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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앞에서 주춤한 여름 휴가··· 우리는 책 속으로 떠난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8-01 11:16

'코로나 시대의 여름'을 건너는 방법

문화부 기자 5인이 권하는 책 10권

/일러스트=양진경
코로나 속에서 맞는 여름이다. 해외로 가는 하늘길은 열리지 않았다. 국내 산과 바다를 찾더라도 방역 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휴가 때 지켜야 할 수칙으로 혼잡한 여행지 피하기, 음식점에 최소 시간 머무르기, 마스크 쓰기를 권고하고, 안전한 집에서 독서하기도 '코로나 휴가'를 보내는 좋은 방법으로 제안했다. 오랜 기간 출판·문학·학술을 담당한 본지 다섯 기자가 '코로나 여름'에 읽을 책을 두 권씩 골랐다. 책 속에선 아무런 제약 없이 어떤 상상의 세계로도 떠날 수 있다.
여름휴가를 뉴욕으로 가려고 했었다. 30대 막바지에 1년간 살았던 그 도시에서 전시회도 보고, 쇼핑도 하며 추억을 되새기고 싶었다. 코로나 사태로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되면서 고대했던 여행은 물거품이 되었다.

맨해튼 거리를 누비는 대신 동네 카페에 앉아 홍세림의 '이번 달은 뉴요커'를 읽었다. 여행 유튜버인 저자의 '뉴욕 한 달 살기' 경험담을 엮은 에세이다.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하기, 록펠러 센터에서 크리스마스 맞기 등 뉴욕서 스무 개의 버킷 리스트를 달성하는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떠나지 못한 여행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지는 것 같았다.

당분간 사용할 일 없을 것 같은 여권을 서랍 깊숙이 넣으며 일본 에세이스트 스가 아쓰코의 '밀라노, 안개의 풍경'을 다시 펼쳤다. 1990년 출간된 이 책은 1960년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 밀라노에 살며 서점을 운영했던 저자의 회고록이다. 스가는 드물게 안개 낀 도쿄의 대기 내음을 맡으며 "아, 내가 아는 냄새다" 생각한다. 10년 넘게 살았던 밀라노 풍물 중 가장 그리운 것이 안개라는 것이다.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는 문장을 읽으며 런던, 아바나, 교토…, 여행의 추억이 깃든 해외 도시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가, 곱씹어 본다. /곽아람 기자

집권 여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대한민국은 '반대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다. 여당은 수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그 위세에 눌려 반드시 해야 할 말조차 하지 못한다. 반대하지 않는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게 될까. '반대의 놀라운 힘'은 반대하는 목소리의 가치를 주목하라고 역설한다. 반대 의견에는 다수가 간과한 진실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반대하는 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며, 더 나아가 거리낌 없이 반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뒷받침하라고 조언한다.

코로나19 창궐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재앙은 인간의 면역력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특유의 입담을 발휘했던 저자가 '바디'에서는 우리 몸을 탐험한다. 브라이슨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동원하는 절묘하고 다양한 표현에 빠져들게 된다. DNA는 '우리를 만드는 제작 설명서'이고, 내가 살아서 숨 쉰다는 평범한 사실은 '생명이 시작된 이래 30억년 간 내게로 이어진 혈통이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라운 기적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면역력을 찬미할 때 브라이슨은 결코 '뛰어난 저항력을 지녔다'고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간은 운동을 최소로 하고 최대한 많이 먹음으로써 우리 몸을 찬미한다'는 기발한 해학을 동원한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조국(祖國)이 온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수평선 위로 새까맣게 몰려오는 민간 선박들 앞에서 해안에 고립된 영국군 33만명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영화 '덩케르크'를 보고 "우리는 얼마나 더 지나야 저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한탄한 사람이라면 박지향 교수의 '제국의 품격'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은 세계 첫 의회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했고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과학기술을 꽃피웠다. 성공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국왕의 자의적 통치를 제한하는 데서 시작한 영국인의 자유에 대한 집착은 능력자에게 기회를 주는 개방 사회를 열었고, 개신교 신앙과 과학적·경험주의적 전통이 이를 도왔다는 것이다.

열정의 이열치열로 더위를 나려면 진옥섭의 '노름마치'만 한 책이 드물다. 기녀·무당·광대…. 빼어난 재주를 지녔으나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던 예인(藝人)들의 휴먼 스토리다. 지금은 어쩌다 공직을 맡고는 있지만 오래도록 공연 기획에 몸을 담았던 저자는 이 책을 '딴따라의 괴수가 쓴 보도자료 모음집'이라 자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읽다 보면 험난한 20세기의 밑바닥을 견디며 살아남은 한국 전통 예술의 펄펄 끓는 미시사(微視史)임을 알게 된다. "흰 소매가 헤친 허공, 아직 봉합되지 않은 저 칠흑 속의 찰나를 탁본해두었으면 했다" 같은 기발하고 매혹적인 문장의 성찬이기도 하다. /유석재 기자

맑은 날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무지개와 마주칠 수 있다는 섬, 하와이.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는 여성 화가 '심시선'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 가족의 이야기다. 여행과 제사의 기묘한 결합을 꿈꾸는 이 가족들은 하와이를 여행하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모아 특별한 제사상을 차린다. 서핑을 하며 모아온 파도의 거품과 무지개 사진들, 화산석 자갈과 새 깃털 등등…. 심시선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족들을 따라 풍광 좋은 하와이 섬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과거의 폭력이 남긴 상처와 일상의 억압을 딛고 그럼에도 살아갈 힘을 발견한다.

김성중의 소설집 '에디 혹은 애슐리'에 실린 단편 '레오니'는 반대로 미국·유럽·아시아·남미 곳곳으로 흩어졌던 가족이 고향인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필리핀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증조할머니는 식구들이 이주해 간 나라를 군데군데 색칠한 세계지도를 보며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가족 모임을 기다린다.

단편 8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어디서 멈출지 모른 채 시공간을 넘나드는 우주선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은 백 년 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세계에서 독거노인용으로 개발된 로봇과 긴 여름밤을 지새우거나, 동화 속으로 들어가 백마 탄 왕자 대신 라푼젤과 도로시, 빨간 모자를 구한다. 작가가 펼쳐 놓은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헤엄치다 보면 이내 피할 수 없는 삶의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백수진 기자

여름철에 읽을 해양문학을 꼽으라면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 으뜸으로 떠오른다. 거대한 흰 고래를 쫓아 바다를 누비는 포경선이 소설의 주된 무대다. 소설가 김석희 번역본(작가정신)과 시인 황유원 번역본(문학동네)이 비교적 최근에 나왔다. 김석희의 유려한 번역본이 돋보이는 책은 프랑스 화가 모리스 포미에의 삽화를 풍부하게 곁들였다. 포경선 내부 구조와 고래를 잡고 처리하는 데 쓰이는 온갖 도구를 선명하게 형상화했다. 황유원 번역본은 소설에 사용된 상징과 언어유희를 풀이한 각주가 많다. 작품을 세밀하게 해부한 번역본이다. 심지어 작가의 오기(誤記)도 지적한다.

'모비딕을 다른 향유고래와 구별해주는 것은 보기 드물게 거대한 덩치라기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눈처럼 새하얗고 주름이 잡혀있는 이마와 피라미드처럼 높이 솟은 혹이다'라면서 인간과 고래의 처절한 투쟁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러시아의 겨울 추위를 떠올리게 하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도 여름에 읽을 만하다. 박형규 번역본(문학동네), 최선 번역본(창비), 연진희 번역본(민음사)이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안나의 미소를 놓고 박형규 번역본은 '살포시 짓는 미소로 실그러진 붉은 입술'이라고 옮겼고, 연진희 번역본은 '붉은 입술을 곡선으로 만든 희미한 미소'라고 전했다. 최선 번역본은 '붉은 입술을 휘움하게 만드는 보일락 말락한 미소'라고 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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