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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에 흑인 사망··· 분노한 애틀랜타, 고속道 막고 방화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6-14 11:23

음주운전 여부 조사받던 흑인, 테이저건 뺏어 도주하다 총 맞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흑인 청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애틀랜타 시내에서 방화하는 등 시위가 폭력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플로이드 사건 당시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이 눌린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며 호소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분노를 자아냈다. 이번에도 흑인 청년 레이샤드 브룩스(27)가 총에 맞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 여론이 악화하자 에리카 실즈 애틀랜타 경찰서장은 전격 사퇴했고, 총을 쏜 경찰관은 해임됐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패스트푸드점 웬디스 앞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전날 밤 웬디스 매장 앞에서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27)가 체포에 저항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자 애틀랜타 시내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웬디스 매장에 불을 지르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3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패스트푸드점 웬디스 앞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전날 밤 웬디스 매장 앞에서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27)가 체포에 저항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자 애틀랜타 시내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웬디스 매장에 불을 지르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AP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미 CNN과 CBS뉴스 등에 따르면 경찰에 항의하는 애틀랜타 시위대는 전날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사건 장소였던 패스트푸드 가게 웬디스 매장과 근처 자동차에 불을 질렀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와 다른 주를 이어주는 75번, 85번 고속도로 교차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했다. CNN은 "시위대가 웬디스 매장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CNN 기자들의 카메라가 부서지는 등 피해가 있었다"고 했다.

미 남동부 최대 도시인 애틀랜타를 들끓게 한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밤 10시 30분쯤 웬디스의 드라이브-스루 차로에 한 남성이 차를 댄 채 잠들어 통행에 방해를 받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며 시작됐다. 출동한 경찰은 차에서 잠든 브룩스를 깨워 음주 테스트를 한 뒤 그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자 체포하려 했다.

하지만 브룩스는 저항하며 경찰관들과 뒤엉킨 채 몸싸움을 벌였고 경관의 테이저건을 뺏어 도주하다 총에 맞아 숨졌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도망가던 브룩스가 뒤돌아 테이저건을 경찰에 겨냥하자 경관이 총을 쏘는 모습이 포착됐다. CNN은 "목격자들로부터 확보한 영상을 보면 브룩스가 오른손에 테이저건을 든 것처럼 보인다"며 "그가 도망치자 경찰관 중 한 명이 세 차례 총을 쐈다"고 했다. 브룩스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으며, 다친 경찰관은 곧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 레이놀즈 조지아주수사국(GBI) 국장은 "경찰 총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대중은 알 권리가 있다"고 했다. 경찰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치명적인 무력이 정당하게 사용됐다고 믿을 수 없다"며 발포한 경찰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14일 브룩스에게 총을 쏜 개릿 롤프 경관을 해임하고, 함께 출동했던 데빈 브로스넌 경관은 행정직으로 전환했다.

브룩스 측 크리스 스튜어트 변호사는 "그동안 경찰은 테이저건이 치명적인 무기가 아니라고 말해왔는데, 흑인이 이를 들고 도주하니까 갑자기 총격을 가할 만큼 치명적인 무기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경관들은 치명적인 무력을 정당하지 않게 사용한 죄로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경찰의 권한 남용으로 피해를 입은 애틀랜타 흑인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번 사건으로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CBS뉴스는 "애틀랜타에서는 지난달 말 인종차별 반대 시위 당시에도 흑인 대학생 2명을 폭행한 경찰 6명이 기소되고, 이 중 2명은 해임된 일이 있었다"며 "이번 브룩스 사건은 올 들어 경찰이 연루된 총격 사건으로만 48번째"라고 전했다.

애틀랜타는 과거 흑인 노예들을 기반으로 한 면화농업이 번성했던 조지아주의 주도(州都)다. 남북전쟁 당시엔 노예제 폐지에 반대한 남부연합군의 거점이었다. 최근 인종차별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동영상 서비스 회사인 HBO 맥스에서 퇴출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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