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시위대에 권총, 곳곳서 진상··· 차원이 다른 미국 김여사 '카렌'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7-02 09:00

창궐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흑인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을 수개월째 휩싸면서, ‘카렌(Karen)’이란 이름의 백인 여성이 트위터와 리딧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미 언론 매체에서 수시로 등장한다. 통칭 ‘카렌’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우리로 따지면 백화점에서 맘에 안 든다고 주차요원이나 매장 직원을 무릎 꿇게 하고, 남의 집 차고 앞에 버젓이 고급 수입차량을 세우고, 식당에서 툭하면 매니저를 오라고 소란을 피워 화제가 되는 ‘김여사’의 미국판(版)에 해당한다.

6월28일 세인트루이스 자신의 집앞 사유도로를 지나는 흑인 인권 시위대에게 권총을 겨눈 패트리샤와, 뒤에서 반자동소총을 든 남편 마크 매클로스키 부부. 미 매체들은 이들을 '켄과 카렌'으로 불렀다./UPI 연합뉴스
6월28일 세인트루이스 자신의 집앞 사유도로를 지나는 흑인 인권 시위대에게 권총을 겨눈 패트리샤와, 뒤에서 반자동소총을 든 남편 마크 매클로스키 부부. 미 매체들은 이들을 '켄과 카렌'으로 불렀다./UPI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자신 집 앞 사유지 도로를 지나간다고 권총을 들고 나와 겨눈 백인 여성이나, 다음달 텍사스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말을 듣고 열 받아 카트와 진열대의 상품을 모두 바닥에 내던진 백인 여성, 5월말 뉴욕 시 센트럴파크에서 개에 목줄을 채워달라는 흑인 남성에게 되레 “나를 공격하려 한다”며 경찰에 신고한 젊은 백인 여성들이 다 ‘카렌’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이름은 따로 있지만, 미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영상을 소개하면서 모두 ‘카렌’이라고 부른다.

마켓에서 휴지 싹쓸이를 하지 말라며, '카렌'을 조롱하는 소셜미디어 리딧 게시글/스크린샷
마켓에서 휴지 싹쓸이를 하지 말라며, '카렌'을 조롱하는 소셜미디어 리딧 게시글/스크린샷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 슈퍼마켓에서 서로 휴지를 싹쓸이하려고 몸싸움을 하고, 주(州)정부의 ‘사회적 봉쇄’ 정책에 저항해 거리에 나와 미국 국기를 흔들며 “당신네 과학은 못 믿겠다”고 외치고, 해변에서 자기 아들의 정신을 헷갈리게 한다고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에게 “몸을 가리라”라고 훈계하고, 식당에서 “매니저 나오라”며 소란을 피우는 등 하나의 카렌 스토리가 사그라지기 무섭게 새로운 카렌 스토리가 등장해, 점잖은 미국 매체에서도 ‘이웃집 카렌’ ‘카렌 공화국’이란 특집 기사 제목이 나올 정도다. 워싱턴 포스트는 “카렌은 도처에 있다”고 했다.

◇‘카렌’의 정의는

캔사스주립대에서 사회나 인터넷 상에서 전파되는 유행 문화(meme·밈)를 연구하는 헤더 수잔 우즈는 “카렌에게 세상은 자기 기준에 맞춰 존재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기꺼이 희생시키려는 여성”이라고 규정했다. 작년 12월 뉴욕타임스는 “모든 일에 스스로 경찰 노릇을 하려는 백인 여성”이라고 했다. 월간지 애틀랜틱 몬슬리는 흑인에 대한 인권 차별이 논란이 되는 지금, “사회 제도나 관습상의 특권을 이용해, 흑인을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백인 여성”으로 정의했다.
5월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개줄을 묶으라는 흑인 남성을 경찰에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한 백인 여성을 '카렌'으로 보도한 뉴욕포스트 웹사이트 화면/스크린샷
5월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개줄을 묶으라는 흑인 남성을 경찰에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한 백인 여성을 '카렌'으로 보도한 뉴욕포스트 웹사이트 화면/스크린샷

◇왜 하필 ‘카렌’일까

인터넷 매체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신생 여아(女兒)의 이름으로 카렌이 정점(頂點)을 찍은 때는 1965년이었다. 그 해 3번째로 많이 붙인 이름이었다. 1960년대 미국 인구의 80%는 백인이었다. 그들이 이제 50대가 됐고, 따라서 2020년에 ‘카렌’이란 퍼스트네임을 가진 사람은 압도적으로 ‘백인 여성’이다. 이기적으로, 교양 없게 행동하는 여성을 일컬어 ‘카렌’이라고 붙이게 된 배경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8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 공원에서, '무섭다'며 야외에서 바베큐파티를 하는 흑인들을 신고한 '바베큐 베키'/유튜브
2018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 공원에서, "무섭다"며 야외에서 바베큐파티를 하는 흑인들을 신고한 '바베큐 베키'/유튜브

◇갑질하는 백인 남성, 트럼프도 ‘카렌’으로 통칭

늘 ‘카렌’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1990년 대 이후 수년 전까지만 해도 ‘베키(Becky)’였다. 2018년 5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시의 한 공원에서 야외 바비큐가 허용되지 않은 곳에서 흑인들이 고기를 굽는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너무 두렵다. 빨리 오라”고 한 백인 여성 제니퍼 슐티도 ‘바비큐 베키’로 불렸다. 이밖에 흑인 소년의 백팩이 자신의 몸에 닿았다고 “애한테 성추행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백인 여성, 자기 집앞 길가에서 흑인 8세 소녀가 당국의 허가(permit) 없이 음료수를 판다고 신고한 백인 여성은 각각 본명과 다르게 ‘코너스톤 캐롤라인’ ‘퍼미트 패티’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대세가 ‘카렌’이다. 비슷하게 ‘진상 짓’을 하는 백인 남성은 ‘케빈(Kevin)’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애틀랜틱 몬슬리는 최근엔 남성도 ‘카렌’이라 불린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5월28일 “CNN 방송과 같은 비판적인 언론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발언은, 범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아도 일단 경찰을 불러 상대방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카렌’과 다를 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 카렌’(The Karen in Chief)”라고 불렀다.


이철민 선임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2/2020070202273.html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입력 2020.07.19 14:26 수정 2020.07.19 14:39'미스 켄터키' 출신 29세 여교사미국에서 10대 제자에게 노출 사진을 보낸 30대 여교사가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평생 성범죄자로 등록됐다.램지...
흑인추모 시위 이후 경찰 위축… 적극 진압 사라져 총기사고 급증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최근 총격 살인 사건이 통제 불능으로 터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하루 평균 3100명의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미국 조지아 주에서, 공화당 주지사와 주도(州都)인 애틀란타의 민주당 시장이 ‘마스크 착용’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애틀란타 시는 주내(州內) 최대 도시(인구 50만 명)로, 조지아 주의 경제...
YG 뮤직비디오 수정 "의도하지 않은 실수"K팝 걸그룹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블랙핑크가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힌두교 신상(神像)을 사용했다가 인도 네티즌의...
입력 2020.07.13 03:25[오늘의 세상]여름마다 한·중·일 3국에 비를 뿌리는 장마전선이 올해는 중국 남부와 일본 규슈(九州)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를 내렸다. 반면, 한반도에는 상대적으로 비가...
입력 2020.07.13 00:02 수정 2020.07.13 00:05무라카미 하루키/연합뉴스일본 대표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ㆍ71)가 1920년대 간토(關東) 대지진 이후 자행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언급하며...
메릴랜드주 군 병원 방문하며 마스크 착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의료센터를 방문하며 마스크를 쓴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코로나...
현직 신장위구르 당서기 등 4명 자산 동결, 미국인과 거래 금지미국이 9일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탄압한다는 이유로 신장위구르 자치구 전·현직 고위 관리 4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25명뿐인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도 포함됐다. 홍콩 내...
입력 2020.07.11 11:49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 표지판./EPA 연합뉴스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기원 조사를 위해 전문가 두 명으로 이뤄진 선발대를 중국으로 파견했다....
입력 2020.07.05 18:09 수정 2020.07.05 18:12미국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이었던 4일(현지 시각) 인종차별반대 시위대가 미국 백악관 인근 BLM 광장에서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트위터미국...
재산피해만 7조원한 달째 내린 비로 중국 창장 유역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CCTV 화면중국 창장(長江) 일대에 한 달 넘게 폭우가 쏟아져 2000만명 가까운 이재민을 냈다. 5일 관영 신화통신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관련해 "18개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연내 백신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입력 2020.07.04 16:39 수정 2020.07.04 18:212020년 7월 3일 미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참석한 독립기념일 행사가 열린 가운데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창궐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흑인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을 수개월째 휩싸면서, ‘카렌(Karen)’이란 이름의 백인 여성이 트위터와 리딧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미 언론 매체에서 수시로...
[홍콩 보안법 시행 첫날] 백악관 "中·홍콩, 한 체제로 취급"미 백악관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해 "앞으로 홍콩을 중국과 한 체제로 취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과 일본 등 27국도 유엔에서 성명을 내고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비판했다.미...
中 ‘헬멧 대란’ 영향으로 ABS 스팟 스프레드 상승ABS 생산하는 LG화학·롯데케미칼 가동률 100% 육박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오토바이 운전자에 헬멧·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입력 2020.06.28 16:49 수정 2020.06.28 17:079명의 아이를 낳은 광시성 두안현의 멍씨. 그녀는 열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난궈진바오중국에서 ‘낳을수록 가난해진다(越生越穷)’는 말이...
흑인이 무릎에 짓눌려 사망한 美 미니애폴리스공권력 공백에 총격사건 47% 늘어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공원에 텐트를 설치한 노숙자들/트위터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미국 명문 사학 프린스턴대가 교내 공공정책대학과 기숙사에서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지우기로 결정했다.미국 프린스턴대가 윌슨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한...
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는 50만명에 이르렀다./월드오미터 홈페이지 캡처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 18분(그리니치 표준시 27일 오후 10시 18분) 현재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