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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64명 총상··· 다시 '고담시티' 된 뉴욕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7-19 13:36

흑인추모 시위 이후 경찰 위축… 적극 진압 사라져 총기사고 급증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최근 총격 살인 사건이 통제 불능으로 터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경찰 무력화' 시위로 공권력이 무너진 결과다. 뉴욕은 범죄가 들끓던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치안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서 18일(현지 시각) 한 경찰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 구호를 페인트로 그리려는 사람을 붙잡으려다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그의 얼굴과 손에 시위대가 사용한 페인트가 묻어 있다. 코로나 사태와 경찰 무력화 시위 등의 여파로 뉴욕이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치안 위기를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
요즘 뉴욕 매체들은 자고 일어나면 전날 있었던 십수 건의 총격 사건으로 도배된다. 지난 12일 밤 브루클린의 놀이터에서 바비큐를 굽던 가족과 있던 한 살배기 아기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맞아 숨졌다. 5일엔 브롱크스에서 여섯 살 난 딸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버지가 지나가던 차에 탄 청년들이 쏜 총에 맞고 사망했다. 13일엔 맨해튼 할렘에서 졸업 파티를 하던 17세 소년을 포함, 저녁 6시 30분부터 45분까지 15분 만에 5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런 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부터다. 6월 한 달간 뉴욕시민 270여명이 총격에 죽거나 다쳤는데, 이는 지난해 6월에 비해 154% 증가한 것이다. 7월 들어선 독립기념일 연휴 사흘간 64명이 총에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뉴욕이 살육의 거리, 피바다가 됐다"며 "뉴욕이 1970~1980년대 범죄와 폭력으로 몸살을 앓던 때로 회귀할 것이란 공포가 덮치고 있다"고 했다. 뉴욕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연 2000여명이 총격으로 숨질 정도로 위험한 도시였다. 하지만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 시절부터 경찰력을 증강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오명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최근 급증한 총격 사건의 직접적 이유는 뉴욕의 유명 갱단 간 다툼 때문이라고 뉴욕 경찰은 보고 있다. 조직폭력 단체들이 권역 다툼을 하면서 자신들과 무관한 민간인까지 '묻지마 총격' 대상으로 삼아 위세를 과시한다는 것이다. 뉴욕 갱단은 19세기부터 있었지만, 최근 20년 사이엔 이렇게 휘젓고 다니진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미국 최강이라는 뉴욕 경찰(NYPD)이 대응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격 사건은 두세 배 급증하는데 검거율은 오히려 예년보다 90% 떨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전했다.

이유는 무엇보다 강력 사건에 투입할 경찰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감염 증상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며 전체 NYPD 3만5000여명 중 20%인 7000여명이 병가를 내고 쉬고 있다고 한다. 남은 경찰의 상당수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이나 코로나 방역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 불법 총기 소지자 등을 색출해내던 사복 경찰팀은 아예 해체됐다.

경찰이 비윤리적 집단으로 매도되면서 사기가 떨어진 탓도 크다. 강력 범죄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간 무슨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며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최근 NYPD 중 두 명이 시위 진압 때 과도한 무력을 썼다는 이유로 기소되자 동료 수백 명이 사표를 썼다고 한다. 이달 초엔 뉴욕 시의회가 내년도 NYPD 예산 80억달러 중 10억달러를 삭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로 극단화시킨 길거리 시위대의 주장을 정치권이 수용한 것이다. 흑인·히스패닉 등 저소득층이 밀집한 동네들이 주로 그 피해를 입고 있다.

그간 경찰 예산 축소, 불심 검문 금지 등 '경찰 개혁'에 앞장서온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최근 총격 사건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직과 빈곤율 급증에 따른 사회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FT는 이것으론 뉴욕에서 코로나가 잦아든 6월부터 총격이 급증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뉴욕의 흑인 사회 지도자 등이 필요한 공권력 복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흑인 바네사 깁슨 뉴욕시 의원은 "우리는 경찰이 목을 누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총 맞지 않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성명을 냈다. 우범 지역 시민들도 '뉴욕 경찰을 지키자(Defend the Police)'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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