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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어울려 사는 그리스 장수촌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8-03 10:10

“당신이 죽었을 때 진정 울어줄 친구는?”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에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친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편이다. 수십년간 지겹도록 만나고 우정을 나눈 죽마고우(竹馬故友)도 몇 된다.  그래서 “당신이 죽었을 때 진정 울어줄 친구가 몇 사람이나 될까?"라는 흔한 질문이나, “친구 세명만 있어도 의미있는 인생"(리 아이아코카·미 크라이슬러 자동차사 회장)이란 말에 코웃음을 치곤 했다. 

어렸을 적 우리는 평생 우정을 변치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세파에 시달리면서 우정도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인이 돼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 살아가면서, 또 인생의 길이 서로 달라지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는 조금씩 변해갔다. 그러다 내가 인생의 굴곡을 겪으면서 변화는 급격해졌다. 20여년 직장 생활을 접고 고달픈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지인들은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다행히 몇 년 뒤 형편이 나아지니까 친구들 관계도 다시 좋아졌다. 연락 없던 친구들도 다시 연락이 오고…. 그러다 인생이 이것저것 어려워지고 다시 굴곡에 빠지니까 주변 사람들은 다시 썰물같이 줄어들었다. 이런 온탕, 냉탕을 겪으면서 나는 과거에는 쉽게 생각했던 인간 관계가 성현들의 말대로 쉬운 게 아님을 실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아주 짧은 순간에도 각양각색의 마음 속에 수만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 중에서>

 


영국의 한 신문사(런던 타임즈)가 ‘친구’라는 말의 정의를 현상 공모한 적이 있었다. 그때 1등으로 당선된 문구가 이렇다. 

“친구란 온 세상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다"

40대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친구가 몇 명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없다. 친했던 친구들과도 하나 둘 결별이 일어났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 시각으로는 그들의 시샘, 질투, 또는 실망과 같은 감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죽마고우같은 관계에서도 그런 느낌이 많은가보다. 나는 그런 느낌을 별로 받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데 좀더 살펴본다면 대부분 ‘내 탓’이 더 많았으리라. 어쩌면 상대방은 그런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잘 모르는 내게서 교만이나 독선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또 나의 여과되지 못한 행동, 지혜롭지 못한 선택 등이 상대방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하여튼 지금은 내 인생 중에서 가장 친구가 적은 때다. 그러나 결국 회복되리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죽으면 진정으로 울어줄 친구들 역시, 한평생 같이 살면서 미운 정·고운 정 다 든 마누라와 같은 관계다. 인생 마지막까지 ‘동행’할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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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애가 미끄럼틀에서 손을 삐어

동네 정형외과에 데려갔다가

나의 왼손도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다.

돌이 있네요.

중학교 시절 친구가 등 뒤에서 떠미는 바람에

깬 돌이 널린 신작로에 넘어져

부랴부랴 헝겊으로 동여맨 적이 있는데… …


중지 끝에 돌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동태처럼 있다가

기도하듯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수술 할 수 있을까요?

신경에 붙어 있어 위험하네요, 동행하세요

함께할 수 없는 상대인데

함께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니… …

                              <맹문재의 시 ‘동행’>


KBS-TV 수요기획으로 방영된 ‘100세 청춘을 산다- 그리스 이카리아섬의 비밀’을 보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이카리아섬 노인들의 일상 생활이 소개된다.

울릉도의 3배반만한 크기의 지중해의 이 작은 섬을 거닐다 보면 곳곳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노인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90세가 넘는 노인의 비율이 미국 평균의 2.5배에 달해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된 대표적인 장수 마을이다. 

이 섬사람들의 장수비결은 청정환경, 좋은 풍광, 그리고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와인을 함께 마시는 식생활인 것 같지만 그보다 더 특별한 비결이 있다. 바로 나이를 잊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섬 주민들은 혼자 있지 않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어울리며 시간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않은 채 현재를 자유롭게 산다. 이 섬에서는 10살 꼬마 아이부터 100세가 넘은 노인까지 함께 모여 어울리며 살아간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이 행복과 장수에 좋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실험, 통계로도 입증된 바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점점 고적해진다. 가족도 다 분가해 외롭다. 본인의 감정도 가라앉기 쉽다. 이럴 때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게 친구이자 이웃이다. 친구들을 만들자. 서로 농담하고 한잔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격식이나 이해타산을 다 벗어던진 이웃들을 말이다. 


나무가 내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많은 말을 건네주듯이

보고 싶은 친구야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

                             <이해인의 시 ‘친구에게’ 중에서>      

글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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