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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신화' 어느날 발리우드 톱스타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8-09 12:08

동화 같은 성공→의문의 죽음
서샨트 사망 이후 각종 의혹 쏟아져

지난 6월 14일 인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발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서샨트 싱 라즈풋이 갑작스럽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悲報)가 전해지면서다. 34세의 젊은 나이였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서샨트의 죽음에 대해 “미천한 시작에서 스타덤에 오른 그의 동화 같은 여정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BBC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서샨트 싱 라즈풋:발리우드 스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관음증’(Sushant Singh Rajput: Mystery and voyeurism around Bollywood star's death)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인도 영화계의 현실을 짚었다.
서샨트 싱 라지풋의 생전 모습./AFP 연합뉴스

◇가난한 도시서 태어나 스타로… 인도 젊은이의 ‘꿈의 상징’

서샨트는 인도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꿈의 상징이었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州) 가운데 하나인 비하르에서 자라 인도에서 손꼽히는 명문공대인 델리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우연히 연극과 춤을 배우고 재능을 발견하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연기의 꿈을 위해 뭄바이로 향했다.

수년간 극단에서 단역과 막일을 하다 2008년 텔레비전 드라마로 데뷔했고, 2013년 '카이 포 체'로 스크린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출연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하며 발리우드 최고의 톱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BBC는 “서샨트의 성공 스토리는 소도시 젊은이들의 꿈을 불타오르게 했다”며 이 때문에 팬들은 그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인다고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젊은 배우가 너무 일찍 떠났다"며 애도했다.

뭄바이 경찰은 사건 일주일 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의 사망 5일 전에 숨진 전 매니저의 죽음 때문에 크게 상심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얼마 후 경찰은 다시 수사에 착수해야 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둘러싼 소문과 추측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연줄 없는 아웃사이더, 주류는 배척했다”…발리우드의 민낯

첫 번째 의혹은 발리우드에 연줄이 없이 자수성가한 그가 주류 사회에서 소외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서샨트는 발리우드에서 ‘인사이더’(내부자)가 아닌 ‘아웃사이더’(외부자)였고, 발리우드를 장악한 소수 ‘파워 패밀리’와 연출자들이 그를 부당하게 대우했기 때문에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샨트가 인도 영화계에서 ‘대부’(代父·Godfather)가 없는 아웃사이더였다”며 “서샨트가 톱스타로 뜬 것을 특정 ‘발리우드 왕조’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서샨트가 최근 거액을 투자 받은 영화에서 역할을 맡기로 약속받았지만 결국 캐스팅에서 제외됐다는 언론보도를 그 근거로 지목했다.

주류 네트워크의 '실세'로 지목된 것은 영화 감독이자 제작자인 카란 조하르였다. 그는 기존 발리우드 스타들의 자녀들을 캐스팅하는 등 '족벌주의'를 옹호하고, 업계 신인을 배척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이 때문에 조하르에 대한 비난과 위협이 온라인에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평론가는 BBC에 "서샨트의 죽음이 ‘발리우드는 연줄이 없는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가혹한 진실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고 했다.

뭄바이 경찰은 서샨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현지 경찰은 자살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밝혀줄 ‘충분한 증거’를 찾기 위해 영화계 인사 등 50여 명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조하르는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다.

◇"꽃뱀 비난 받은 여자친구" 父의 고소

두 번째는 서샨트의 여자친구이자 동료 배우인 레아 차크라보티가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의혹이었다.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고 나오는 서샨트 싱 라지풋의 전 여자친구 레아 차크라보르티./AFP 연합뉴스
서샨트의 아버지는 레아가 서샨트의 돈을 빼돌리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아버지는 그녀가 자신의 가족들과 서샨트를 감금하고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 상에는 그녀를 두고 '서샨트의 돈을 빼앗은 꽃뱀'이라는 비난이 난무했다.

레아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서샨트의 죽음에 대해 공정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뭄바이 경찰은 지난달 라즈풋의 계좌에서 자금 유용은 없었고, 레아의 계좌로 돈이 이체된 적도 없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개인정보 유출·언론의 단독 경쟁도 도마에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경찰 관계자들의 무분별한 정보 유출과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서샨트의 경력과 재정 상태, 인간 관계, 심지어 정신 건강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소셜미디어와 뉴스 채널에서 확산하기 시작했다. 그의 통장 내역이 유출됐고, 정신과 약물에 대한 정보도 퍼져나갔다.

그의 가족과 친구·동료들은 물론 치료사, 전 요리사, 매니저까지 언론의 단독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한 TV채널은 사망 몇 달 전 그가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영상을 단독 입수해 공개하면서, 그가 우울증을 앓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가 사망하기 전 인터넷을 검색한 기록까지 유출했다.

인도 정신건강 전문가 수미트라 파타레 박사는 BBC에 "안타깝게도 시청률 주도 시장에서 보도 윤리를 따르는 채널은 많지 않다"며 "모두가 서로를 이기고 싶어 하면서 책임감을 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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