는데
문밖으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때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면서 나에게도 서로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따뜻한 집이 있다는 사실에 엄청 힘이 되었었다. 그렇게 돌아갈
집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카운슬링은 결국 남의 이야기를 들어 줌으로써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게 된다. 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속에 둔 사람과 자기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꼭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사람만 생각해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면 그 또한 행복한 사람이다.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노래는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요즘 “사랑의 콜센타”라는 TV프로를 보면 좋아하는
노래가 힘이 되었고, 또 그 사연을 들으면서 같이 눈물도 흘리게 된다. 나도 몇 년 전에
갑자기 아팠을 때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을 부르며 위안이 되었다. 가사 중에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눈과 마음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면서
위안이 되었다.

그 외에도 내가 찍었던 사진을 날짜별로, 장소별로도 구분해 놓기도 하고 정리도
하면서 지인들에게 보내주었을 때 그들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얼마 전에는
부러진 우산살을 가진 우산이 바람에 날려갔는지 로키 포인트 공원 다리 밑에 뒤집어진
것이 특별해 보여서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다른
사진들과 함께 지인에게 보내주었더니 자기 인생 같다면서 그렇게 슬퍼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는 사진의 주제도 이왕이면 남에게 힘을 주는 사진을 찍게 된다. 예전에 SNS가
활발하지 않았을 때는 기념사진, 가족사진 위주로 찍던 것에서 인물이 없는 풍경 사진을
위주로 찍게 되고 SNS상에 올리면서 많은 사람과 같이 감정적 교류를 나눌 수도 있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잃는 것이 있으면 반대로 얻는 것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만 있는 덕분에 요리 실력도 늘고, 머리 모양이 이상해도 긴 머리를 답답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초보 미용 기술을 뽐내보려는 시도에 미용기구를 구하는 것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또 사람이 메웠던 길거리를 동물들이 채우며 활보를 한다. 이곳은 별 차이가
없어도 미세 먼지와 스모그로 인해 괴로워하던 나라에서는 맑은 하늘과 멀리에 있는 멋진
풍경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코가 석 자라 전쟁과 싸움도 줄었다. 집에만 있어서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도 생겼다는데, 자기에게 위안을 주는 것을 찾는다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극복이 쉬울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 시간을 답답해만 말고 적절히 잘
이용을 해서 무엇으로든지 한 발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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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다 보니 눈에 잘 보이지 않던 먼지들도 보이고, 밥도 세끼를다 먹자니 그 또한 분주하다. 하지만 다른 면이 더 있다면 좀 더 다양한 것들과 가까워진듯하다. 집을 가꾸는 것에는 시간이 없어서 소홀했는데 페인트칠도 하고 그동안 미루어왔던 것을 하나씩 정리도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또한 집콕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 그동안 써 왔던 수필을 모아정리해 보니 150편이 조금 넘었다. 그래서 10여 년...
아청 박혜정
힐링 포토 2019.12.03 (화)
사진과 친해진 것은 이민을 와서이다. 또 이민을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전공이 같은 사람끼리 일을 하고 만나다 보니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래서 다른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만나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을때는 어느 장소에 왔다는 것을 기념하거나 그 때를 기억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처음 산에 갔을 때 무심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청 박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